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생활 속 과학 22
유레카! 생활 속 과학 22
  • 신동희 교수
  • 승인 2007.05.22 00:20
  • 호수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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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생활 속 과학 ?

알파걸들의 도전

요즘 ‘알파걸’이 화제다. 행동적(Active), 리더쉽(Leadership), 고난 극복의 인내심(Patience), 열정(Heart), 야망(Ambition) 등의 첫 글자를 따 만들어진 합성어 알파걸(ALPHA Girl)은 지난해 미국의 한 심리학자가 쓴 책에서 처음 언급되었다. 1980년대 말 이후에 태어난 여자 아이들 중 공부는 물론이고 운동이나 리더쉽까지도 남자 아이들에게 뒤지지 않는 엘리트 소녀들을 알파걸이라 부른다. 현재 10대 소녀들이 주축이 된 알파걸들이 학업에서 최상위권을 장악했다는 사실은 이미 구문(舊聞)이다.
사실, 알파걸의 선배격인 알파우먼도 사회 각 분야에 이미 포진해 있다. 의약계, 법조계, 학계, 교직, 공무원 등 우리 사회 최고의 인기 직종에 여성들이 대거 진입하고 있음은 더 이상 뉴스 거리도 아니다. 여성에게 상대적으로 야박했던 정계도 이제 달라졌다. 미국 최고의 야심가 힐러리 클린턴,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 박근혜, 여권의 대선 후보 중 하나로 거명되는 한명숙 등은 모두 한 국가의 최고 통치권을 넘보는 여성들이다. 최고 통치권자의 부인들도 예전같지 않다. 최근 새롭게 프랑스 대통령이 된 니콜라 사르코지의 부인도, 작년에 일본 수상이 된 아베 신조의 부인도, 남편의 그림자 역할에서 머무를 것 같지 않은 성향을 가진 여성들이다.
그러나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여전히 남성 지배적인 곳이 있다. 과학 기술계가 그 곳이다. 과학과 수학 영재들이 모여 있다는 과학고등학교 전체 학생의 10∼20%에 불과한 여학생 비율이 이를 말해준다. 공대 최초의 여성 교수가 여전히 화제고, 공대 여학생들은 선머슴 같을 것이라 아직도 착각하고,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이 계속 신설되고 있는 현실도 이를 말해준다. 왕년의 남성 우월주의 사회를 그리워하는 남성들의 입장에서 보면, 뺏겨서는 안 될 마지막 보루가 과학 기술 분야인 것 같다.
그렇다면, 과학 기술계에 여전히 존재하는 성 차이의 원인은 무엇일까? 남성은 목표 지향적이고 여성은 관계 지향적이기 때문에? 남성은 사물에, 여성은 사람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에? 위기나 실패에 직면했을 때 남성은 이를 발전의 계기로, 여성은 자신의 능력의 부족함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공간 변형이나 지각력에서 여성이 열등하기 때문에? 수학에서의 추론 능력에서 여성이 열등하기 때문에? 이상은 모두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한계를 지적하는 원인 분석들이다.
이공계에서의 성 차이 원인을 분석하는 정반대 시각도 만만치 않게 많다. 주로 후천적 환경 요인에 의한 고정 관념 효과의 결과라는 해석으로, 아들과 딸을 바라보는 부모의 인식 차이가 결정적이라는 연구 결과들이다. 요즘 세상에 딸과 아들을 차별적으로 교육시키는 부모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딸보다 아들이 수학과 과학 공부를 더 잘 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판단을 근거로 부지불식간 아들과 딸에게 서로 다른 과학적 자극을 주는 부모는 여전히 허다하다. 휴일에 아들과 함께 과학관을 찾는 엄마는 능력 있는 아들을 키워내고 싶은 심정일 것이고, 딸과 함께 미술관을 찾는 아빠는 곱고 우아한 딸을 키워내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자라나는 알파걸들이 정계, 법조계, 의약계에만 관심을 가지지 말고 과학 기술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도전해 주기를 기대한다.
신동희(사범대학·과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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