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생활 속 과학 - 일식(日蝕)이 있던 날
유레카! 생활 속 과학 - 일식(日蝕)이 있던 날
  • 신동희 교수
  • 승인 2007.03.27 00:20
  • 호수 119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레카! 생활 속 과학 ?

일식(日蝕)이 있던 날

서울을 기준으로 지난 3월 19일 오전 10시 48분부터 1시간 30분 가량 부분일식이 진행되었다. 부분일식이었으므로 태양의 광량(光量) 변화가 거의 없어 일식현상을 실제로 느낀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주몽”에서 ‘새로운 왕’을 예견하는 상황 설정으로 달에 의해 태양이 완전히 가려진 개기일식(皆旣日蝕) 장면이 연출된 적이 있다. 일식 예보를 듣고 드라마 “주몽”에서처럼 ‘어두운 낮’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지난 화요일의 부분일식이 실망스러웠을 지도 모른다.
‘식(eclipse)’은 한 천체가 다른 천체를 일부 또는 완전히 가리는 현상을 말한다. 일식은 달이 태양을 가리는 현상, 즉 달그림자가 지구에 드리우는 현상이다. 우주 밖에서 보면 태양-달-지구의 순으로 위치하는 순간, 지구에서는 일식이 시작된다. 지구의 지름을 1로 하면, 태양의 지름은 109이고 달의 지름은 0.27이다. 태양이 달보다 약 400배 더 큰 셈이다. 지름 25㎜ 돌조각 수준의 달이 지름이 1m가 넘는 바위 수준의 태양을 어떻게 다 가려 버릴 수 있는지 의문이 들 것이다. 지구, 태양, 달 사이의 거리 요소를 고려하면 의문이 풀린다. 지구와 태양의 거리는 약 1억 5천만 ㎞인데 이는 지구 지름의 12,000배 정도다. 지구와 달의 거리는 약 40만 ㎞로 지구 지름의 30배 정도다.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는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보다 약 400배 더 먼 셈이다. 태양이 달보다 400배 더 멀리 떨어져 있으니, 태양보다 400배나 작은 달이 태양을 가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일식은 자주 나타나지는 않지만 한 번 일어나면 강한 인상을 남긴다. 동서고금을 통해 일식 현상은 국가나 왕의 앞날에 드리워진 불길한 운명의 징조처럼 여겨졌다. 한편, 개기일식은 물리학의 가장 유명한 이론 중 하나인 일반 상대성 이론을 검증하는 데 활용되기도 했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는 중력이 빛을 휘게 한다고 예측했지만, 그 양이 매우 적어 빛이 휘는 양을 실제로 측정하기란 쉽지 않았다. 영국의 천문학자 애딩턴은 1919년 5월에 발생한 개기일식 때 태양 바로 옆에 있는 별의 위치를 다른 별을 기준으로 사진을 찍었다. 계절이 바뀌어 밤하늘에 그 별이 다시 나타났을 때 다시 사진을 찍어 다른 별을 기준으로 했을 때 별의 위치를 비교했다. 그 결과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예측한 빛의 휨을 볼 수 있었고, 이로써 일반 상대성 이론의 입지는 탄탄해졌다.
지난 주 일식이 있던 바로 그날 한나라당의 대선 주자 중 한 사람이 탈당했다. 그는 탈당 기자 회견에서 “21세기 주몽이 되겠다”고 했다. 드라마 “주몽”에서 개기일식이 있은 후, 주몽은 새로운 국가 고구려의 새로운 태양이 되었다. 한나라당에서 뜻을 펴지 못하고 새로운 당을 모색 중인 그는 부여에서 뜻을 펴지 못하고 새로운 국가를 세운 주몽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탈당에 명분을 부여하고자 했다. 그가 탈당을 선언하던 날 하필 부분일식이 있었다는 게 우연의 일치인지, 계획된 설정인지, 아니면 하늘의 뜻인지 모르겠다. 늦어도 아홉 달 전에는 밝혀질 일이다.
그런데, 탈당한 야당 대선 후보 입장에서 보면 그 날의 일식이 드라마 “주몽”에서처럼 ‘드라마틱한’ 개기일식이 아니라 다소 ‘어설픈’ 부분일식이었던 점을 못내 아쉬워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신동희(사범대학·과학교육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