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생활 속 과학 20
유레카! 생활 속 과학 20
  • 신동희 교수
  • 승인 2007.05.08 00:20
  • 호수 11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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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생활 속 과학 ?

어린이날의 과학 책 선물

어린이날이 소란스럽게 지나가야 비로소 5월이 가정의 달임을 체감한다. 1년 내내 어린이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어린이는 생활의 중심에 자리 잡은 지 오래고, 그 관심은 과열 교육으로 나타난다. 부동(不動)의 트리오 ‘국·영·수’ 만큼은 아니지만, 심지어 유치원 때부터 과학 전문 학원을 보내는 무모한 부모들도 꽤 많다. 게다가, 2008학년도부터 대학의 자연 계열 학과에 지원하기 위해 “과학통합논술”을 보게 됨에 따라, 어린이 사교육 시장에서 과학 교육의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 교육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초등학교 수준에서의 과학 사교육은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고 자신한다.
어른이나 애들이나 과학에 대한 평가는 인지적, 정의적, 실용적 측면 모두에서 낙제점인 경우가 많다. 과학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미없게 느끼는 것은 기본이며, 과학자가 될 것도 아닌데 배워봐야 별 쓸모도 없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 과학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가지게 되면, 그 생각은 성인이 되어도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과학에 대해 부정적인데, 과학을 열심히 공부할 리 없다. 어린 시절에는 과학 지식 하나를 더 쌓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과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갖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중학교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과학 학습의 초석을 단단히 하기 위해, 나아가 평생 동안 과학적 소양을 갖춘 ‘유식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 과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지시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이고도 효과적인 접근이다.
어린이에게 부담 없이 다가가면서도 의미 있는 과학 교육은 독서다. 과학 학습에서도 독서는 제일의 필요조건이다. 최근 ‘출판사를 먹여 살린다’는 어린이용 도서 시장에는 과학이 어려울 거라는 편견을 깨는 재미있는 과학 서적이 널려 있다. 눈높이를 맞춘 어린이용 과학 서적에서 과학적 오류를 찾아 비판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아이들은 재미있는 책에 손이 가기 마련이다. 재미있게 써진 과학 서적을 가능한 많이 읽으면 아이들에게 과학은 흥미로 다가간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과학 개념과 과학적 탐구 방법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는 효과를 덤으로 얻는다.
과학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역사책도 좋아한다. 과학책도 역사책도 논리적으로 이야기가 진술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역사 과목을 그저 암기 과목으로 치부하기에는 뭔가 찜찜했던 기억들을 다들 가지고 있을 것이다. 전후좌우 없이 그저 외기만 해도 어느 정도 해결되는 과목들과 역사 과목은 달랐다. 맥락의 위계성 측면에서 보면 과학 과목과 역사 과목은 유사점이 많다. 과학책 읽기를 습관들이지 못한 아이들은 역사책도 어려워할 것이다. 과학책과 역사책을 기피하는 어린이는 평생 교양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기란 물 건너간 셈이다.
어린이날은 지났지만, 자녀에게, 조카에게, 손자 손녀들에게 과학책을 선물하자. 어린이들에게 선물한 과학책은 그들의 평생을 보장하는 ‘과학 보험’과 마찬가지다. 핑크빛 공주방으로 혹은 하늘색 빛 왕자방으로 꾸며준 인테리어는 금방 싫증나지만, 책장에 책을 한 권 한 권 늘려가는 인테리어는 시간이 지날수록 새롭다. 영화관에 온 듯한 감흥을 준다는 벽걸이형 TV가 있으면 영화만 보고 싶을 테지만, 벽면 서고 가득히 책이 쌓여 있다면 책으로 손이 갈 것은 당연하다. 과학 우등생도 결국은 독서의 힘이다.

신동희(사범대학·과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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