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 - 경제학과 생태학의 통합
백묵처방 - 경제학과 생태학의 통합
  • 이효선 교수
  • 승인 2006.09.26 00:20
  • 호수 11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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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묵처방
이 효 선 교수
<경상대학·경제학부·경제학전공>

경제학과 생태학의 통합
새로운 경제학적 세계관을 만들어야 할 때

폴란드의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는 「천구의 회전운동에 관하여」라는 책 속에서 지구가 태양주위를 돈다고 기존의 견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이론은 당시 과학자, 신학자를 비롯한 학자들 사이에 광범위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기존의 이론, 즉 ‘천동설’을 대체하는 코페르니쿠스의 새로운 이론은 사고의 혁명을 가져왔고, 결국 새로운 세계관을 형성하였다.
오늘날 지구와 경제활동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우리의 세계관 역시 이와 유사한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 전환은 어떤 천체가 어느 것의 주위를 도느냐라는 차원이 아니라, 환경이 경제의 일부인가 아니면 경제가 환경의 일부인가라는 차원이다. 경제학자들은 환경을 경제의 일부로 간주하는 반면, 생태학자들은 경제를 환경의 일부로 인식한다. 천동설로 비유될 수 있는 경제학자들의 견해는 우리가 현대세계를 이해하는데 혼돈을 주고 있으며, 경제와 경제활동 자체의 기초가 되는 생태계간의 조화를 방해하고 있다. 경제이론은 경제활동이 어떻게 지구의 자연계를 혼란시키고 파괴하고 있으며, 북극해의 얼음이 왜 녹아내리고 있는지, 또한 중국 내몽고의 초원이 왜 사막으로 바뀌고, 남태평양의 산호초들이 죽어 가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생태학자들은 역시 경제학자들과 마찬가지로 근래의 기록적인 경제성장을 현실 그대로 인정은 하지만 생태학자들은 이러한 경제성장이 그 자체를 지탱해 주는 체제들과 점점 더 큰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지, 얼마 전 미국 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가 출연한 환경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감독 데이비스 쿠겐하임)」에서 지적한 것처럼 우리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살인적 폭염, 사막화와 가뭄, 강력태풍과 허리케인, 폭우와 호수, 해수면상승 등 기상이변으로 심상치 않은 재앙이 몰려오고 있다는 경고 등 지구의 자연자본을 빠르게 잠식하기 때문에 결국 경제적 쇠퇴라는 환경파괴적인 경로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고 파악한다.

따라서 생태학자들은 경제전체가 생태계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경제성장이 지속되려면 경제와 지구생태계간의 안정적인 관계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제, 즉 우리를 원하는 곳으로 인도하지 않는 경제활동을 해왔다. 코페르니쿠스가 수십 년의 천체관측과 수학적 계산을 거쳐 새로운 천문학적 세계관을 만들어 냈듯이 우리 역시 수십 년의 환경관측과 분석들을 토대로 새로운 경제학적 세계관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과학사가 토마스 쿤(Thomas Khun)의 말대로 ‘너무 급진적이긴 하지만 경제학과 생태학이 통합되어야 한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는 초학제적접근(transdisciplinary)방식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연생태계는 경제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어장과 같은 기본자산에 비유할 수 있다. 만약 어장의 산출이 지속가능한 수준을 넘어서면, 물고기 총량이 줄어들고 동시에 그 기본자산으로부터 발생하는 현금 흐름 또한 사라진다. 21세기를 접어든 지금 우리의 경제활동은 자연자본이라는 기본자산을 소모하면서 자신을 지탱해주는 체계들을 서서히 파괴하고 있다.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자연 자본에 대한 수요증대는 이미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기후변화를 제외한다면 환경파괴와 교란을 초래하는 경제적 효과들은 대부분 어장붕괴, 경작지 황폐화, 숲의 감소와 같은 국지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국지적 피해도 계속 축적된다면, 결국 세계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점점 더 통합되어가는 세계경제에서, 지역생태계의 붕괴는 전 세계에 걸쳐 경제적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셉테인터(Joseph Tainter)가 「문명의 몰락」이라는 자신의 책속에서 언급했듯이 인류문명의 몰락이 과연 환경파괴, 기후변화, 내부갈등, 외부침입 그 어느 것 때문인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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