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생활 속 과학 ⑥ 한반도, 영화 ‘투모로우’의 주무대 될 것인가
유레카! 생활 속 과학 ⑥ 한반도, 영화 ‘투모로우’의 주무대 될 것인가
  • 신동희 교수
  • 승인 2006.10.10 00:20
  • 호수 11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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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생활 속 과학 ⑥

한반도, 영화 ‘투모로우’의 주무대 될 것인가

더운 추석 연휴가 지났다. 음력 윤달 때문에 다른 해보다 꽤 늦어진 추석이었지만 전형적인 10월의 선선함을 느끼기 어려웠다. 한반도는 그 면적은 작지만 남북 방향으로 길쭉한 생김새 때문에 1월의 -3℃ 등온선을 기준으로 냉대와 온대 기후가 동시에 나타난다. 한반도의 남쪽은 거의 모든 지역이 온대 기후대에 속하여 ‘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 볼수록 정이 드는 산과 들을 가진 아! 대한민국!’을 자랑해 왔다.
이랬던 한반도가 변신 중이다. 최근 2~3년간 우리나라에서 나타난 변신의 증후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 9월 말, 서해안 비무장지대 인접 지역인 백령도와 대청도에서 아열대성 희귀 나방이 발견되었다. 영등포에서는 아열대 기후에서만 자라는 바나나가 열매를 맺었고, 경북 영양에서는 열대나 아열대의 다습한 산림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열대하늘소가 나타났다는 희소식(稀消息)인지 희소식(喜消息)인지 모를 소식들이 연이어 들려왔다.
지난 여름에는 아열대성 기후대에 주로 분포하는 말매미의 시끄러운 울음소리가 열대야에 지친 도시민들을 더욱 지치게 만들었다. 지난 해 7월 중순, 제주도에서는 열대성 독성 해파리가 다량 출현해 물놀이하던 사람들을 쏘아버린 일도 있었다. 동해에서는 명태나 정어리 등 한류(寒流) 어종이 급감하고, 오징어, 멸치, 고등어 등 3개 난류(暖流) 어종이 연근해 어업 생산량의 반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지난 장마 기간의 강우량이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열대야 일수가 1900년대 초반에 비해 2배나 늘어났으며, 활엽수가 슬금슬금 침엽수 자리를 빼앗고 있는 것도 심상치 않은 변화들이다.

이런 현상들은 모두 지구 온난화의 결과고, 한반도는 지구 상의 그 어느 지역보다 더 빠르게 온난화 급류를 타고 있다. 20세기 동안 지구의 평균 기온은 0.6℃ 상승한 반면, 우리나라의 평균 기온은 1.5℃나 상승했다. 기온이 상승하면 수증기 증발량이 증가해 대기 중 수증기량도 증가하게 된다. 기온이 1℃ 상승하면 대기 중 수증기 함유량은 7%나 상승한다. 결국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비가 내리게 된다.
한반도 온난화의 심각성은 해수면 상승 속도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9년 동안 지구 전체의 해수면 상승 속도가 연평균 2.8㎜인 반면, 우리나라의 연평균 해수면 상승 속도는 5.4~6.6㎜다. 이렇듯 기온과 해수면 상승 속도에 있어 지구 평균 상승 속도를 2배 이상 웃도는 한반도가 지구 온난화의 비극을 묘사한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의 주무대가 되는 건 아닐지 염려된다.
세계 최고 속도의 온난화 과정을 겪고 있는 한반도 기온 상승의 일등 공신이 이산화탄소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에 덧붙여 20세기 내내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발휘된 한민족 특유의 뜨거운 열정이 한반도 온난화를 가속시켰을 수도 있었다는 실없는 상상도 해본다. 한반도 온난화와 관련하여 엉뚱하지만 희망 가득한 꿈도 꿔본다. 이 ‘꿈’은 4대 인류 문명 발상지 중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도 등 세 곳이 아열대 지역에 속한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온대에서 아열대로 변신 중인 한반도는 미래 지구의 새로운 문명 중심지로 변신할 것이다.’
신동희<사범대학·과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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