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대신문 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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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석류
  • 승인 2004.10.22 00:20
  • 호수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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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1128호)를 읽고

낯선 지면, 안내판이 필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이런 때 사람들은 항상 기분 좋은 망설임을 경험한다. ‘무엇을 먹을까’, ‘어디로 갈까’ 떠오르는 생각으로 머릿속은 이미 거대한 식당이 된다. 미소를 머금은 채 멀뚱멀뚱 쳐다볼 뿐 뚜렷한 답이 없다.
만약 얼마 전 특별한 일로 동일한 장소를 방문한 경험이 있다면, 그 경험에 식당을 찾은 기억이 있다면, 더 나아가 그 식당에서 행복한 미소를 지은 기억이 있다면 망설임 끝에는 좋은 결말이 기다릴 것이다.
자신의 행복한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은 좋은 사람, 그들은 함께 결정의 곳으로 향한다. 나는 자신 있게 길을 헤맨다. 큰 건물 뒤에 어떤 가게를 지나면 그곳이 있으리라.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기억 속의 식당은 그곳에 없다.
당황한 낯빛으로 주위를 한참 배회한다. 혹시나 있을까. 배회의 공간은 점점 커져 큰 건물을 지나고 도로를 지난다. 지금쯤 식당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둘은 어느 빈 자리를 찾아 거친 식사를 하고 말 것이다. 그때다. 낮은 건물 옆에 아련한 간판이 걸려있다. 한참 찾던 바로 그 건물이다. 기쁨은 두 얼굴에 곡선을 그렸다.
묘한 기분이 온 몸을 적신다. 하룻밤 사이 식당이 옮겨진 것일까. 내 기억의 어디가 끊어진 것일까. 자신은 ‘maze''''에 갇혀 있다. 어디로 가야 치즈를 찾을 수 있을까. 기억의 한계를 인정한다면 잘 정리된 거리 안내판이라도 있다면 계획한 적 없는 도보는 없었을 텐데 말이다.
1128호 단대신문을 펼쳐들고 필자는 잠깐 ‘maze''''에 빠졌다는 것을 고백한다. 애독하는 신문에는 애독하는 기사가 있기 마련이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기억에 저장된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예상은 빗나갔다. 있어야 할 기사가 그곳에 없다. 낯선 지면을 채우고 있었다. 이럴 때 기사를 안내하는 안내판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박석류<언론홍보·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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