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 / 이 아름다운 5월에
백묵처방 / 이 아름다운 5월에
  • 조영방
  • 승인 2005.04.19 00:20
  • 호수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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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wunderschoner Momat Mai…. Heimrich Heine의 시에 Robert Schumann이 작곡한 시인의 사랑(Dichterliebe)이라는 16개의 가곡중 첫 번째 곡입니다.

이 아름다운 5월에
모든 꽃들이 피어날 때
내 마음에 사랑이 싹텄네,
이 아름다운 5월에
모든 새들이 노래할 때
나는 그녀에게 나의 사랑을 고백했네

시인 Heine도 이렇게 찬미 했듯이 5월은 정말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막 피어오르는 꽃처럼, 막 터져 나오는 꽃망울처럼 아름답고 신비한 것은 없습니다. 거기에는 희망과 행복, 새로운 세계로의 열림이 있습니다. 흔히 우리는 청춘을 막 피어오르는 꽃에 비유합니다. 싱그러움과 수줍음 그리고 시작을 알리는 힘이 있습니다. 요즈음 황사 때문에 가끔 누렇게 흐린 하늘을 볼 때가 있지만, 음악대학에서 내려다보는 우리 학교의 풍경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그 풍경 안에 함께 들어있는 우리 학생들이야말로 이제 막 터져 나오는 꽃망울처럼 아름답고 싱그럽습니다. 젊음, 그 자체가 신비롭고 희망이 넘쳐납니다. 아직 알지 못하는, 헤쳐나가야 하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에 더욱 신비롭고 아름답습니다.
16년 전 처음 단국대학의 식구가 되었을 때를 기억합니다. 한국에서 대학 생활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마치 신입생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에 한 없이 마음 설레며 신이 났었지요. 16년이 지났지만 매번 우리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을 대할 때마다 그 때의 기분이 되살아납니다. 16년이면 졸업을 4번 했을 텐데 아직도 신입생의 기분으로 매일을 살아가고 있으니 참 행복합니다.
이제 나뭇잎들은 점점 그 초록빛을 더해가고 있고, 우리들의 옷차림은 훌훌 가벼워지고 있습니다. 어느새 5월이니, 한달하고 반만 있으면 또 한 학기가 끝납니다. 이렇게 숨 가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과연 각자의 일터에서 최선을 다 하고 있는지, 삶의 감동을 매 순간 느끼고 있는지 가끔 생각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꽃은 누가 보지 않아도 혼자 예쁘게 피어있습니다. 사람도 누가 보지 않아도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은 학생답게 열심히 학업에 열중하고 교수는 열심히 연구하고 가르치면 우리 캠퍼스가 더욱더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이 아름다운 5월에 이것저것 참 많은 것을 생각해 봅니다.
18세에서 20세를 청춘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고들 합니다. 그러나 신체적인 청춘과 정신적인 청춘이 꼭 일치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20세 보다는 40세, 40세 보다는 60세가 어떻게 보면 더 청춘을 느끼게 되는 나이인 것 같습니다. 이런것을 생각해 볼 때 대학 캠퍼스는 참 특별한 곳 입니다. 이제 막 피어나는 꽃망울 같은 학생들과 인생과 학문의 선배인 교수들과의 아름다운 관계가 만들어지는 곳 입니다. 선배로서 이미 경험한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면서 앞에서 당겨주고, 뒤쫓아 오는 후배로서 믿고 따라오면서 열심히 배우는 그런 관계가 만들어지는 곳 입니다. 우리 음악대학에서는 1대1의 수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생과 교수의 관계가 좀 특별하다고 할까요? 음악가들은 남들이 볼 때 조금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위치상 음악대학이 높은 곳에 있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음악가들은 많은 시간을 혼자 생각하고 고민하며 고독한 연습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친구들과 잡담하는 시간, 커피 한잔 하는 시간도 아깝고, 연습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이렇게 많은 시간을 바쳐 연습해도 발전이 보이지 않다가 어느날 갑자기 한 단계 뛰어오른 느낌을 가질 때 온 세상을 다 가진 느낌입니다.
네! 맞습니다. 저희들은 좀 특별한 사람들 입니다. 음대 교수님들은 나이에 비해 아주 젊어 보이십니다. 왜 그럴까요? 음악을 하늘이 주신 가장 귀한 선물이라고 합니다. 그런 가장 귀한 선물을 매일 듣고, 느끼고, 연주하고 가르치고 있으니 젊어 보이고 행복해보이고 특별해 보이는 건 당연한 것이지요. 음악이 전공이 아닌 모든 분들, 이 아름다운 5월에 음악을 들어보세요. Schumann의 ‘시인의 사랑’, Heine의 시를 읊어보세요. 음대로 놀러 오세요. 제가 커피 한잔 대접하겠습니다. 나의 세 딸들 중 둘이 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입이 닳도록 하는 이야기는 공부할 때 하고 놀 때 놀면서 대학생활을 즐기라는 것입니다.
꽃망울이 터져 나오고 희망이 넘쳐나는 이 아름다운 5월에 우리 모두 확실한 목표를 선정하여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의 할 일을 누가 보고 있든 아니던 간에 최선을 다 할 때 우리 단국대학교 캠퍼스는 더 아름다워 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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