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전원일기
<백색볼펜> 전원일기
  • <禎>
  • 승인 2003.01.16 00:20
  • 호수 1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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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이 넘게 방송된 국내 최장수 방송드라마 ‘전원일기’가 지난 연말 1천88회를 마지막으로 아쉽게 막을 내렸다. 농촌 대가족의 진솔한 일상을 그린 드라마로 숱한 화제와 인기 배우들을 탄생시킨 이 드라마의 종영에 사회 각계에 적잖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 드라마가 차지했던 비중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특히 ‘박수칠 때 떠나려 해도’라는 마지막회 제목과 내용은 긴 여운을 넘어 ‘아름다운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인생을 살면서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떠날 때를 알아야 하고, 명예로워야 하고, 퇴장이 아름다워야 하는 3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존 메이저 전 총리가 57세에 정계를 은퇴하며 멋있는 귀거래사(歸去來辭)를 남겼다. “떠나야 할 때를 넘겨 머물기보다 남들이 머물라 할 때 떠나겠다.”던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도 ‘영웅퇴장’의 상징이었다.

◇스포츠 스타들의 퇴장은 훨씬 더 멋지고 감동적이다. 우리는 얼마 전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낸 맏형 황선홍, 홍명보 선수의 아름다운 국가대표 은퇴를 보았다. 레슬링에서 그랜드슬램을 이룬 심권호, 올림픽 체조 사상 첫 은메달을 딴 여홍철도, 국보급 투수로 한국과 일본 프로무대를 평정했던 선동렬도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정상’에서 박수칠 때 떠났다.

◇이런 미덕(美德)과는 달리 우리 사회에는, 우리 대학에는 떠날 때가 왔는데도 아둥바둥 매달리는 사람들, 더욱 활개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떠날 때가 언제인지 아는 것, 그리고 그 순간에 떠날 수 있는 것, 그 또한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전원일기 마지막회의 끝 장면에서 김 회장의 회상은 긴 여운을 남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사람은 늙어간다. 박수칠 때 떠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어쩌랴, 그것이 또한 인생인 것을…”
<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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