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바로보기 아즈망가대왕 리뷰
대중문화 바로보기 아즈망가대왕 리뷰
  • 이진주 학우
  • 승인 2006.09.26 00:20
  • 호수 11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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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바로보기 아즈망가대왕 리뷰
연예인, 이성연애의 진부함 탈피한 만화
아무 생각없이 웃고 싶은 날 강추
“좌충우돌, 북적북적 살아간 그들의
고등학교 시절이 빛나는 건
혼자가 아닌 함께 였다는 사실이다”

‘안 그래도 인생이 피곤해 죽겠는데, 심각하거나 재미없는 것은 정말 싫어!’라고 생각하며 뭔가 재미있는 것이 없을까 만화방을 기웃거리던 어느 날 제목에서부터 심상치 않게 내 눈을 끌었던 이 만화,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와서 괜시리 싱숭생숭한 청춘들에게 권하고 싶어졌다.
대학에 들어가면 모든 게 해결될 것만 같았던 학창시절을 떠올리면서, 그래도 나는 어떤 과정들을 잘 견뎌 왔다- 라는 생각으로 위안삼고 싶은 날들. 그러나 복잡했던 기억들, 괴로웠던 순간들은 잠시 제쳐두고 마음껏 웃고 싶을 날 강추, 특히 연애를 비롯한 기타 끈적끈적한 기분에 사로잡힌 분들을 위하여, 아무생각 없이 그냥 웃어도 좋다.
‘우왓, 나도 이런 적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절로 나게 하는 이 만화는 학원물임에도 불구(?)하고 찐한 연애담이나 온 신경을 집중시키는 꽃미남,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끈적한 갈등관계도 없이 시종일관 유쾌하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로 훌쩍 월반한 귀여운 소녀 치요, 카리스마 넘치는데다 운동까지 잘해 팬클럽도 있지만 귀여운 걸 보면 사족을 못 쓰는 사카키, 어디든 안 끼는 곳이 없는 자칭 폭주여고생 토모, 성적과 진학, 다이어트에 고민하는 현실적 캐릭터 요미, 단지 오사카에서 전학 왔다는 이유만으로 오사카가 되어버린 오사카 등등. 거기에 도저히 선생님 같지 않은 선생들- 엄청난 다혈질의 소유자 영어선생 유카리,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체육선생 냐모, 전형적 여고생 페티쉬 변태선생 키무라, 유카리의 천적 교장까지 어른들이라고 해 봐야 별로 심각하지도 진지하지도 않다. 이들이 북적북적 만들어가는 학교생활, 절로 웃음이 터져 나오는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치요를 태우고 다니는 개 타다키치, 사카키를 깨무는 고양이, 사카키를 찾아 바다를 건너온 야생 고양이 마야, 상상 속에서 치요의 아빠로 등장하는 기묘한 고양이 캐릭터 또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만화방 구석이나 혼자 쓰는 방을 권한다. 이 책 들고 전철 탔다가 여러 번 주목받았다. 수업 중 몰래보는 건 더더욱 금물! 킥킥거리다 걸리기 딱 좋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케케묵은 속설이나, 어쩐지 그럴싸하게 그려내는 불안하고 우울한 소녀 캐릭터의 식상함, 기껏해야 남자를 사이에 두고 여자친구들끼리 눈물콧물 짜내는 신파 학원물들 사이에서 「아즈망가대왕」은 단연 빛나는 ‘여자만화’다. 간간이 남학생이 등장하기는 하나 그들의 역할이란 이곳이 ‘남녀공학’이라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 정도, 틈틈이 나타나는 교장과 키무라도 어딘지 우스운 주변캐릭터일 뿐 이야기 중심은 철저히 ‘여자들의 이야기’로 흘러간다. 잠깐 옛 연애에 울컥하는 냐모 선생이나 사카키를 위해서라면 위험천만한 유카리의 차에라도 함께 타겠다는 카오린의 일편단심, 귀여운 것들에 대한 사카키의 무한한 애정이 있을 뿐 그녀들은 이성에 별반 관심이 없다. 여고생을 다루는 가장 식상하고도 진부한 소재-연예인, 이성연애, 성적 호기심에 대한 탐닉-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이 만화는 충분히 신선하다.
주로 4컷 만화로 전개되는 구성이지만 (특별한 에피소드를 길게 전개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분명하고도 강렬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 치요의 월반과 함께 고등학교 생활을 함께 시작한 여자친구들은 엄청난 나이 차이나 키 차이, 성격차이를 뛰어넘어 즐겁고 유쾌하게 살아가고 성장한다. 시험, 방학, 수학여행, 체육대회, 아르바이트, 여자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 대학입시, 그리고 졸업. 좌충우돌, 북적북적 살아간 그들의 고등학교 시절이 빛나는 건 혼자가 아닌 함께였다는 사실,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들 때문일 것이다.
졸업과 함께 아즈망가대왕 친구들의 인생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열리겠지만, “졸업을 해도 우리는 언제나 함께”라는 치요의 독백이 있기에 더더욱 기쁜 마음으로 마지막 책장을 덮는다.
책장에 두루 꽂아두고 심심하거나 우울할 때, 인생 참 피곤하다고 생각할 때마다 펼치게 되는 이 만화, 읽다 보면 어느새 자신과 닮은 캐릭터를 발견하면서 유레카를 외친다. 인생 뭐 피곤하게 살 거 있어?

이진주<국문·3>
pearl2891@hanmail.net

▲ 시종일관 유쾌힌 만화, ‘아즈망가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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