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성웅성-놀이공원에서 생긴 일
웅성웅성-놀이공원에서 생긴 일
  • 이경아<인문학부·1>
  • 승인 2004.11.07 00:20
  • 호수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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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

지난번에 모처럼의 공강 시간을 이용해 친구와 잠실에 있는 놀이동산에 다녀왔다. 어찌나 기대되던지 일주일전부터 날짜를 세며 눈 빠지게 기다렸었다. 그랬건만… 그 놀이기구 몇 개 더 타보겠다고 아침잠까지 줄이며 일 분이 아쉽게 눈썹 휘날리며 달려왔건만 이미 그곳은 소풍 온 중고생들로 만원이었다. 그때가 가을 소풍 시즌인 것을 깜박하고 만 것이다. 하다 못해 ‘여기 와서 이거 안타고 가면 갔다왔다고 하지도마라!’ 라고 여겨질 만큼 놀이기구의 정석인 바이킹 타는데도 자그마치 1시간 반이나 기다릴 정도였으니, 우리는 눈물을 머금고 줄 맨 뒤에 섰다. 우리 앞에는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학생 한 무리와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여학생 한 무리가 있었다. 그 학생들 어찌나 혈기 왕성하게 떠들던지 나중에는 원치 않게 그 얘길 듣고 있던 우리들이 지치고 말았다.
마치 나이든 사람들의 기운을 쪽쪽 빨아 가는 인간 빨대들 같다고나 할까? “허허 요즘 애들은 참 기운이 넘치는 구만. 우리도 저렇게 떠들고 놀 때 가 있었지” 하고 웃어 넘겼지만 사실 우리도 요즘 애들 인 것을……. 어쨌든 점점 지쳐 가는 모습으로 차례를 기다리는 우리들이었다. 그런데 우리 뒤에 있는 대학생들이 “쟤들은 공부나 하지 여기는 뭐 하러 왔대, 사람 북적거리게. 수능이 며칠이나 남았다고!” 이러는 것이다.
그 말에 동감하면서도 한구석으로는 마음이 착찹했다. 열 달 아니 일곱 달 전엔 나도 고등학생이었던 것이다. “아 이런 것이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고 하는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생 시절엔 누군가 공부나 하라고 하면 세상을 뒤집어버릴 듯이 화를 냈었는데 이젠 내가 그 ‘누구’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영 이상했다. 가끔씩은 옛날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 친구들을 이해하려 노력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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