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경대-봉사활동 교육
화경대-봉사활동 교육
  • <>
  • 승인 2003.03.27 00:20
  • 호수 109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 학교에서 대외상 후보 학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수상후보 분야에 봉사부문이 있는데 마침 두 학생이 경합이 붙어 적절한 학생을 선발하는 데 기준을 정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되었다.
한 학생이 제출한 서류에 의하면 1, 2학년 때 봉사활동 시간이 무려 500시간이 되는 것이었고 다른 학생은 300시간이었다. 그런데 그 500시간 동안 봉사를 했다는 내용이 문제가 됐다. 모 사회복지기관에서 발급한 확인서에 의하면 일손 돕기(어르신 식사보조)에 40회 300시간. 서류 정리 25회 200시간이라는 것이다. 1회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을 짜맞춘 듯한 확인서였다.
그런데, 그 내용이 과연 본질적인 의미의 봉사활동이 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개학만 하면 학생들은 “난 우체국에서 서류 정리했어.”, “난 파출소에 가서 구두 닦았어.”, “누구는 아빠가 높은 사람이라서 그냥 도장만 받아왔는데 50시간이라더라.” 등등 얘기꽃을 피운다.
지금까지 우리 아이들은 입시에 시달리다 보니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잃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원천 봉쇄되어 왔다. 이러한 현실에서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과 다른 삶의 상황을 체득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이 봉사활동이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여 내신에 반영하고 대학 입시에 영향을 미치다 보니 인성교육의 도움이 되기는커녕 어떤 대가가 없으면 봉사를 할 수 없다는 반교육적인 모습으로 변질되고 있다.
봉사활동은 ‘학교 계획에 의한 봉사활동’과 ‘개인 계획에 의한 봉사활동’으로 나누어 진행되는데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기본적으로 학교 계획을 세워 청소 활동 등을 실시해서 학생들에게 연간 일정한 시간을 확보해 주고 있다. 심하게는 개인계획의 경우도 점수따기에 급급하다보니 손쉽게 할 수 있는 일만을 찾게 된다.
모 학교의 경우에는 지역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을 학생과 학부모가 팀을 이뤄 1년 내내 지속적으로 찾아가 청소해주기, 병원 모시고 가기, 은행 대신 가주기 등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 경우 봉사활동에 동참한 학생은 그 경험을 오랫동안 잊지 못하고 말 그대로 어려운 이웃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졸업 후에도 봉사활동을 지속하는 예를 많이 본다고 한다.
봉사활동에는 일손 돕기, 위문 활동, 캠페인 활동, 자선 구호 활동, 환경 보전 활동 등이 있어 다양한 활동을 유도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어떤 봉사활동이든지 사전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 사전 교육을 통해 봉사자의 자세, 방법, 사례 등 교육을 통해 봉사의 중요성을 인식시킨 후 전문 봉사자를 수행하면서 봉사활동의 실례를 보고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한 과정 없이 마음에도 없는 활동을 하고, 심지어 부모가 자녀의 점수를 몇 점 더 받게 하기 위해 하지도 않은 봉사를 한 것처럼 허위증명서를 떼 주는 비교육적인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학교에서도 교육과정에 편성되어 있는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하여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말 그대로의 인성함양 교육의 계기를 삼아야 한다.
눈에 드러나는 봉사 시간보다 활동의 과정에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행했는가 하는 내면적인 각성을 느낄 때 향후 건전한 시민운동의 차원으로까지 발전하여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유인식<교사> 동우

 

<>
<>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