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 삼겹살
백색볼펜 - 삼겹살
  • 취재부
  • 승인 2005.03.15 00:20
  • 호수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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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밸런타인데이’,‘빼빼로데이’등 불황 속에서도 이른바‘기념일 마케팅’은 짭짤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3월 3일은 바로 삼겹살데이였다. 삼겹살데이는 2003년 돈육 생산자들과 축협이 구제역파동으로 인한 양돈경기 불황을 극복하고 축산물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만든 기념일이다. 대형 할인마트와 일부 농협은 삼겹살데이를 맞아 무료시식회와 할인판매를 통해 삼겹살 판촉 활동을 벌였다.
△ 삼겹살은 돼지고기 중 지방 함량이 가장 많아 맛없는 비계로 인식됐다. 때문에 식육문화가 발달한 서양에서는 삼겹살을 소금에 절여 훈제 가공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삼겹살은 영어로 베이컨(bacon), 즉 베이컨용 고기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삼겹살을 가장 맛있는 살코기 부위로 둔갑시킨 것은 장사수완 좋은 개성사람들이었다. 돼지에게 섬유질이 적은 사료를 먹여 비계가 살 사이에 겹겹이 얇게 들어가도록 육질을 개량한 것이다.
△ 그러나 삼겹살은 원래 우리말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이다. 우리말은 ‘두 겹’, ‘세 겹’ 이란 말은 써도 ‘이 겹’, ‘삼 겹’ 이란 말은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삼겹살’ 이 아니라 ‘세겹살’ 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러다 삼겹살이란 말이 보편화되면서 94년 국어사전부터는 이름이 등록됐고 사전에는 ‘비계와 살이 세 겹으로 돼 있는 것처럼 보이는 돼지고기’ 라 정의 돼 있다.
△ 1960년대 소주가격이 하락하면서 서민들은 술은 쉽게 구할 수 있었으나 마땅한 안주가 없었다. 그래서 가격이 비교적 싼 돼지고기를 찾게 됐고 고소한 삼겹살은 단연 인기였다.‘삼겹살에 소주한잔’이라는 말도 이런 연유로 생겨났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에 비해 20∼30% 상승한 가격 때문에 더 이상 삼겹살을 부담 없이 먹기는 힘들 것 같다. 하지만 하루 일을 마치고 쓰린 속을 달래려 찾았던 그 맛은 잊지 못할 유혹으로 남을 것이다.
<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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