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 / “저것은 제품이지 인간이 아닙니다”
백묵처방 / “저것은 제품이지 인간이 아닙니다”
  • 석호봉
  • 승인 2005.09.06 00:20
  • 호수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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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호 봉 교수
<생명자원과학부·동물자원학전공>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연구 성과로 떠들썩했던 뜨거웠던 올 여름, 더위를 잊을 심산으로 딸아이와 함께 본 아일랜드라는 영화의 이 대사는 자막이 내려진 후까지 나의 귓가에 맴돌았고, 생명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한 사회를 짊어질 젊은이를 교육하는 교육자로서 나를 다시금 돌아보게 했다.
미국 환경보호청의 정의에 따르면 Biotechnology라고 하는 생명공학이란‘인류에 있어서 유의한 것을 생산하기 위하여 생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즉, 신비한 생명의 지식을 탐구하고 동시에 그것을 응용하고 기술화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에게는 복제 양 돌리, 복제 개 스너피, 유전자조작 콩 등으로 친숙한 생명공학 기술은 1973년 미국의 S. Cohen 등이 시험관내에서 이종의 DNA를 결합시켜서 만들어진 재조합 DNA분자를 생 세포내에 도입하는 실험기술을 이용하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부터 비롯되었고 이후, 생명과학의 기초연구 및 응용의 양면의 연구에 비약적인 진전을 가져오게 하였다. 동식물세포의 특정유전자 복제, 발생, 분화, 면역, 발암 등의 해석, 인슐린, 호르몬, 인터페론 등의 약품제조, 치즈제조의 효소제조, 형질전환 동식물의 육성 등에서 이제는 복제 인간의 실현까지 거론되고 있다.
생명공학의 발달은 의약과 식량 문제 해결에 큰 기여를 할 것이란 것과 대체 에너지를 만들어 내어 환경 정화 분야에서 획기적인 공헌을 할 수 있을 것, 그리고 나아가 현재 턱없이 부족한 장기문제 해결(줄기세포를 이용한)에 공헌할 것이라는 것,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생명연장(불로장생의 꿈)을 가능하게 할 수 있으리란 기대도 크다. 실제적으로 캘리포니아의 칼진회사는 유전자 재조합으로 개발한 FALVR SAVE 상표의 토마토를 슈퍼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이는 토마토 재배 농민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능하게 했으며, 아직 검증되지 않았지만 광우병 내성소의 탄생은 우리 축산농가의 안정된 동물생산 및 광우병에 대한 인류의 두려움을 해결하는 것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러한 핑크빛 청사진 이외, 굳이 인간 복제의 우려에 대한 종교와 윤리측면의 거부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유전자 조작 콩의 발암성 논란, 복제 양 돌리의 조기 사망, 장기 매매의 상업화 등은 생명공학의 이면을 우려하게 하는 부분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과학기술이 충분히 발달하면 모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하지만 그 시기에 이르러서는 우리는 정말 인간복제로 인간 자아의 정체성을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조지안 나스 등의 생명 윤리학자들은 복제 인간이 탄생할 경우 복제 인간의 정체성, 성의 개념과 기존 가족관계의 혼란, 상업적 목적으로 인간의 인체가 장기 이식 시장에서 상품으로 전락할 가능성, 무성 생식이 보편화할 때, 인간이라는 종 내부의 유전자 다양성 소멸 등의 문제를 제기함으로서 이러한 고민이 멀지 않음을 우려했고, 복제 양 탄생의 주역인 아이언 윌머트 등의 과학자들도 인간 복제에 대하여 우려하고 있다(재작년 뉴질랜드학회에서의 본인과의 면담).
이러한 우려에 미국 톰 하킨 상원의원 등은 “인간의 본성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많이 변했다. 현재도 사는 지역에 따라서 인간의 권리에 차이가 있고 복제 인간이 탄생하더라도 인간은 그 환경에 맞게 적응해 갈 것이다.”라는 낙관론을 피력하며 이를 규제하는 것은 오히려 인류의 올바른 발전을 무분별하게 막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생명공학의 발달은 인류에게 많은 혜택을 주었으며 앞으로도 무궁한 미지의 발전 영역이 남아있다.
그리고 그 미지의 영역은 이러한 관심과 애정 (고민?)이라면 인류에게 이롭게 작용하리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를 미래의 주역인 우리 젊은이들에게 고대해 본다. 생명공학의 정의‘인류에 있어서 유의한…’이 전제를 가슴에 새기고 인류의 실제적 이익에 봉사할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면 인간 복제를 앞에 둔 우리의 미래에서 ‘저것은 제품이죠, 인간이 아닙니다’라는 발언은 정말 공상영화에서나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명공학을 비롯한 모든 학문에 있어 인간존엄을 전제로 한 단계성과 현실에서의 응용성을 모두 내포해야 한다.
뜨거웠던 황우석 박사 열풍의 열기가 선선해지는 이 가을바람에 식지 않고 생명공학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노력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면서 현재의 우려와 논쟁이 우리 젊은이들에게 밝은 미래의 발판이 될 것이라 믿으며 새 학기 바로 그 미래의 주역들을 위해 연구실문을 좀 더 열어놓아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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