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생활 속 과학 17
유레카! 생활 속 과학 17
  • 신동희 교수
  • 승인 2007.04.03 00:20
  • 호수 119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레카! 생활 속 과학 ?

ET의 고향 찾기

올해 초 과학 전문 잡지인 “사이언스”에는 “지구와 닮은 행성을 찾는 건 시간 문제”라는 주장이 실렸다. 외계 행성 이야기가 더 이상 타블로이드용 가십성 기사로서가 아니라 과학 연구 주제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 주에는 프랑스 국립우주센터의 홈페이지 접속이 다운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50여 년간 축적된 1천6백여 건의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 관련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한 이후 벌어진 일이다. 지구와 닮은 행성에는 인간과 닮은 고등 문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지구와 닮은 행성에서 사는 고등 문명체가 바로 외계인, 다시 말해 ET(extra terrestrial)다. 어릴 적 내게 환상으로 다가 왔던 공상 과학 영화 속 주인공 “ET"는 이렇게 현실의 과학 탐구 대상으로 우리 곁에 다가 오고 있다.
최근 미국의 천문학자인 턴블 박사는 ET의 고향이 될 만한 후보로 10개의 별을 선정했다. 태양계 내에 지구가 있듯이, 태양과 비슷한 크기의 별은 지구와 유사한 행성을 가질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그는 우선 수많은 별들 중 태양과 비슷한 크기의 별 1만9천 여개를 찾았다. 이 중 온도 변화가 심한 별, 너무 젊거나 늙은 별, 표면이 가스로 뒤덮인 별, 질량이 아주 무거운 별 등을 제외시켰다. 질량도 주요 고려 대상이었는데, 태양 질량의 1.5배 이내여야 지구형 행성을 거느릴 수 있다.
우리 은하에서 고등 문명체의 존재 가능성은 이미 1960년 이른바 “드레이크 방정식”이 발표되면서 논의가 시작되었다. 은하 내의 고등 문명체 수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천문학적 계수, 생물학적 계수, 사회학적 계수 등이 있다. 천문학적 계수에는 매년 우리 은하에서 태어나는 항성의 수, 형성된 별이 행성을 가질 확률, 생명체가 형성될 수 있을 만큼 긴 시간 별이 존재할 확률, 별 주위에 생물이 진화하기에 적당한 온도를 가진 행성의 수 등이 있다. 생물학적 계수에는 생물이 탄생할 확률, 이렇게 태어난 생물이 지적 생명체로 진화할 확률 등이 있다. 사회학적 계수에는 그 문명의 지속 기간, 즉 문명의 수명이 있다. 드레이크는 이상의 확률을 모두 고려해 우리 은하 내의 고등 문명체 수 N을 ‘0.5×문명의 수명’으로 추측했다. 문명의 수명이 1천년에 불과하다면 N은 5백개가 되어 무한 공간 우주에서 ET의 고향을 찾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문명의 수명이 1백억 년이면 N은 50억 개가 되어 ET의 고향을 찾기가 쉬워질 것이다.
25년 전 개봉된 영화 “ET"는 순수한 어린이의 관점에서 본 외계인과의 아름다운 우정 이야기였다. 이 영화는 그전까지 괴물처럼 상상되었던 외계인도 인류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반면, 10년 전 개봉된 영화 “멘인블랙(Men in Black)”은 지구의 평화를 깨려는 사악한 외계인 이야기였다. 이 영화에 그려진 외계인은 인간의 모습과 유사했다. 지구와 닮은 행성을 찾는 연구에 불이 붙는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외계인의 실체를 파악할 날이 아주 멀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 날이 오면 ‘세계화’니 ‘글로벌’이니 하는 말은 사라지고 ‘우주화’나 ‘유니버설’ 같은 말이 새롭게 뜰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우리를 괴롭혔던 영어 스트레스는 우주화 시대가 도래하면 싹 사라질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재미난다.

신동희(사범대학·과학교육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