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것을…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것을…
  • 정재철 교수
  • 승인 2006.04.04 00:20
  • 호수 11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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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묵처방
정 재 철 교수
<언론영상학부·언론홍보 전공>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것을…
난 학교를 출·퇴근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예전 지방 대학에 봉직했을 때는 시골길이 고즈넉하고 평화로와 늘 드라이브하는 기분으로 중고차를 몰고 다니곤 했다. 그러다 서울로 근무처를 옮기고 난 후 처음 몇 달 동안 승용차로 출퇴근을 해 보니 학교에서건 집에 돌아가서건 주차 공간이 넉넉지 않아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것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해서 몇 년 전부터 이젠 아예 버스를 승용차이려니 생각하고 출·퇴근시 그리고 시내에 볼일이 있을 때도 시내버스를 즐기면서 이용하고 있다. 우리 나라도 7·80년대와는 달리 이젠 대중교통도 승용차 못지 않게 편하고 안락하다. 시내버스에 에어컨과 난방 장치가 설치되어 있음은 물론이고 좌석도 편안해져, 이젠 많은 사람들이 서울의 교통 체증 그리고 매연도 덜 겸 대중교통을 이용했으면 하는 바람도 어느덧 갖게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에는 간혹 색다른 즐거움도 양념처럼 찾아든다.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그 몇 분의 자투리 같은 시간에 버스 정류장에서 나를 돌아보게 하는 위인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단대 뒷길 시내버스 정류장에 설치된 작은 쉼터 공간 유리창에는 이봉창 의사의 순박하게 웃는 얼굴이 늘 나를 반긴다. 1932년 일본 천황에게 폭탄을 던져 체포된 후 같은 해 일본 ‘이치가야’ 형무소에서 순국하신 이의사의 대형 사진은 오늘의 일상 속에 침몰해 왜소하게 사는 나를 자꾸 돌아보게 만든다. 또한 순국하기전 이의사가 남긴 사진 옆의 서약서 글귀도 나를 자꾸 감동하게 만든다. 그래서 잠시나마 선구자로서 시대를 앞서갔던, 평범했지만 뜨겁고 격정적으로 32년의 짧은 생을 살다간 한 애국지사의 삶을 생각한다. 한 시대를 움직이는 이들은 역시 행동하는 양심과 지성임은 이봉창 의사의 예를 보아도 자명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난 이번 학기에 언론영상학부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저널리즘’ 이라는 과목을 강의하면서 개혁에 앞장서는 누리꾼들의 2000년대의 새로운 흐름의 패러다임을 발견하고 작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다름 아닌 소위 포털 뉴스 미디어의 ‘댓글 저널리즘’ 현상 때문이다. 2000년 대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 사회의 여론을 주도하는 매체는 소위 조·중·동으로 불리는 주류신문들에 의해서였다. 대략 신문시장의 70% 정도를 이들 3개 신문들이 점유해서 여론 주도 매체라는 평가를 받기에 큰 무리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4~5년 전을 시발로 이러한 3개 언론사의 여론 주도 매체의 역할은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그 동안 주류 언론의 엘리트 혹은 전문가와 기자 집단에 의해 전유되었던 여론 주도 능력이,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 뉴스 미디어를 매개로 인터넷 공간 속에서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누리꾼들에게로 전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70년대와 80년대 군부 독재 시절 수직적 위계질서 속의 하향식 의사 전달 방식에 의한 여론 형성 과정을 떠올리면 이젠 정말 좋은 세상이 찾아온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얼마전 모 일간지의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의 댓글에 대한 조사 결과는, 지금까지 인터넷 언론을 대안 언론의 첨병으로 생각해온 나로서는 많은 상념에 빠지게 한다. 작년 12월 약 10일 동안 ‘네이버’ 뉴스 사이트 방문자 약 4천만 명 중 댓글을 남긴 댓글족은 전체의 0. 84%인 약 35만명 정도였다. 그리고 한달 평균 70건 이상의 댓글을 작성하는 ‘수퍼-댓글족’은 3. 4%로서 전체 댓글의 50. 6%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월 평균 1천건 이상의 댓글을 작성하는 ‘울트라-댓글족’도 1백37명으로 조사되었다.
이들 수퍼 그리고 울트라 댓글족처럼, 분명 한 사회에 비리와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열정적이고 개혁적인 소수의 리더들은 분명 필요하고, 어느 시대 건 선구자들은 동시대에 제 값으로 평가받지 못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난 포털 사이트에 끈기 있게 글을 올리는 ‘수퍼-댓글족’, 그리고 ‘울트라-댓글족’의 열정이 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동력임에는 크게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사회를 향한 열정이 아무리 크다해도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사실로 유포시켜 개인과 조직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누리꾼들의 사례들과, 인터넷 여론 생산이 다수 누리꾼들의 참여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소수에 의해 주도됨으로 일방적이고 전투적인 성향들을 나타내고 있는 현상은 적잖게 염려스러운 일들이다.
1930년대 일본의 강점에 저항하려 했던 이봉창 의사의 저항정신이 2000년대의 오늘, 누리꾼들의 ‘댓글’로 전화되어 오늘날 한국사회에 현시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누리꾼들의 의욕을 높게 사준다고 해도 일부 누리꾼들의 ‘지나침은 모자람만도 못하다’는 것을, 즉 ‘과유불급’하다는 것을 ‘백묵처방’ 지면을 통해 한번쯤 단국대학교 누리꾼들과 함께 성찰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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