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 이름
백색볼펜 - 이름
  • 취재부
  • 승인 2007.03.27 00:20
  • 호수 1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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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2005년 여름,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기억하는가. 극 중 ‘김삼순’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김희진’으로 알렸으며 개명(改名)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도 줄리엣이 “로미오 당신을 뭐라 부르든 당신의 완벽함은 변하지 않을 거에요. 이름을 버리세요, 로미오. 그리고 당신과 상관없는 그 이름 대신 제 전부를 가져가세요”라며 성이나 이름이 왜 중요하냐고 하소연 한다.
△지난 20일, 대법원 등기호적국이 1945년과 1975년 그리고 2006년에 각각 출생 신고 된 호적상 이름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출생 신고 된 아이 중 가장 많은 여자아이의 이름은 ‘서연’, 남자아이는 ‘민준’이었다고 밝혔다. 50위까지 이름자를 분석해 보니 남자는 ‘민’, 여자는 ‘지’가 가장 인기였다. ‘민’자가 사랑받는 이유는 그 글자에서 세련미와 개성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945년 해방 후 이름에 남자는 영수-영호-영식 순으로 ‘영(永)’자가, 여자는 영자-정자-순자 순으로 ‘자(子)’가 가장 많았다. 이러한 이유는 ‘코(子)’로 끝나는 일본식 이름의 영향 때문이다. 또한 당시 한국인의 수명이 짧았기에 오래 살기 바라는 마음에서 ‘영’자를 썼다. 70년대에는 발전을 뜻하는 훈(勳), 성(成)이 유행했고, 여아에게는 예쁘게 자라라는 마음으로 미(美), 은(銀)자를 사용해 미영-은정-은주 순으로 많았다.
△이러한 이름의 유행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 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제학자가 1961년 이후 켈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난 1천6백만 명의 이름을 분석해보니 부유층과 고학력 부모가 선호하는 아기 이름이 유행처럼 번졌다고 했다. 부모는 자식의 이름을 지을 때 아이가 살아 갈 삶에 대한 염원을 담는다. 이름이 운명을 바꾼다기보다는 그 이름을 지어준 부모의 사랑과 노력, 그리고 스스로의 노력이 인생을 바꾸는 것이 아닐까.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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