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 - 효율성과 형평성의 조화
백묵처방 - 효율성과 형평성의 조화
  • 심지홍 교수
  • 승인 2006.09.12 00:20
  • 호수 118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묵처방

심 지 홍 교수
<경상대학·경제학전공>

효율성과 형평성의 조화


올해 초 발표된 국민경제자문회의 보고서에 의하면 세계화, 성장잠재력 저하, 경제양극화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반성장이 필요하다고 하며, 대통령 신년연설에도 우리 경제의 심각한 문제를 양극화로 단정 짓고, 그 해결책으로 중소기업 활성화, 사회적서비스 확대, 비정규직 감소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구축 등을 제시하며 균형발전정책의 확실한 성과를 보이겠다고 한다. 이처럼 참여정부는 현재 우리나라의 문제점을 양극화로 보며 그 해결책을 동반성장 또는 균형발전에서 찾고 있다. 즉 분배로 양극화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것이다.
세계화시대를 맞이하여 심화되는 다양한 양극화 현상 중 기업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문간 (수출과 내수부문), 근로자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양극화와 소득 양극화문제는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근로자간 양극화 문제는 외환위기이후 증가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율에 기인하는데 노사정위원회의 기준에 의하면 2001년 27.3%에서 2004년 37%로 크게 증가하였다. 반면 OECD 기준에 의한 2003년 비정규직 비율은 미국 17%, 독일 30.3%, 일본 37.7%, 네덜란드 47.3%, 한국 24.5%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네덜란드의 비정규직 비율(47.3%)이 우리의 노사정위원회 기준 37%보다도 훨씬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네덜란드는 우리처럼 비정규직 때문에 시끄럽지 않다. 그 이유는 대우가 괜찮고 고용을 중시하기 때문이라는데 이런 점을 우리도 배워야 한다. 정규·비정규의 구분 없이 생산성에 따라 대우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소득양극화는 소득5분위 배율(1997년 4.49, 1998년 5.41, 1999년 5.49, 2002년 5.18, 2004년 5.41)로 알 수 있다. 외환위기이후 1998년과 99년 소득양극화가 악화되다가 2002년 다소 개선되고, 2004년 다시 나빠진다. 2004년 소득5분위 배율은 1998년 수준과 같은데, 이는 IMF 첫해의 분배수준으로 되돌아 간 것이며 그만큼 소득양극화가 심하다는 의미이다. 2004년 말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의 경제양극화문제 발표이후 2005년 대통령 신년연설에서 양극화문제가 이슈화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양극화 해소의 가시적인 성과가 아직까지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양극화 이슈가 정치적으로도 여당에게 도움을 준 것 같지 않다.
효율과 형평은 경제학에 등장하는 개념 중 가장 의미심장하고 포괄적인 두 가지에 속한다. 효율은 시장을 통한 효율성 극대를 의미하고 형평은 사회적 형평성 배려를 의미하며, 효율성은 성장으로 연결되고 형평성은 분배로 이어진다. (이를 마샬은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마음으로 표현하였다.) 형평성은 정부를 통해 시행되기 때문에 성장인가 아니면 분배인가의 양자구도를 시장인가 아니면 정부인가 라는 시각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어떤 선진국에서도 시장과 정부를 양자택일하지 않으며, 시장경제로 성공한 선진국일수록 정부개입에 의한 분배 내지는 사회안전망이 잘 정비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문제는 시장인가 정부인가가 아니라 효율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추구하되 어느 편을 우위에 두는가이다. 현재의 세계화 시대에는 치열한 경쟁 때문에 모든 선진국에서 효율성에 우위를 두고 있으며 우리도 예외일 수는 없다. 따라서 현재 우리의 사회보장 지출 수준이 선진국보다 낮으므로 분배에 더 치중해야한다는 견해는 문제가 있다. 이보다는 분배의 비중을 시간을 두고 점차적으로 증대시키되, 성장에 부담을 주지 않은 분배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지난 3년간 투자가 저조한 원인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문제점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의 부실일 것이다. 투자 저조가 성장 둔화를 낳고 고용 창출도 어려워지니까 정부는 세수증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집착하였다. 그러나 세금인상 때문에 소비가 더욱 감소하고 있다. 장하준/정승일은 위기이전의 우리 경제시스템이 장기적 목표를 향해 과감히 투자하는 체제였던 반면 위기이후의 저투자와 저성장은 시장개혁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즉 단기 수익을 목표하는 주주자본주의의 시각에서 볼 때 투자와 고용의 감소는 정상적인 결과이다. 위기 이후 개혁세력이 내실 있는 성장을 목표로 한 결과 요소생산성은 높아졌지만, 요소투입, 즉 외형은 커지지 않고 있다. 우리 경제가 국민소득 2만 불을 넘어 3~4만 불로 가기 위해서는 아직도 외형, 즉 시설투자가 커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이 끊어진 이유는 시설투자를 안 하기 때문이며, 그래서 고용 창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세계화이후 지구촌 전역에 걸쳐 갈등의 시대를 맞이한 듯하다. 갈등이란 사회의 다양화에서 나오기도 하며 경쟁의 산물이기도 하다. 다양화 사회가 단조로운 사회 보다 더 발전적이므로 갈등을 나쁘게만 볼 수 없다. 정치적으로는 보수와 진보가 균형을 이루고, 경제적으로는 성장과 분배가 조화를 이루며, 산업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균형발전이 바람직하다. 성장전략도 신자유주의의 내실 있는 성장과 정부주도의 외형적 성장간의 조화가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