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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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재인 교수
  • 승인 2007.03.27 00:20
  • 호수 11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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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묵처방

오 재 인 교수
<상경대학·경영정보학 전공>

역사는 정보화 선진국이나
기업의 손을 들어 주었다

필자는 9·11테러 당시, 학교에서 밤늦게 귀가해 평소 습관대로 뉴스를 보려고 TV를 켰었다. 순간 항공기가 뉴욕의 110층 명물인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을 강타하는 것이 아닌가? 실수로 영화채널에 잘못 맞춘 것으로 착각하고 뉴스를 보려고 다른 채널로 바꾸어 보았지만, 실 상황임을 알려주는 자막을 보고 “저럴 수가?”하고 경악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세계 초강국 미국이 무색할 정도로 아수라장이 되었고, 미국 경제의 상징인 뉴욕은 하루아침에 공포의 도가니로 변하고 말았다. 9·11테러로 인하여 90여 개국 3천여 명이 무고한 생명을 잃었다고 한다. 전세계적으로 안전에 대한 과민반응은 극치에 달해, 비행장마다 보안검색이 대폭 강화되고 무장 승무원이 탑승하게 되었다.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보험 등을 통한 보상도 이루어졌음은 물론이다.
여기서 중요한 교훈은 항공기 납치로 인해 수천명이나 되는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지만 항공기 운항은 전면 중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보안검색 강화, 무장승무원 탑승, 보험 처리 등 대안을 병행하면서 항공기 운항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긴 세월이 흘러, 미국에서는 희생자 추도식 등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반면 그 끔찍한 테러사건이 조작극이었다는 믿기 어려운 특집도 방영된 적이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시각차 만큼이나, 정보화 우선론자와 정보보호 우선론자 사이에도 가치관 차이가 큰 것 같다.

예컨대 우리나라 전자정부 31대 과제 중 하나인 형사사법통합정보체계는 경찰 수사, 검찰 결정, 법원 재판, 법무부 집행 등 일련의 형사사법 절차를 디지털화 하는 사업이다. 디지털 문서의 이동으로 형사사법 절차가 신속 정확하게 진행되어 피의자 등의 인권이 보호되고 디지털 증거도 많이 발생하는 유비쿼터스 시대를 대비한 전자정부 과제인 것이다.
따라서 정보화 우선론자들은 형사사법통합정보체계 사업으로 경찰, 검찰, 법원, 법무부 등 4대 기관간 업무가 표준화 및 전자화됨으로써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이 혁신되고 대국민 서비스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똑같은 사업에 대해, 정보보호 우선론자들은 민감한 범죄정보가 관리부주의나 해킹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범죄자 뿐만아니라 그 피해자도 유출될 경우 피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우리 인류는 다른 분야에 비해 정보화는 반세기 정도의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회고해 보면 나홀로 PC시대에서 부서내 정보화, 조직내 정보화를 거쳐 인터넷 등장으로 본격적인 조직간 정보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정보공유 범위의 지속적인 확대로 인해,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보고 싶은 영화 티켓을 구매하며 그리운 친구와 채팅도 즐길 수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 반면 관리부주의나 해킹 발생시 그 위험부담 또한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이중적인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정보보호 우선론자들의 제동, 정보화 우선론자들의 추진 우선 주장 등과 같은 의견 대립은 양자간의 현격한 가치관 차이로 인한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후자는 전자의 우려사항을 불식시키려는 포용 자세가 필요하고, 전자는 정보화로 인한 막연한 불안감이나 기득권 상실 등을 훌훌 털어 버리는 열린 자세가 매우 아쉽다. 또한 정보보호 침해에 대해서도 다른 일상적인 피해처럼 보험제도 도입 등과 같은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돌이켜 보면 정보화 우선론자와 정보보호 우선론자 간에는 끊임없는 논쟁이 반복되어 왔지만, 역사는 정보화 선두 국가나 기업이 항상 우량 국가, 우량 기업이 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음을 우리 모두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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