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터치 / 친일명단발표
시사터치 / 친일명단발표
  • <허유나 기자>
  • 승인 2005.09.06 00:20
  • 호수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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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일야방성대곡’의 장지연도‘친일’

지난 8월 29일 민족문제연구소 산하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이하 편찬위)는‘친일인명사전 수록 예정자’1차 명단 3천90명을 발표했다. 특히 이번 명단에는 신사임당의 초상화를 그린 김은호 화백, 을사조약 이후 ‘시일야방성대곡’이라는 신문사설을 써 항일언론인으로 알려져 있는 위암 장지연 등이 포함돼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발표는 광복 이후 60년 만에 처음으로 민간기구에 의해 이루어진 대규모 ‘친일파 청산’작업이라는 데 의미를 갖는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인명사전 편찬의 싹을 틔운 것은 1999년 8월. 당시 민족문제연구소는 과거사 정리 차원에서 친일인사의 명단을 정리해 사전으로 만들어낼 계획을 밝혔고, 3개월만에 1백16개 대학 1만명 이상의 교수가 이에 뜻을 같이하는 서명에 동참했다. 1년 6개월간 준비 끝에 2001년 3월 편찬위 준비위원회가 구성됐고, 4년여의 계속된 회의와 자료 검토와 분석 끝에 을사조약을 전후하여 1945년 8·15해방에 이르기까지 40년 동안 일제의 국권침탈·식민통치·침략전쟁에 협력해 우리민족 또는 타민족에게 피해를 끼친 자들을 수록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가 가지는 의미에도 불구하고 명단의 분류기준을 두고 논란이 크게 일고 있다. 일제 때 공직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친일파 낙인을 찍는 것은 자의적이고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이는 항일과 친일행위를 모두 한 경우와 소극적 친일에 대한 불가피한 상황, 편찬위가 정한 잣대에 대한 논란 등이 복잡하게 얽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수와 진보의 구도가 대립하고 있는 시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유주의연대는 이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백한 증거에 입각하지 않은 것으로 그 자체로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반박하며, 명백한 친일행위와 소극적 비자발적 친일행위에 대한 잣대를 어떻게 들이댈 것인가에 대해서 사회적인 합의나 공감대가 좀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발표 당일 편찬위는 명단 숫자를 몇 차례나 변경하는가 하면 종교계 인사 가운데 최준모는 잘못 포함된 것이라며 현장에서 제외하는 등 혼선을 빚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일문제에 대해 광복 60년만에 민간차원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전면적인 문제제기인 점과 일제에 협력했던 관료들이 해방 후에도 정부 고위직에 대거 진출하는 등 친일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을 다시 한번 지적했다는 점에서 ‘ 친일청산’작업에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이에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여러 외압에도 초심을 잃지 않고 친일사전 편찬 작업을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앞으로 추가 명단이 발표될 때마다 사회 각계의 뜨거운 관심과 첨예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허유나 기자>
<허유나 기자>

 yunari86@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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