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졸업 시즌이다. 요즘 졸업하면 으레 밀가루, 계란세례, 꽃다발, 학사모 등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중 대학 졸업식 때 쓰는 학사모는 고대 로마에서 노예가 자유를 얻으면 술이 달린 모자를 씌워 줬던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노예가 주인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박탈된 자유를 되찾고 새로운 인생 출발을 한다는 점과 졸업생 역시 학교의 정해진 틀 속에서 벗어나 새롭고 보다 넓은 곳으로 나아간다는 점은 같은 공통 분모가 아닐까.

◇초등학교 졸업식이 색(色)다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 정든 친구들과 헤어짐에 눈물을 흘리던 이별의 행사가 아닌 새로운 출발이라는 기쁨에 즐거운 축제 현장으로 바뀌고 있다. 신세대들의 취향에 맞게 졸업노래도 밝고 경쾌한 리듬과 가사로 바꿔 부르고 있고, 과거 우등상과 개근상만을 수여하던 것에서 탈피, 졸업생 각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상장을 제작, 전원 수여하는 학교도 있다.

◇요즘 대학 졸업식장은 즐거운 분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초상집 분위기다. 고학력 실업률이 높아짐에 따라 졸업을 하고도 마땅한 일자리를 못 구해 노심초사(勞心焦思)하는 사람들이 상당수에 이르기 때문이다. DJ 정권도 딱 부러지게 해결을 못한 이 문제를 새롭게 출범할 盧정부는 과연 어떻게 해결할지 사뭇 기대가 된다.

◇영어로 졸업식은‘commencement’다. 그런데 이 단어는 ‘시작하다, 최초의’라는 뜻을 가진 동사‘commence’의 명사형으로, ‘시작, 개시’의 뜻도 함께 포함하고 있다. 달리 해석하면‘졸업은 곧 시작’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졸업은 끝이 아니다. 또 다른 시작의 연장선일 따름이다. <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