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생활 속 과학 19
유레카! 생활 속 과학 19
  • 신동희 교수
  • 승인 2007.05.01 00:20
  • 호수 11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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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생활 속 과학 ?

과학자의 무한 도전

지난 4월이 ‘과학의 달’이었다. ‘과학자’란 말은 1833년 영국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1833년 이전까지의 수많은 과학적 발견은 자연철학자 또는 철학자라고 불렸던 사람들의 업적이다. 오늘날 과학자는 전문적 과학 교육을 받고, 과학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다. 우리 사회에서 대표적 전문가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법률가나 의사 중 대다수가 젊은 시절 집약적으로 전문성을 키우는 것에 비해, 과학자는 전 생애에 걸쳐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끊임없이 궁리하고 탐색한다. 이런 점에서 과학자는 전문가 중 최고 전문가 집단에 속한다.
‘과학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떠한가? 흐트러진 하얀 머리칼에 콧수염을 기르고 흰 실험복을 입은 중년의 남자 과학자가 떠오르는가? 그가 혹시 과학 교과서에 많이 출현하는 아인슈타인의 사진과 흡사하지는 않은지? 영화 ‘Back to the Future’에서도 ‘주라기 공원’에서도 과학자는 다 아인슈타인 스타일이다. 혹시 창백한 얼굴에, 도수 높은 안경을 쓴 왜소한 남자 과학자가 떠오르는가? 그는 실험실 밖 세상에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괴짜는 아닌지? 영화 ‘007 시리즈’에서 주인공이 사용하는 기발한 발명품을 만드는 과학자가 바로 이런 스타일이다. 재색을 겸비하고 매력 넘치는 성격까지 갖춘 제임스 본드와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미디어가 연출하는 과학자의 이런 모습 때문에 일반인이 연상하는 과학자의 이미지는 대개 비사회적인 쪽으로 획일적이다. 바깥세상과 단절하고 사는 폐쇄성, 일반인들과는 뭔가 달라 보이는 비정상적 성격, 어눌한 말투, 완전 비호감인 외모에 이르기까지….
다행인 것은 과학자의 지적 비범성에 관한 한, 비과학자들의 평가는 실제 이상으로 우호적이란 점이다. 일반인들은 과학자가 되려면 천재 또는 최소한 수재 정도의 IQ를 타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과학자들의 수학적 재능이 탁월할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내 주변에는 잘생긴 과학자, 동료들과 어울려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춤추기 좋아하는 즐거운 과학자, 패션 리더 수준의 감각을 지닌 멋쟁이 과학자, 배우자와 자녀를 삶의 중심에 놓는 가정적인 과학자들이 수두룩하다. 그들 중 천재성이 느껴지는 과학자는 사실 드물다. 그러나 과학자들과 함께 과학이 아닌 일을 도모할 때 그들의 합리성과 객관성,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성향은 빛을 발한다.
과학자는 전문 연구자이기 이전에 동료들과 더불어 때로는 경쟁하며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이고 생계를 이어나가야 할 직업인이다. 재작년 황우석 박사 사건 때, 우리는 인간적이고 세속적인 과학자의 모습을 확인했다. 한 달 전, 세계 첫 복제 늑대 ‘스널프’가 언론에 공개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늑대가 정말로 복제되었는지에 대한 진위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엊그제 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자료 조작이라기보다는 논문 작성 과정에서의 단순 실수 쪽으로 일단 판명되었다. 사실 과학자는 신(神)의 영역에 해당하는 자연의 진리를 벗겨내려는 인류의 무한 도전을 최전방에서 지휘하는 사람들이다. 천기(天氣)를 누설하는 과정에서 정당하지 않은 방법과 절차를 사용하는 것은 신의 분노를 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이 존재하는 한 과학자의 고의적 혹은 단순한 실수는 계속될 것이다. 과학자도 지극히 ‘인간적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신동희(사범대학·과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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