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같아야 되는가?
똑 같아야 되는가?
  • 최재선 동우
  • 승인 2006.09.12 00:20
  • 호수 11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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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같아야 되는가?

우리나라에서 교육문제만큼 민감한 것이 없다. 가정마다 거의 빠짐없이 한 두 명씩 수험생을 두고 있고, 학력과 학벌 여하에 따라 사회적 지위와 귀천이 아주 분명하게 갈라지기 때문이다. 더 많이 배운 사람은 더 많은 것을 차지하고, 그렇지 못한 계층은 철저하게 따돌림 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우리나라에서 버티고 살려면, 어떻게든 배워야 하는 것이 미덕이 되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이 같은 세상을 살아왔고, 내 딸 세 명도 세상이 달라지지 않은 한 이 같은 세상을 살아야 할 것이다. 암담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
고교 입시 평준화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의 기본 원칙은 평준화로 정착됐다. 학력·학벌을 통한 개개인의 서열화·등급화를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나는 아주 특별한 생각을 하고 있다. 교육 평준화 원칙이 과연 나라의 먼 장래를 봤을 때 과연 유효한 제도인가 하는 점이다. 사람마다 재능과 특성이 다르고, 세상에 나온 몫이 각각 다른데, 같은 틀 안에 넣어 비비고 볶아 ‘평둔화’를 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9월 7일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비판하는 논조를 비판하는 입장이다.
일부 신문의 사설 내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서울행정법원이 그제 학교별 대학 수학능력 시험 성적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연구 목적으로 제한했다지만, 포장은 하기 나름이니 주요 내용의 공개는 피할 수 없다. 그동안 정부는 자료 공개가 가져올 사회적 파장을 우려해 비공개 원칙을 지켜 왔다. 부작용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먼저 학교 및 지역 사이 수능 점수 차가 드러나고, 학부모들은 점수가 더 높은 지역이나 학교로 아이들을 보내고자 애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위장전입 등 갖가지 편법이 동원되고 실제 주거 이전 현상도 나타날 것이다. 점수가 낮은 학교에 대한 불신은 커져, 학교 교육은 외면당하고 사교육이 강화될 것이다. 대학 입학전형에서 내신 비중을 늘리도록 해 학교 교육을 살리려던 정부 정책은 벽에 부닥치고, 고교 등급제의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이다. 결국 평준화 정책의 뿌리가 흔들리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신문이 지적한 대로 학교별로 대학 수능시험 성적이 공개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것에 있는 것이 아니다. 수능 성적의 공개 여부에 관계없이 우리나라 교육은 이미 파행적이고, 철저하게 이원화되어 있다. 신문에서 지적한 바람직하지 못한 사태는 이미 교육현장에서 만연되어 있다. 법원의 판결로 현재의 문제가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은 크나 새삼스럽지는 않다. 학교 선생님의 말씀보다도 학원을 더욱 신뢰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지 않은가? 외국 또한 마찬가지다. 부모의 학력정도와 재산유무에 따라 자식의 장래도 판가름 나고 있는 것이 세태다.
평준화가 금과옥조는 아니다. 우리나라 교육이 직면한 문제점은 모두 다 알고 있다. 평준화를 아무리 주장해도 모두 같아지지 않는다는 현실을 냉철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다음 소외계층과 빈민, 그리고 학력 지진 그룹을 포용할 수 있는 교육대계를 짜는 지혜가 더 필요하다.

최재선<한국해양수산개발원
국제물류팀장> 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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