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생활 속 과학 ⑦ 핵의 두 얼굴
유레카! 생활 속 과학 ⑦ 핵의 두 얼굴
  • 신동희 교수
  • 승인 2006.10.17 00:20
  • 호수 11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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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생활 속 과학 ⑦ 핵의 두 얼굴

‘시절이 하 수상(殊常) 하니’ 핵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지난 30년 동안 북핵 관련 소식은 우리의 국제 관계는 물론이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거대한 쓰나미급 파장을 일으켜 왔다. 이번 북한 핵실험의 성공 여부에 대한 판단이 국가마다 엇갈리고 있기는 하지만, 핵실험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국제 사회가 받는 충격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바라보는 시각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부정적 측면이 지배적이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국가 간의 복잡한 역학 관계에서 기인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은 우리를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는 모 국회의원의 최근 발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대개의 사람들은 핵무기가 ‘우리를 겨냥했을 때’ 겪게 될 직접적인 피해에 대해 우려하는 단순한 마음에서 북한의 핵실험을 걱정한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이나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등은 우리가 ‘핵’이란 말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재앙이 연상되고 본능적 거부감이 생기게 하는 데 한 몫 했다.
고등학교 과학 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기억해 보자. 세상의 모든 물질은 아주 작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고, 원자는 중심의 원자핵과 그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로 구성되어 있다. 우라늄 같은 무거운 원자핵이 중성자를 흡수할 때, 원자핵이 쪼개지는 현상이 핵분열이다. 연속적인 핵분열, 즉 핵분열 연쇄 반응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에너지를 ‘집중시켜’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핵무기로 탈바꿈시키는가, 아니면 이 에너지를 원자로라는 장치를 통해 ‘분산시켜’ 무공해 청정에너지를 생산하는 핵발전소로 활용하는가 하는 것은 인간의 선택이다.
우라늄에는 핵분열이 일어나는 우라늄-235와 핵분열이 일어나지 않는 우라늄-238이 있다. 자연에 존재하는 천연 우라늄은 우라늄-235가 0.72% 밖에 없고 나머지는 우라늄-238로 되어 있다. 핵폭탄의 연료로는 핵분열이 쉽게 일어나는 우라늄-235를 90% 이상 고농축한 것이 사용된다. 핵 발전의 경우, 에너지를 장기간 조금씩 발생시켜야 하므로 여기에 쓰이는 연료는 우라늄-235가 2~5% 정도 밖에 포함되지 않고 나머지는 우라늄-238이 차지한다. 핵폭탄과 핵 발전 모두 핵분열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연료, 장치, 구조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핵폭탄이 성냥갑 속에 꽉 들어찬 성냥에 불을 붙여 그 안의 성냥을 한꺼번에 태우는 원리라면, 핵 발전은 성냥개비를 한 줄로 늘여 놓고 불을 붙여 한 개비씩 태우는 원리다.

1987년 대통령 선거 때의 일이다. 대선 후보 초청 관훈클럽 토론에서 D일보 논설위원과 당시 모 대통령 후보 K씨 사이에 오갔던 질문과 답변은 아직도 머리 속에서 생생하다.

D일보 논설위원: “후보께서 말씀하신 한반도 비핵 지대화에 전술핵도 포함되는지요?”
K 대선 후보: “원자로 말씀입니까?”
D일보 논설위원: …

악마와 천사의 두 얼굴을 가진 핵의 활용을 혼동해 버린 대통령 후보의 과학적 무소양(無素養)으로 왠지 모르게 국가의 미래가 불안해 졌던 기억이 떠오른다. 여하튼 예나 지금이나 핵의 일그러진 한 쪽 얼굴만 계속 부각되는 우리의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신동희<사범대학·과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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