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생활 속 과학
유레카! 생활 속 과학
  • 신동희 교수
  • 승인 2006.08.29 00:20
  • 호수 11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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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생활 속 과학
과학은 괴물?
영화 비수기인 한여름 휴가철에 개봉했음에도 한국 영화 흥행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는 영화 ‘괴물’이 화제다. 괴물은 순우리말로 도깨비라 할 수 있고, 영어로는 몬스터(monster)다. 도깨비는 ‘친숙한 괴물’의 어감을 갖는다. 몬스터란 말도 꼬맹이들의 전자 게임 주인공인 포켓몬스터 덕분인지 ‘주머니 속에서 진화를 거듭하는 귀여운 괴물’의 느낌을 준다. 이렇듯 우리에게 낯선 존재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괴물은 ‘괴이한 물건이나 생명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에게 친숙하다면 이미 괴물로서의 자격을 상실한다.
괴물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괴물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검증한다면 더 이상 괴물이 아닐 것이다. 인간의 힘으로 파헤치기 어려운 베일에 싸인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는 괴물을 두려워한다. 베일에 싸인 존재로 오랜 기간 존속하기 위해서는 희소성이 최우선 조건이다. 쉽게 볼 수 있다면, 아무리 크고 흉측하게 생긴 동물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괴물로 부르지 않는다. 그러나, 괴물은 잊혀질 만하면 나타나야 인간의 관심을 지속시킬 수 있다. 백두산 천지에 가끔씩 나타나 주는 괴물처럼.
영화 속 괴물은 당연히 가상의 동물이다. 가상의 동물을 현존하는 동물로 변신시킨 조물주는 컴퓨터다. 컴퓨터를 시조(始祖)로 하는 동물 친척들로는 킹콩, 고질라, 주라기공원의 모든 공룡들, 에일리언 등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다 ‘괴물스러운’ 공통점을 갖는다. 컴퓨터에서 태어난 이들 은 예외 없이 최고 흥행 영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영화 제작자들이 시간과 자본 측면에서 엄청난 비용이 듦에도 불구하고 고도의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하는 영화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이 당연한 근거다.

매우 복잡할 것 같은 컴퓨터그래픽은 도형과 색의 함수다. 흉물스러운 괴물의 모습은 (x, y, z) 좌표계로 표시되는 한 점들이 모여 선이 되고, 선들이 모여 면이 되는 기하학의 원리로 탄생되었다. 좌표계의 숫자를 가감함으로써 정지 상태의 도형, 즉 괴물은 꿈틀댈 수 있다. 괴물의 움직임이 60년대 만화 영화에서처럼 어설프다면 관객들은 외면할 것이다. 물리적 법칙에 따라 괴물의 움직임을 디자인해야 관객들은 살아 튀어나올 것 같은 괴물의 생생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 기술 없이는 숨 쉴 수 없는 영화 속 괴물들에게 생명의 은인은 과학자들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영화 속 괴물의 탄생 배경에 악역을 도맡는 것도 과학자들이다. 과학자들이 개인적 연구 욕심에 지나치게 집착한 결과 실수로 탄생한 영화나 소설 속 괴물의 역사는 ‘프랑켄쉬타인’을 비롯해 ‘더플라이(The Fly)’의 파리 인간, ‘주라기 공원’의 육식 공룡들, ‘헐크’의 브루스 등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영화 속 괴물은 핵전쟁, 환경오염, 또는 각종 생체 실험 과정에서 생긴 돌연변이나 유전자 변형의 산물인 경우가 많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도 한강에 방류된 독극물로 야기된 돌연변이 생명체다. 과학 기술 발전의 극치점에서 탄생한 괴물들이 결국 과학 기술 발전을 경계하는 전도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쯤 되니 과학과 과학자를 괴물 취급하는 괴물 영화들에게 은근히 섭섭함이 느껴진다. 컴퓨터그래픽으로 탄생한 가상의 ‘천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과학과 더불어 인류의 핑크빛 미래를 함께하는 과학 친화적 영화가 기다려진다.
신동희<사범대학·과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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