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열풍
논술 열풍
  • 유인식 동우
  • 승인 2006.10.10 00:20
  • 호수 1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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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열풍

논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논술이 대학 입시의 주요 전형 방법으로 채택되면서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관심도 높다. 사설 입시 종합학원은 재빠르게 논술 준비 체제로 전환하고 있고, 이 열풍은 초등학교에까지 파급되어 논술만으로도 대학을 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있다.
언론이 이를 부추기고 있고 너나할것없이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논술 특강’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요하게 여겨지던 내신은 그 신뢰도와 변별력을 잃어가고 있고, 하향 평준화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일종의 ‘자격고사’로 중요도가 떨어지고 있다. 때문에 대학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춘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는 입시 제도를 마련하기 시작했고, 그 대표적인 것이 논술 시험과 구술 면접시험이다.
게다가 ‘통합 논술’이 등장하면서 논술은 여러 교과의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 체계로 재조직하거나 어느 한 교과의 지식을 다른 교과의 영역에 확대, 전이, 적용시킬 수 있는 창의적 사고 능력을 요구하게 되었다.
지난 해 모 대학이 발표한 ‘통합 논술’의 출제 방향을 보면 ‘교과서에 나온 제시문이나 주제를 최대한 활용하여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학생 스스로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출제한다’면서 ‘인문계열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하고 자연계열은 단순 지식의 암기가 아니라 수리적 · 과학적 사고력을 묻는 문항을 출제하며, 과학의 경우도 어느 한 분야로 명확히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각 학문 분야가 복합적으로 얽혀져 있으므로 가능한 통합적인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문항을 출제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기초한 통합교과의 형태’이다. 그러나 내신·수능과 연계한 논술 준비는 학교 수업 시간에 이루어져야 하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개별 과목을 타 교과와 연계하여 수업하기가 어렵다. 이것은 현재의 교육과정이 안고 있는 문제 때문이다. 학생들은 인문사회과정과 이공과정, 직업과정으로 계열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따라 최소한의 과목을 공부하게 된다. 선택의 폭도 한정되어 있다. 이런 과정에서 심하게는 ‘수학’ 과목을 포기한 인문계 학생, ‘언어’를 소홀히 하는 자연계 학생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통합논술’을 얘기하면 몇몇 대학을 진학하고자 하는 상위그룹의 일로 치부될 수 있다. 학생들은 무엇보다 ‘통합’의 차원이 아니라 내신, 수능, 논술이 소위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는 위협적인 부담으로만 작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어쨌든 최근 몇 학교는 ‘통합 논술’에 ‘대처’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소위 ‘전문가’를 초빙하여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팀 티칭’을 위해 교과목의 경계를 뛰어넘어 발버둥을 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는 이미 이런 흐름을 다른 통로로 해결하거나 방관하고 있다.
‘논술’은 영어로 ‘essay’라고 할 수 있다. ‘essay''는 주어진 제시문을 이해하고 해석하여 자신의 생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글을 상시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대학에서 요구하는 논리적-창의적-종합적 사고 능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최근 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 중심의 교육’, ‘자기주도적 학습’ 등 활동 중심의 교육이 교실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장기간에 걸친 사고 훈련을 통할 때 읽기-듣기 등 이해 능력과 말하기-쓰기 등 표현능력이 길러질 것이다.
변화의 추이는 옳은 것 같은데 그것을 따르기가 너무 어렵다. 이래서 ‘도태’되는가 보다.
유인식<교사> 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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