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스토리 / <마지막회> 프로선수 은퇴 후 밤섬 사랑리그 태동시킨 김도균(경영·97졸) 동문
휴먼스토리 / <마지막회> 프로선수 은퇴 후 밤섬 사랑리그 태동시킨 김도균(경영·97졸) 동문
  • <허유나 기자>
  • 승인 2005.06.07 00:20
  • 호수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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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날이 올
그때를 위해서’
나는 오늘 또
새로운 내일을 살아간다

아무리 좋은 곳에서, 좋은 보수로 일을 한다고 해도 기쁘지 않다면 그것은 내 일이 아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듯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딱 맞는, 그런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야구를 ‘천직’이라고 말한다. 어느 곳에 있던지 열심히 일했지만, 물에 기름처럼 부유해야 했던 마음이‘밤섬야구 사랑리그’를 운영하며 달라졌다. 내 몸에 꼭 맞는 옷처럼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뛰고, 야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그 일이 나에겐 더 없이 즐겁고 행복한 일들이었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믿었던 사람으로부터의 배신…. 나는 또다시 행복으로부터 멀어져야 했다. 운영이사가 리그팀들로부터 1천5백만 원의 임대비를 미리 받아 도망쳐 버린 것이다. 돈이 없다보니 리그게임에서 심판을 따로 고용할 수도 없었다. 아내가 경기장을 청소해야만 했고, 내가 리그팀들의 심판을 혼자 다 보기 시작했다. 3게임, 4게임, 5게임…. 여름, 숨 막힐 듯 쨍쨍 비쳐오는 태양 아래서 6게임 째 심판을 보던 난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결혼식 하던 전날 운동장의 계약이 만료됐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남양주 밤섬에서 계속 리그를 열고 싶다고, 재계약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고 말았다. 그렇게 나는 리그를 접고 야구공을 만드는 ‘MAX’ 라는 회사에 취직해야 했다. 지금 회사에 다니면서도 난 그저 내 자리에 안주하고 있지 않으려 노력한다. 야구장마다 돌아다니고, 선수들의 불편한 점과 개선점 등을 체크하고 의견을 들어가며 항상 좋은 아이템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볼의 포장도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하나씩 하나씩 개별포장을 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등 세심하게 체크해 사용자의 편의를 먼저 생각하려고 한다.


지난 5월 15일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절에 찾아갔다. 수양이 아닌 수련을 한다는 생각으로 경건하게 108배를 했다. 수없이 절을 하며, 많은 생각을 하고 또 많은 생각을 비워냈다. 세상은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고, 많은 것을 앗아갔다. 한번도 편하기만 했던 날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직 이뤄가야 할 많은 일들이 있고, 소망들이 있다. 그것은 내가 한걸음 더 나아가는 이유이며, 내가 일어날 수 있는 힘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사설야구팀은 50여개 정도, 그 중 서울과 경기권 내에 20여개가 몰려있다. 지방은 야구의 볼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이런 현실을 스스로 개척해나가고 싶다. 그래서 내년에는 밤섬이 아닌 다른 곳에라도 리그를 운영할 계획이다. 또 유· 소년 야구 꿈나무들을 양성하고, 이끌어 가고 싶은 욕심도 있다.
하지만 가장 내가 내일을 살아가는 가장 큰 목표는 ‘좋은 날이 올 그 때를 위해서’ 다. 물론 내가 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도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은 ‘좋은 날이 올 그 때를 위해서’다. 여태까지 내가 살아온 길을 뒤돌아 봤다면, 난 그 자리에 주저앉았을지 모른다. 화재, 손목부상, 야구은퇴, 아버지의 오랜 병환…. 그러나 난 지금까지 슬퍼한 적이 없다. 좌절도 맛보았고, 실컷 망가져 보기도 했다. 그런 생각만 가지고 내 과거의 그림자만 붙들고 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야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뛰어왔다. 나는 내 아이가 태어나도 야구를 가르칠 것이다. 만약 야구선수가 된다고 한다면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혹자는 그렇게 말한다. 그렇게 야구에 쓴맛을 봤는데도 아이에게 야구를 시키고 싶냐고…. 하지만 내가 야구를 사랑한만큼 그 마음을 내 아이에게도 알려주고 싶다. 야구에 대한 못말리는 사랑으로 살아온 내 인생,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 늘 지금처럼만 같다면 내 인생의‘좋은날’을 곧 만나게 되리라.

▲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주고 늘 힘이 되어주는 아내와 함께.
<허유나 기자>
<허유나 기자>

 yunari86@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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