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김치 건강론
<백묵처방>김치 건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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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2.24 00:20
  • 호수 1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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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치를 매우 좋아한다. 매 끼니마다 맛있는 김치를 못 먹으면 왠지 먹은듯 하지 않고 속도 더부룩하다. 나의 변(糞)은 분량도 많으려니와 색은 황금색을 자랑하는데 김치를 못먹으면 변량이 줄고 색도 검푸른 색으로 나빠져 기분이 썩 좋지 못하다.
나는 술 역시 좋아한다. 술안주로 남들은 고기나 생선회 등 듬직한 안주가 좋다고들 하나 나는 맛있는 김치, 깍뚜기에 채소샐러드 정도면 만족이고 여기에 생선이나 두부찌개가 있으면 최상이다.
얼마전 모 방송국에서 『잘먹고 잘사는법』이 방영된 후 채식 열풍이 불고 유기농산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축산물 소비가 감소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되면서 지나치게 서구식 음식, 인스탄트 음식을 먹고 운동량이 줄면서 소위 말하는 현대인의 성인병이 사회 문제가 되는 시점에 나타난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된다.
인간은 본래 동물성 및 식물성 식품을 모두 먹는 잡식성 동물이며 근원적으로는 식물성 식품에 익숙해져 있는 동물이다.
특히 한국인은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는 자연환경이 여름에는 쌀농사를 짓고 겨울기간에 일부 보리농사를 지어 주식량을 겨우 해결하고, 밭에서는 채소농사를 풍족하게 지어 일년 열두달 내내 먹고 살도록 운명지어진 나라이다. 그러므로 채소의 저장 형태인 김치를 떠나서 우리 민족의 생존을 논할 수 없다.
김치의 재료는 잘 알다시피 배추, 무, 몇가지 양념 채소, 약간의 젓갈과 소금이 전부이다. 재료로 보아서는 보잘 것 없어 고기류에 비할 바가 못된다. 그러나 산소가 차단된 김치독에서 발효과정을 거치게 되면 미생물 증식에 의한 여러가지 성분 변화가 일어나 김치는 독특한 맛과 영양을 지니게 된다. 발효중에 김치 내의 일반 부패균 등은 서서히 죽어가고, 소금에 잘 견디며 공기가 필요치 않은 유익한 유산균들은 그 수가 급격히 증가한다. 유산균의 작용으로 생긴 젖산, 초산 등과 탄산가스, 소량의 알코올 등은 김치 특유의 상쾌하고 새콤한 맛과 향을 낸다. 최고의 맛에 이르면 비타민 함량도 최고를 보인다
김치에서 번식하는 유산균은 동물성이다. 따라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증식한 유산균 자체는 훌륭한 동물성 식품이나 마찬가지다. 시큼하게 잘 익은 김치일수록 유산균도 듬뿍 들어있는 셈이며 이런 김치를 먹는 것은 우유가 발효된 요구르트를 먹는 것과 유사하다. 이러한 원리는 된장, 고추장이 다 마찬가지다. 따라서 한국인은 김치나 된장, 고추장, 간장을 먹는 한 굳이 축산물을 먹지 않아도 몸에 필요한 동물성 필수아미노산이 다 공급되고 있는 셈이다.
소는 어떻게 풀만 먹는데도 거대한 고깃덩이 몸집을 만들고 힘깨나 쓰며 건강하게 살까? 되삭임질을 하는 소의 위는 4개로 되어 있는데 2개의 위는 먹은 풀의 저장하는 곳이란다. 이 저장고에는 많은 수의 미생물이 번식하고 있는데 이들은 소가 소화시키지 못하는 거친 섬유소를 분해하여 소가 흡수할 수 있는 저분자 물질로 분해해 주는 역할을 한다. 즉 소는 풀과 함께 위장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같이 먹는 셈이기 때문에 미생물을 통하여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어서 건강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발효식품과 마찬가지 원리이다.
우리 민족이 쌀밥에 김치만 먹고도 반만년을 잘 버티어 온 것이나, 내가 식물성 위주의 식사를 하면서도 매우 정력적이고 건강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김치를 비롯한 발효식품의 덕이라고 확신한다.
잘 익은 김치를 충분히 먹는 한 동물성 아미노산을 별도로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김치를 담글때 젓갈을 충분히 넣는다면 더더욱 동물성 아미노산이 필요치 않다. 에너지 함량이 적으며 현대인의 건강에 크게 기여하는 섬유질이 많이 들어 있고, 무기물 또한 많고, 유산균도 많고, 새콤하여 식욕을 돋구면서 소화가 촉진되며 또한 맛과 향이 좋으니 이보다 더 좋은 식품이 없다.
이렇듯 좋은 김치를 많이 먹으려면 보다 덜 짜고 덜 맵게 만들 필요가 있다. 김치를 많이 먹고 그 대신 축산물 소비량을 조금만 줄인다면 우리 건강에 크게 보탬이 됨은 물론이고 사료곡물 도입량을 줄여 식량자급율을 높이고 외화 낭비를 줄이며, 환경에도 기여하는 그야말로 일석삼조를 얻는 셈이다. 요즘 젊은 세대에서 이러한 식습관이 도외시 되는데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한국인이여 김치를 많이 먹자. 세계인의 건강식이 될 수 있도록 맛있는 과학적 김치를 만들자. 식품안전이 보장된 맛있는 배추와 무를 생산하자.

채제전 교수<생명자원과학대학/생명자원과학부/식량자원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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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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