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아날로그
<백색볼펜>아날로그
  • <蕙>
  • 승인 2003.03.16 00:20
  • 호수 1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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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아라크네라는 여신이 나온다. 길쌈하고 베 짜는 솜씨가 가히 신기(神技)였다. 그녀는 직녀신이기도 한 아테나에게 도전장을 내밀만큼 교만이 하늘을 찔렀다. 노한 아테나는 노파로 변장해 솜씨를 겨뤄 아라크네를 거미로 만들었다. 이때부터 거미는 평생 실을 내 그물을 짜는 형벌에 시달린다. 사람들이 거미를 싫어하는 아라크네포비아(Arachnephobia)도 아테나의 저주 탓이라 한다.

◇‘포비아’ 즉 공포증은 특정 대상이나 처지를 병적으로 두려워 하는 현상이다. 그 종류만 해도 500가지에 이른다. 닫힌 공간을 무서워하는 폐소 공포증, 고소 공포증, 쥐·거미·뱀 따위를 싫어하는 동물공포증(Zoophobia)은 흔한 편이다. 나무·달·구름·마늘 따위를 사진으로만 봐도 기절초풍하는 사람들도 있다. 요즘 젊은세대, 디지털세대에게는 인터넷의 발달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 대인장애와 사회공포증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들은 아날로그 세대를 돌아보고 떠올릴 필요가 있다. 디지털 카메라가 아무리 발달해도 수동카메라 사진의 분위기를 연출해내지 못한다. 신문편집 기술이 발달해도 사람이 직접 손으로 판을 그리는 작업은 여전히 편집의 기본이 되고 있다.

◇얼마전 몇시간여 인터넷이 마비됐음에도 불구하고 2030세대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 하지만 요즘 디지털 세대들이 겪는 대인장애와 사회공포증 따위는 충분히 벗어날 수 있다. 컴퓨터를 끄고 공원에 산책 나가보는 것은 어떨까. 친구와 만나 수다를 떨어보자. 아날로그와 오프라인세상은 여전히 큰 힘을 발휘함을 느낄 것이다.
<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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