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경대- 호모사피엔스
화경대- 호모사피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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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4.03 00:20
  • 호수 1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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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퇴근길에 두개의 신문을 사 보았다. 그날 무슨 일 때문인지 보지 못했던 조간신문 하나와 퇴근길에 막 찍어낸 지하철 가판에 뿌려진 석간신문 하나. 두개의 신문에는 이런 글이 실려 있었다.
먼저 조간신문.
“... 어느 과학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간에 의해 과학 문명이 몰라보게 발달한 오늘날, 인간의 두뇌는 신석기 시대에 비해 크게 달라진게 없다. 첨단 과학문명으로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키고, 인류를 파괴하고, 인간을 병들게 한다. 과학문명을 발달시킨 인간의 두뇌는 대단히 진보한 것 같지만, 서로 먹고 먹히는 신석기 시대의 인간에 비해 별로 진일보 한 것이 없다...”
석간신문.
“... 인류의 역사를 바꾼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징기스칸이나 네로황제나, 나폴레옹은 인류의 역사를 바꾼 것 같지만 그들은 지도만을 바꾸었을 뿐이다. 진정 인류의 역사를 바꾼 것은 도구의 개발이었다. 인류가 도구를 개발해 이용하면서부터 진정한 인류의 역사가 시작 되었고, 오늘날에도 가장 빨리, 미래적 도구를 개발하는 국가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 네안데르타인이 멸망했을까? 동시대, 도구를 이용할 줄 알았던 호모사피엔스는 살아남아 인류의 기원이 되고 있다. 도구라고 해봐야 나무창으로 물고기나, 작은 동물 정도를 잡는 것에 불과했을 텐데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도 결과는 뻔한 것이다. 오늘날 미래적 도구를 가장 앞서 만들고, 실현하는 미국의 ‘기계적 도구’들은 머지않아 티그리스, 유프라테스라는 4대문명 중 하나를 발상시킨 이라크인들을 멸망하기 직전의 네안데르타인으로 만들 것이다. 분명 미국은 지도만 바꾸려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국제사회의 반전운동이 거세도, 이라크에 수만의 인간방패가 진을 쳐도, 기아에 배불뚝이가 된 이라크의 어린이들이 까닭모를 눈물을 훔쳐도, ‘미국의 두뇌’는 바꿀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발칸반도에서도 그랬고, 아프가니스탄에서도 그랬고, 지금 이라크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
그들은 때론 ‘세계의 질서를 위한다’며, 때때론 ‘인류의 긍극적 선을 위한다’며 그들의 창을 저팔계 삼지창 휘드르 듯 세계를 향해 무지막지 하게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의도대로 이라크전이 끝나면 다음엔 또 어디가 될 것인가?
문득 모골이 송연해 진다. 순간 조간신문으로 시선이 꼿히고, 인간의 두뇌는 신석기 시대에 비해 진일보 한 것이 없다는 문장 하나가 전율케 한다. 기계문명의 축복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그 기계문명으로 인해, 한 순간 신석기 시대 쯤으로 돌아 갈 수 있다는 공포감이 엄습하는 것은 필자만의 강박일까?
그래 이쯤에선 조심하자. 그래서 재빨리 파병도 결정한 것이 아닐까. 그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아닐지라도, 자존심이라는 도구하나로 이 위기를 넘기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네안데르타인도 멸망했고, 발칸반도도 폐허가 되었고, 아프가니스탄도 잿더미가 되었다. 그들은 몇 백 만년 만에 부활한 호모사피엔스이기 때문이다.
권항주<본사> 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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