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 참여정부 명칭감상
백묵처방- 참여정부 명칭감상
  • <>
  • 승인 2003.03.27 00:20
  • 호수 109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 까닭에 국민에 의한 정부는 국민정부이며 민주공화국정부이고 한국정부이다. 이것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고 1948년 초대 정부수립으로부터 이 ‘참여정부’ 성립은 아홉 번째 공화국이 출범된 셈이다. 그런데 이 공화국의 정부를 사회의 어떤 집단이 장악하느냐에 따라 정치권력의 주체는 달라지고 그 권력행사의 양태에 의해서 그냥 민주정부가 아니고 특정한 정권이라고 국민은 느낀다. 사실 초심을 일관하여 정치를 법대로만 이행한다면 어떤 정부가 정권을 행사해도 다를 것이 없을터인데 양의 탈만 보고 선택한 정권에서 끝내 야수를 보면 실망도 하는 것이다. 열광속에 출발한 자유당정권은 3·15 부정선거에 따른 4·19 혁명에 의해 독재정권으로 낙인되었고, 참 민주정치를 실현하려던 장면내각은 무능이란 오명으로 쿠데타의 빌미를 주었다. 군사정권은 그 싹부터 독재였다. 나라를 지키라고 쥐어준 총칼로 국권을 찬탈한 뒤에 형식적 민주절차를 밟았으니,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도사견에 물린채 30년을 하루같이 신음해 온 꼴이었다.
그 이후 군사정권의 의붓자식 같은 YS정권은 ‘문민정부’라 해서 군사정권이 아님을 강조했고, DJ정권에 이르러 명실상부한 ‘국민정부’를 창출하였다. 여기 ‘문민정부’, ‘국민정부’라는 의미는 그것이 완성되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DJ정권에서는 국회의원 수의 여소야대로 인하여 국회의원 꾸어주는 희대의 교작을 일삼았지만, ‘DJ행정부’라 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이런 속에 내각책임제가 거론되기도 했다.
이번 새 정부는 자칭 ‘참여정부’라 했다. 이 명칭은 첫째 어떤 사회집단이 참여해서 창출된 정부라는 뜻일 수 있고, 둘째 앞으로 5년간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문호를 개방하여 참여해달라는 미래지향적 의미일 수도 있다. 과거 정부명칭을 상기하면 전자에 속하고, 대통령과 젊은 검사들의 공개토론을 보면 후자의 의미까지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참여의 방법이나 정도에서 참여정부의 성격을 이해할 만한 근거가 있는가? 즉 참여정부가 사회의 각계각층을 얼마나 폭넓게 수용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예컨대, 재덕있는 재야인사가 자천, 타천으로 장관물망에 올랐다면 참여정부의 선택은 어떨까? 일전에 공자와 예수로 비유된 사람이 장관물망에 올랐었지만, 벌떼처럼 쏘아대는 네티즌들의 등살에 스스로 포기했다는 것이다. 인터넷 대통령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인터넷 여론의 위력은 대단하다. 이런 논리로는 참여정부에 참여하려면 참여정부를 창출한 참여자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든가, 그들과 성향이 유사한 사람이어야 되는 것이다. 극성스럽게 인터넷을 띄울 사람들은 예컨대 노사모, 노문모(노무현을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모임)와 같은 집단일 가능성이 높고 이들은 진보세력으로 알려졌다.
물론 진보의 저편에 진보도 보수도 아닌 대다수와 이에 대립된 보수세력도 없지 않지만, 대개 보수들이란 남의 팔매에 밤 주워먹는 이기주이자들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에도 소극적이라 여겨진다. 그러므로 인터넷 여론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강력한 소수 집단이 권력을 배경삼아 다수를 지배할 것이다.
또, 정통부 진대제 장관의 이중국적에 대하여 그 아들 병역문제가 불거지자 대통령이 “이 문제는 병역문제가 아니라 이중국적문제로 봐야 한다”면서 악의가 없었던 것이라 문제삼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강도혐의를 조사하던 중 살인혐의가 포착되면, 살인혐의는 덮어버릴 수 있다는 논리와 다르지 않다.
결국 참여정부는 이미 완성된 집단임을 뜻하는 동시에 권력의 막을 치고 정치적 방향을 의도대로 추진해 갈 전망이다. 따라서 상반된 견해의 소유자들과의 대화는 그들의 의사를 실천하는 방법상의 과정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굳혀진 참여정부는 외형상 민주당 속에서 나왔으나 여론을 형성하는 별개의 강력한 지지 집단을 가지고 있으므로 민주당과의 관계도 앞으로 주목될 만하다.
과거 YS정권은 전두환, 노태우가 나랏돈 수천억을 도둑질했다고 밝힘으로써 논리상 대통령이 김지하의 담시 五賊의 우두머리임을 입증했다. 또 YS와 DJ의 자식들이 뇌물죄와 노대통령 형에의 인사청탁이 권력과 권력주변의 빙산일각으로 본다면 한국에서는 부정과 비리의 집단을 5년마다 교체한다는 상상이 과장이겠는가? 어차피 권력은 부패하고 부패한 자가 권력을 원한다면 정치지망생은 이미 부패했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젊고 싱싱한 사람들을 원하는 그 마음씨를 높이 사고 싶다. 대통령이 더 젊은이들과 공개토론을 할 수 있는 그런 자신과 용기를 높이 사지만, 때로는 공개재판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참작되어야 한다. 이 젊음과 용기가 정의를 실현하는 원동력이며 깃털하나도 시궁창에 빠지지 않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국내외의 모든 정치는 國益을 우선하며 물처럼 흘러가는 사회질서는 참여정부의 합리적 잣대일 것을 기대한다. 이것이 이행되지 않는다면 젊음의 의미는 퇴색할 것이다.

이호영<문과대학/인문학부/ 사학전공>교수

 

<>
<>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