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의 캠퍼스 - 콘티작가 강 숙(동양화·97졸) 동문
멘토의 캠퍼스 - 콘티작가 강 숙(동양화·97졸) 동문
  • 최정빈 기자
  • 승인 2007.03.13 00:20
  • 호수 11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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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하게 자기 영역에 대해 사고하는 습관을 가져라



대학시절 그림을 그리다보니 사진에 관심을 가졌고 사진학에 대해 공부하면서 ‘빛’이란 무형의 존재에 궁금증을 가져왔었다. 그런 그녀는 한때 연극배우를 꿈꿔 극단에 들어갔고 손에 동상이 걸릴 정도로 맨손으로 티켓 팅에 나섰지만 이상과의 괴리로 좌절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빛에 대한 궁금증에 사로 잡혀있을 때쯤 운명처럼 영화 촬영의 조명부 스텝을 시작할 기회가 생겨 조명부 스텝을 시작한다.


영화 ‘링’, ‘천일동안’의 조명부 스텝으로 있으면서 그녀의 숨길 수 없는 그림실력이 눈에 띄어 그녀는 콘티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21세기의 유망직업 ‘콘티작가’ 또 다른 말로는 ‘스토리보드작가’인 강 숙(동양화·97졸) 동문이 탄생한 것이다.


지난 10일, ‘여자X4’ 16부작 드라마 올 콘티를 목표로 매일 바쁘게 작업 중인 그녀의 작업실을 찾았다.
그녀가 말하는 ‘스토리보드작가’는 “글로 된 시나리오를 영상으로 옮기기 위한 설계도를 그리는 또 다른 설계자”라고 한다. 즉 모든 컷을 그림으로 구체화 시켜 연출자의 의도를 스텝들과 공유 시키는 중간자의 역할이다.


강 동문이 ‘스토리보드작가’가 된 것은 퍼즐처럼 짜여있는 그녀의 관심과 소질이 맞춰져서다. 한 때 화가가 꿈이었던 그녀는 항상 노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사람들, 소품, 가구, 인테리어 등을 그렸고 이를 통해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또한 사람들을 만날 때면 항상 기록을 남기는 그녀는 다양한 사람들을 그 기록을 통해 경험하고 기억한다. “여러 상황과 공간을 겪어보고 경험하는 것은 콘티를 짜는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경험을 두려워해선 안돼요. 경험은 나를 만들고 나를 찾게 만들어주는 일입니다”라며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녀다.

“10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콘티에 대해 이제 알 것 같다”며 “계속해서 창조적인 역할과 영화의 이상적 결과 유도에 능동적으로 도움이 되는 ‘콘티작가’가 되고 싶다”며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꼈고 “그러나 사회에 정보가 넘쳐나는 만큼 요즘 전문성 결여현상이 사회 전체적으로 나타나, 전문가는 상대하기 힘든 원로로 전락하고 있다”며 전문성의 중요성과 “진정한 전문가는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콘티작가’를 꿈꾸는 단국인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콘티작업은 감독과의 공동 작업입니다. 모든 사회생활이 그렇듯이 대인관계에 원활하려는 개인적인 노력이 필요하죠. 감독과의 좋은 관계에서의 대화는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고 좋은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거든요.” 또 “글을 읽으면서 영상을 떠올리는 훈련, 영상을 보면서 그림으로 옮기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라며 자신이 직접 콘티작가로서 훈련했던 방법들을 권했다.


이런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강 동문에게도 ‘콘티작가’로서 열정을 이어가기 힘들었던 순간들은 있었다. “콘티작가는 프리랜서 입니다. 규칙적으로 일이 잡혀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경쟁을 통해서 일을 따내는 거죠. 휴식기만 몇 개월이 될 수도 있고 쉬지도 못하고 일이 잡혀 있거나 두 작품씩 일이 겹칠 수도 있죠.” 그래서 “불규칙적인 일의 양 때문에 스스로에게 맞는 일이면서도 경제적인 부담에 힘들어 포기하려는 생각도 해봤다”는 그녀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기에 결국 콘티작가로서 10년째에 다달았다. 그동안 ‘장화, 홍련’, ‘제니주노’, ‘여선생vs여제자’, ‘어린신부’, ‘너는 내 운명’, ‘맨발의 기봉이’, ‘그 놈 목소리’ 등등의 수많은 작품을 해왔다. 또한 ‘이장과 군수’, ‘어깨너머의 연인’, ‘못 말리는 결혼’ 등의 개봉 예정작 또한 그녀가 담당한 영화다.


그녀가 단국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신 차리고 지내자!”이다. “한 가지에 몰두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경마장의 말처럼 양옆을 가리고 앞만 보고 가는 것은 사람을 좁게 만든다”며 “스스로 멀티(multi)하게 자기 영역에 대해 사고하는 습관을 가져라”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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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ndykik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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