해설보도 - 부여군 일대 17년 농활 결산
해설보도 - 부여군 일대 17년 농활 결산
  • <이지희 기자>
  • 승인 2004.10.18 00:20
  • 호수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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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보도 - 부여군 일대 17년 농활 결산

보탠일손, 쌓은 정, 함께부른 농민가
87년 ‘구국 단대 애국학생 수해 복구단’으로 시작

처음엔 ‘의식화 교육’
한다며
마을에서
쫓아내기도
서툴지만 열심인
학생들과 농민
부모 자식처럼
가까워 졌다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의 농활 지역이 이번 가을 농활을 끝으로 부여군 일대에서 전북지역으로 바뀐다. 이는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서남지역 학생회의 협의 하에 변경되는 것으로 구체적인 지역은 추후에 확정될 예정이다.
서울캠퍼스 총학생회가 부여군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87년 7월 29일이었다. 그해 7월 중순부터 전국을 휩쓴 태풍과 집중호우로 인한 충남 부여 지역의 수해 복구를 위해 70여 명의 재학생들이 복구 작업에 참가했다.
우리대학은 서울지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서대협) 산하로 ‘구국 단대 애국학생 수해 복구단’을 구성해 부여군 초촌면 신암리에서 복구활동을 폈으며 8월 6일에는 마을고사와 마당놀이를 마련해 농민들을 위로하고 학내에서 모금된 수재의연금 30만원을 전달했다.
이어 1988년 6월 26일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7개 팀으로 구성된 1백 46명의 재학생이 농활에 참가했다. 88년 하계 농활은 기존 농활의 일회성을 극복하고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컸다. 이를 계기로 상호 연계성을 마련했으며 농민과 재학생이 서로 신뢰를 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 뒤에는 재학생들의 노력이 있었다. 당시 관의 사전압력으로 충청남도 부여군 충화면 일대 마을에서는 농활에 대한 거부반응이 상당히 컸다. 각 마을의 농민들은 “할일이 없으니 들어오지 말라”, “대학생들이 들어오면 주민들 의식화나 시킬 테니 들어올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말라”며 마을 상황을 조사하러 간 선발대들을 밀어냈다.

또한 한 팀 당 20~25명으로 구성되어 각 지역으로 배치된 농활대는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주민들의 농활대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일감이 주어지지 않는가 하면 청남리 농활대의 경우 첫째, 둘째날에는 작업할 장비도 제공받지 못했다.
때문에 재학생들은 변변한 숙소도 없이 마을 어귀에 텐트를 치고 밤에 나가 피를 뽑고 농사일을 거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항상 성실하게 일하고 마을 어른들께도 예의바르게 행동했다. 이렇게 서로 부딪히고 일하며, 노력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통해 드디어 농민들의 오해가 풀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와 관련 권혁주 (31)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여군농민회 사무국장은 “선배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렇게 농활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후배들은 항상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후로 매년 1년에 3번씩 봄, 여름, 가을 농활이 꾸준히 진행됐다. 그렇게 17년간 부여군농민회와의 인연은 계속되었다. 그동안 우리대학과 부여군 농민회는 둘도 없는 동지였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축제가 열리면 마을 어른들은 돼지를 잡아 올라왔고, 재학생들도 쌀 개방 반대 각종 규탄대회에 부여군 농민회와 뜻을 같이 했다.
이렇듯 끈끈한 유대는 여러 에피소드를 남기기도 했는데, 졸업하고도 부여로 내려가 농사를 짓고 결혼해 살고 있는 동문들이 있는가 하면 졸업한 뒤에도 꾸준히 농활에 참가하는 동문도 있다.
96년부터 농활에 참가했던 김태봉(언론영상·03졸) 동문은 “농촌의 인간적인 정을잊지 못해 후배들이 농활을 올 때면 이 곳을 찾게 된다”며 “그 때나 지금이나 농촌은 살기 힘들고 그러한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도 재학생들도, 헤어짐을 아쉬워했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은 아니다. 재학생들이 쌀 개방 반대를 외치고 우리 농업을 지키려할 때, 농민들과 뜻을 함께할 때면 언제나 부여군 농민들과 함께
할 것이다.
<이지희 기자>
<이지희 기자>

 edelweiss317@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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