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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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영리 기자>
  • 승인 2004.10.27 00:20
  • 호수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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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보도- 왜 대학가에서 읽기·쓰기·말하기가 사라지나?

읽기·쓰기·말하기는 모든 문화의 토양
지식기반사회의 다양한 쟁점 사유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필요

▲ 토론은 주체적 사고와 개방적 사고를 동시에 길러준다.

▲ 통신기술의 발달로 확산된 개인화 성향은 토론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대학에서 읽기·쓰기·토론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대학문화의 보고인 축제를 통해서도 알수있다.
1984년 5월 16일에 있었던 서울캠퍼스‘한남축전’과 2004년 5월 18일에 있었던 ‘대동제’를 비교해 보면, 우선 축제의 캐치프레이즈부터 달랐다. 1984년에는‘민속제를 중심으로’였고 2004년에는‘후끈’이다. 20년 전에는 연극의 큰 범주 안에서 탈춤과 창극이 축제의 행사 중 가장 성황리에 진행 됐다. 그러나 2004년도에도 통일마당 춤극이 진행됐지만 단국기네스대회 보다 많은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네스 대회가 춤극보다 ‘후끈’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걸출한 연극배우를 배출하고 70여회에 걸친 정기공연을 열었던 동아리‘극예술연구회’도 이제는 적은 회원으로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대학 안광희(연영) 초빙교수는 “우리 학생들이 전공과 상관없이 졸업하기 전까지 꼭 연극을 한편 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한편의 연극을 위해 치열한 고민을 통한 기획에서부터 대본의 구성과 연기, 지속적인 만남 등의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연극은 읽기·쓰기·토론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연극의 제작과정은 주제 설정과 그 주제를 잘 전달하기 위한 좋은 대본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주제 설정과 대본의 작성은 깊은 사고와 동시에 부단한 읽기의 노력이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음은 연기하는 것, 곧 말하고 표현하는 것이다. 즉 대학에서 연극의 ‘퇴락’은 읽기·쓰기·토론 문화의 퇴장으로도 판단할 수 있다.
요즘 대학에서 읽고 쓰고 토론하는 문화를 어색해 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미디어의 발달이다. 흔히 요즘 세대를 ‘영상세대’라고 말한다. 읽는 것보다는 보고 듣는 것이 익숙한, 즉각적인 충격이 먹히는 세대이다.
공용배(방송영상학전공) 교수는“영상매체가 사람들의 시선을 뺏는 시간만큼 독서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으며 박현수(언론홍보학전공) 교수는“영상문화는 스피드와 감각적인 끼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주류이다. 독서와 영상에 있어서 기억의 지속성, 다시 말해‘인상 깊은’을 떠나 심층적인 학문연구의 방법은 독서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통신기술의 발달에 있다. 인터넷의 보급과 휴대폰의 대중화로 우리는 어쩌면 보다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지 모르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들과 떨어져 있다. 이렇게 개인화된 성향은 토론을 잘못 오해하게 만들었다.‘사고와 표현’을 강의하는 조상우(교양학부) 초빙교수는 “토론을 남을 공격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 오히려 질문은 상대방의 발전을 돕는 것이다”라며 일부 학생들의 생각이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세 번째는 입시위주의 교육 방법 때문이다. 학생들은 경쟁이 필수가 되어버린 교육환경 속에서 자유로운 독서나 토론, 논리적인 대답이 아닌 단 한 개의 정답이 가장 현명하다고 배워왔다.

‘사고와 표현’을 강의하는 안숙현(교양학부) 초빙교수는 “학생들이 말하기를 두려워한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답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말하기’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가 된다”라고 말했다. 또 고상숙(수교) 교수는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교육 방법에 익숙해진 학생들을 토론으로 유도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흥미를 유발하는 주제로 물꼬를 터 준다면 훨씬 발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학생 개인의 목적의식 상실에서 오는 무기력이다.
읽기·쓰기·말하기는 초등학교 때 배우는 것이라고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김연수(대중문화예술대학원·연극평론가) 초빙교수는 “현대적 매체라고 말하는 방송, 영화 모두 읽기·쓰기·말하기에 뿌리를 둔 열매이다. 보이지 않는 다고 뿌리의 중요성을 간과한다면 열매는 이미 죽은 것과 다름없다”며 “넓게 말해 인문학적 사고는 인간 사회에 있어서 기초이자 최상이다”라고 말했다.
사회의 일꾼이 될 대학생에게 있어 ‘기획문작성 능력’, 면접과 프리젠테이션 능력의 중요성은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읽기·쓰기·토론이 대학에서 중요한 문화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선행적으로 ‘사고와 표현의 불구자’를 만들어내는 입시위주의 교육이 사라져야 한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대학과 교수의 몫이 가장 크다. 유행을 좇는 커리큘럼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는 강의의 개설이 필요하다.
끝으로 학생들은 본인 스스로 인생의 목표를 찾고 그것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태도를 갖는 것, 곧 자기 인생의 키(key)를 돌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조영리 기자>
<조영리 기자>

 diadiadl18@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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