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경대> 다윈 스미스
<화경대> 다윈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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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2.23 00:20
  • 호수 1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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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다윈 스미스라는 평범해 보이는 한 남자가 지난 20년간 주가가 전체시장에 비해 36%나 떨어진 케케묵은 제지회사, 킴벌리 클라크(Kimberly Clark)의 사장이 되었다.
부드러운 기질의 사내(社內) 변호사이던 스미스는, 그때까지 그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었었는데, 그 자신조차 자신을 CEO로 선출한 이사회가 과연 옳은 선택을 한 건지 확신이 없었을 정도였다. 한 이사가 그를 옆으로 끌고 가서, ‘너에겐 그 자리의 사람이 갖추어야 할 몇 가지 자질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자 더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CEO였고, 20년간이나 그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다윈 스미스가 CEO 자리를 지킨 그 20년은 대단한 기간이었다. 그 기간에 스미스는 기절할 만한 변혁을 일구어 내 킴벌리 클라크를 세계 최고의 종이관련 소비재 회사로 탈바꿈 시켰다. 스미스의 책임하에서 킴벌리 클라크는 전체 시장 평균의 4.1배에 달하는 놀라운 누적 주식 수익률을 달성했다. 당시의 유력한 경쟁회사이던 ‘스콧 페이퍼’와 ‘포록터&갬블’을 가볍게 누른 것은 물론, 코카콜라나 휼렛 팩커드, 3M, 제너럴 일렉트릭과 같은 쟁쟁한 기업들 까지도 앞지르는 어마어마한 실적이었다. 그러나 그때까지조차 다윈스미스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경영이나 기업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물론, 심지어는 경제관련 기자들조차도 스미스의 존재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다.
거만한 기색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던 스미스는 배관공이나 전기공들과도 허물없이 지냈고, 휴가는 위스콘신에 있는 농장의 별채 오두막에서 땅을 파고 바위를 들어 옮기며 보내는 사람이었다. 그는 영웅이나 재계의 거물 신분에 어울리는 소양 따위를 갈고 닦은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스미스가 조금 어리석고 멍청했던 사람이 졸지에 시대를 잘 만나서 그런 어마어마한 경영실적을 보인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면 그건 엄청난 오산이다. 그의 어색한 수줍음이나 가식 없어 보이는 태도는 삶에 대한 격하고 금욕적이기까지 한 ‘불굴의 의지’와 짝을 이루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것을 증명하는 사례는 많다. 스미스가 CEO로 취임한 두 달 뒤, 의사는 스미스에게 비강암과 후두암 진단을 내리며 길어야 일년 밖에 살지 못할 거라고 선고했다. 그는 이사회에 이 사실을 알리면서, 자기는 아직 죽지 않았으며 불시에 곧 죽을 계획도 없음을 분명히 했다. 스미스는 자신에게 요구되는 작업 스케쥴을 완벽하게 수행하면서 매주 위스콘신에서 휴스턴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그리고 25년을 더 살았는데, 그 25년의 대부분을 CEO로 살았다.
스미스는 킴벌리클라크를 재건하는데도 그와 똑같은 불굴의 결의를 보였었다. 회사의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결정, 즉, 그때까지 킴벌리의 전통적 핵심사업이었던 코팅종이 사업을 정리하고 소비자용 종이 제품산업에 뛰어든 결정, 그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그렇게 될 경우 킴벌리의 앞날은 암흑이 될 거라고 경고했었다. 그러나 그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스미스 제지공장을 팔았다.
이 결정은 훗날, 결과론적으로 지금까지의 결정중 가장 대담한 결정으로 평가받았다.
스미스가 보여준 CEO의 자질, 그것은 위대함도 아니고 경의로움도 아니고 찬란함도 아니다. 드러나지 않는 겸양, 그리고 불굴의 의지 두가지이다. 그에게 그런 엄청난 실적의 원인을 물었을 때, 스미스는 이렇게만 말했다. “훌륭한 사람들이 옆에서 도와주신 덕택일 뿐이지 결코 저의 능력은 아니었어요.” 겸양이었다. 모두가 반대하는 것을 끝까지 설득하여 밀고 나갈 수 있는 의지, 그리고 그 다음의 모든 성공의 원인을 주변사람들의 덕택으로 돌릴 수 있는 겸양...
새 대통령이 선출되고, 인수위원회가 정권인수 작업을 하고 있고, 그런 와중에,...허허...살생부 라는 이름의 무시무시한 명단이 나돌고 있는 요즈음이어서인가??. 한번쯤 생각해 보고 싶은 인물, 바로 ‘다윈 스미스’다.
김행철 동우<(주)B&K 컨설팅/ 대표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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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 2021-12-10 14:52:01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Jim Coll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