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 /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백묵처방 /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 심지홍
  • 승인 2005.11.08 00:20
  • 호수 11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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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묵처방-심 지 홍 교수
<경상대학·경제학전공>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앞으로 다가오는 태평양시대에서 동아시아 3국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한중일 세 나라 중 경제적으로 가장 앞서있는 일본은 정치후진국이다. 지난 60년간 보수당의 집권이 지속되고 있다. 아마 그래서 지난 10년간 장기침체를 쉽게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엄청난 속도로 우리를 따라오고 있는 중국은 일본과 정반대로 공산당 1당 체제이다. 한중일 3국 중 보수·진보의 양당체제가 확립된 나라는 우리나라뿐인데, 사실 이러한 선진국형의 정치체제를 가져다준 것은 1997년말의 외환위기이다.
90년 중반까지 잘 나가던 아시아의 나라들 중 모두가 외환위기를 겪은 것은 아니다. 자본시장을 개방한 나라만 외환위기를 겪었으며, 중국과 대만이 외환위기를 겪지 않은 이유는 자본시장을 개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본시장을 개방한 우리가 잘못한 것인가?
외환위기로 말미암아 평화적 정권교체가 나왔고, 또한 외환위기를 계기로 개발연대의 불균형성장이론이 시장경제와 균형성장 전략으로 대체되었다. 즉 외환위기는 해방이후 우리나라 근대 정치사와 경제사의 전환점이 된 것이다.
현재는 외환위기가 극복되었으나, 아직 성장 동력이 재충전되지 못한 상태이다. 그런데도 위기극복 과정에서 가장 개혁을 많이 했던 기업부문, 특히 대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었으며 금융부문도 구조조정을 통해 많은 향상을 가져왔다. 오히려 노동부문과 공공부문의 개혁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진보성향의 정권 탓일 것이다. 자본시장 개방으로 우리나라가 더 면역력이 커지고 강해진 것인지 아닌지는 좀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개방하지 않은 선진국이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개방자체를 탓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자본시장을 개방한 모든 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며 우리의 장래는 우리의 행위에 좌우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다른 선진국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 우리나라의 진보정권은 지난 30-40년 전의 선진국 진보정권이 겪은 시행착오를 답습하고 있는 감이 있는데 이보다는 최근 그들의 변화된 정책 및 전략을 배우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망은 실현되기 쉽지 않다. 그 무엇을 배우는 것은 초보단계부터 시작해야 하는 법이니까. 그래도 서양선진국의 자본주의 학습이 100년 이상 걸려서 성취한 경제발전을 우리는 30-40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이룩하였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실속이 없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대단한 업적으로 평가되고 우리의 자랑으로 여길 수 있는데 바로 우리 민족의 역동성 덕이다. 다른 예를 들어, 100년이 넘는 선진국 노사관계를 1987년 6.29이후 겨우 18년이 된 우리나라의 노사관계와 비교한다면 노사정위원회의 파행 운영 등 현재 문제가 많은 점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이 또한 빠른 시일 내 극복될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현재 참여정부의 미숙한 경제운용도 진보정당의 짧은 연륜 탓으로 볼 수 있으며 머지않은 장래에 성숙된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다.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점은 지난 개발연도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듯하다. 그러나 큰 시각으로 내려다보면 참여정부는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을 잘 구분하고 있다. 그래서 그동안 소외되었던 형평성 문제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문제는 성장이 저조하여 일인당 국민소득이 10년째 1만불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더욱이 경기회복의 조짐이나 투자분위기의 향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투자가 성장을 촉진시키고 성장이 분배를 개선시킨다는 사실에 기반을 둔 경제정책을 수행할 때 비로소 참여정부의 균형성장 전략이 긍정적인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
6자회담을 지켜보면 한반도를 둘러싼 4개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들이라 우리의 입장이나 처신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살길을 베네룩스, 스위스, 스칸디나비아의 나라들처럼 중립에 기반을 둔 강소국 전략에서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남북관계에서도 지나치게 북쪽 눈치를 보지 말고, 당당한 자세로 임해야 국민적 동의를 받을 수 있다. 독일의 엄청난 통일비용의 예를 들면서 대북지원액을 대폭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통일이전에 서독은 동서독관계에 한해서는 여야가 공동으로 정책을 수립하였던 사실을 본받기 바란다. 아무쪼록 우리도 앞으로 다른 선진국처럼 양당체제의 기틀이 마련되어 대략 10년 주기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상호 정책의 보완을 통해 경제력이 강한 나라로 발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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