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생활 속 과학 ⑮
유레카! 생활 속 과학 ⑮
  • 신동희 교수
  • 승인 2007.03.20 00:20
  • 호수 11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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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생활 속 과학 ⑮
지오투어(Geotour)의 세계

계절의 여왕, 봄이다. 여행하기에 봄처럼 좋은 계절이 없다. 주 5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직장이 많아지면서 여행은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생활에 더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생활의 일부가 된 여행은 과거에 비해 다양화되고 잦아져 더 이상 특별 이벤트가 아니다. 최근에는 여행이 그저 새로운 볼거리, 먹거리를 경험하는 것에서 벗어나 생태 체험 여행, 역사 유적 탐방 등 테마 여행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
독일과 영국 등 유럽을 중심으로 몇 년 전부터 지오투어, 즉 지질여행이 번지고 있다. 생태 체험, 역사 유적 탐방 못지않게 관광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그 활용성이 매우 저조한 것이 바로 지질여행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관광객들이 몰리는 지역은 거의 예외 없이 지질학적으로도 가치가 뛰어나다. 하와이, 그랜드캐년, 후지산, 장가계까지 갈 것도 없이, 제주도, 설악산, 백두산, 다도해를 배경으로 한 한려해상공원 등 국내 대표 관광지는 모두 지질학적으로 의미 있는 곳이다. 아쉽게도 높은 지질학적 가치를 갖는 이들 관광지는 천연의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지만, 이 하드웨어를 의미 있게 가동할 만한 소프트웨어는 거의 개발되지 않았다.
지구 환경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지구 과학의 중요성이 증가했다. 지구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 과거에 발생했고 현재에도 진행 중인 지구의 변화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지질학적 가치가 있는 지역에서 우리는 과거와 현재에 지표면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구조의 특징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지질학적 가치가 있는 지역의 보전과 특별한 관심이 중요하다는 것에 합의가 이루어졌으며, 유네스코는 “지질공원(Geopark)” 개념을 도입했다.
유네스코가 지정하고 있는 “세계문화유산”이 전 인류 차원에서 역사적, 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유적에 대한 보증과 같다면, “세계지질공원”은 전 인류 차원에서 지키고 보전해야 할 만한 의미가 있는 지질학적 유물에 대한 보증과도 같다. 20세기 말부터 유네스코 주관으로 지정되기 시작한 세계지질공원은 주로 유럽과 중국 지역에 걸쳐 약 40개가 분포하고, 현재도 유네스코에서는 지속적으로 세계지질공원을 희망하는 국가가 신청한 자료를 심사하여 등록 여부를 가리고 있다.
한반도는 그 면적이 좁지만, 다양한 지형학적, 지질학적 특성과 암석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질여행을 떠날 만한 지역이 매우 많다. 특히 화산섬 제주도는 섬 전체가 지질 학습 장소라 해도 손색없다.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될 만한 충분한 가치를 갖는 곳이다. 그러나, 용암이 흘렀던 만장굴을 가도, 뜨거운 마그마가 차디찬 해수를 만나 급격하게 식어 쩍쩍 갈라진 중문단지의 현무암 주상절리를 가도, 기생 화산에 해당되는 수많은 제주 오름을 봐도, 그 어느 곳에도 그런 절경이 만들어진 지질 역사와 원리를 설명하는 안내판도 안내원도 없다. 창덕궁에 가도, 경주에 가도, 부여에 가도 쉽게 역사 해설가들을 만나게 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 분들의 해박한 해설과 함께 우리는 눈과 귀로 우리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다.
먼 훗날, 제주도에서 지질투어가이드를 하면서 여생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신동희(사범대학·과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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