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경대 / 극성스런 스팸메일
화경대 / 극성스런 스팸메일
  • 김일수
  • 승인 2005.05.10 00:20
  • 호수 11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장에 출근해서 자리에 앉아 곧장 시작하는 일은 컴퓨터를 켜는 일이다. 그리곤 인터넷에 접속하여 내게 온 메일을 확인할라치면 여러 개의 스팸메일이 이미 당도해 있다. 참으로 지겹도록 끈질기고 전송기술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스팸메일 발송국가라는 소식을 들었다. 인터넷 사용률로만 따지면 세계 1∼2위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스팸메일 발송량이 ‘세계 3위’라는 사실은 참으로 민망한 일이다.
우리나라에 스팸메일이 경유하는 초고속인터넷업체(ISP)들은 자체적으로 스팸메일 차단 서비스를 가동하고 있지만, 인터넷 기반시설 및 인터넷 환경이 워낙 발전한 데다 온라인 마케팅 등이 활성화 돼있기 때문에 스팸메일 발송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스팸메일 발송자들이 수시로 IP를 바꾸기 때문에 차단조치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가 하루에 받는 메일은 약 15개 정도이다. 그 중에서 내가 원해서 받는 것은 두세가지에 불과하다. 내 경우 내용별로 보면, 주로 무보증 대출 알선, 카드 돌려막기 대행 등 금융부문이 가장 많았고, 웰빙족을 겨냥한 각종 건강식품 광고가 다음을 잇는다. 요즘은 그나마 차단을 철저히 한 탓인지 성인용품, 성인사이트 등의 광고가 침투를 못하고 조금 줄어든 형편이다.
스팸메일의 심각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지금 ‘스팸메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 전쟁이 언제 끝날지는 알 수가 없다. 아마 e-메일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계속될 듯하다. 내가 듣기로 우리나라도 나름대로 스팸메일을 근절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스팸메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정보통신망이용 촉진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이미 발효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부는 수시로 음란 스팸메일 발송 여부, 수신거부 방지 여부, e-메일주소 무단수집 및 판매에 대한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아직 생각만큼 효과가 시원치 않다는 것이다.
스팸메일을 막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것이 미국처럼 매우 무거운 벌금형을 처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만약 우리나라도 불법 스팸메일을 대량으로 불특정 다수인에게 보내는 업체에 대해 엄청난 액수의 벌금을 물도록 한다면 어떻게 될까. 불법 스패머들은 그들대로 이 같은 법적 그물을 빠져나가는 궁리를 하겠지만, 스팸메일이 줄어들 것은 틀림없다. 자신들이 벌 수 있는 돈보다 훨씬 많은 벌금을 매기는 조치를 버텨내기란 아주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기술에서나 조직사회에서나 그리고 우리 삶조차도 점점 단순화 해가는 것이 발전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인터넷 기술의 발전도 당연히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 그런데 매일매일 대량으로 쏟아지는 스팸메일을 치우면서, 인터넷이 과연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인지 회의가 들기도 한다. 허락도 없이 남의 집 앞마당으로 냅다 뛰어든 가짜 약장수나 사기꾼과 진배가 없다. 인터넷의 발달을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가 어쩌면 이런 극성스런 스팸메일이 아닐까 싶다.
김일수<공주영상정보대학·교수> 동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