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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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연 교수
  • 승인 2007.05.22 00:20
  • 호수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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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묵처방

김 태 연 교수
<경상대학·환경자원경제학전공>

토론은 전문인되기 위한 훈련과정

요즘 사교육의 확대에 따라서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신문지상을 장식하고 있다. 이러한 사교육의 확대는 단지 대학입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오래전부터 대학교육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찬찬히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소위 우리나라 모든 대학생의 제2전공(?)이라는 영어공부에 매진하거나 각종 공무원 및 자격증 시험 준비에 열심인 학생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이 좀 더 집중적으로 토익이나 각종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 대학 강의보다는 관련 사설학원을 찾는 것도 우리 주위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사교육의 확산은 우리나라의 인재선발기준이 경험과 경력보다는 주로 시험성적을 중시하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학생들이 대학을 우수한 학점으로 졸업하는 것 보다 사시, 행시, 외시, CPA를 패스하거나 영어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을 대학생활의 목표로 설정하는 것이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인재선발방법과 기준이 최근 서서히 변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전공지식이나 영어능력에 대한 평가를 면접시 구사하는 영어회화능력과 논리력으로 평가하겠다고 한다. 말하자면 기업현장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중시하는 것이다. 한편, 정부에서도 무능한 공무원을 퇴출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시험성적이 좋아 합격은 되었어도 현장 실무능력이 떨어지면 철밥통도 용도폐기 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론과 현실을 접목시키고 창의적으로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발전시키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가 되기 위한 기초과정으로 간주될 수 있는 대학에서 학생들은 다양한 이론을 익히고 이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강의를 듣는 수동적인 지식습득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서 지식을 쌓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토론을 통해서 자신의 인식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토론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 필자가 지금까지 경험해온 것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전문가에게 세세한 질문을 하고 이들에게 정확한 지식을 얻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일정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실제로 서로 인식수준의 차이가 있는 전문가와 학생, 신입생과 졸업생 간에는 효과적인 토론보다는 일방적인 설명이 뒤따른다. 따라서 대학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토론방법은 동료들과 서로 관심있는 분야의 문헌을 읽고 서로가 갖고 있는 의문점과 논리를 토론에서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내가 이해하고 있는 바를 동료들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함으로써 나의 이해력을 증진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료들의 반박과 비판을 통해 나의 부족한 점을 느끼고 보충하는 것이다. 책이 어렵고 쉽고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서로 관심을 갖고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 책의 흐름이 파악되고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 대학에서 이러한 토론의 확대를 위해 전공인증제 또는 스터디 그룹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 학생들에게 매우 좋은 기회이다.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전공이론 영역으로 토론주제를 한정하지 말자는 것이다. 실제로 전공이론은 강의시간 중에도 충분히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따라서 학생들끼리 이루어지는 토론에서는 좀 더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주제와 문헌을 선정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모든 학문은 어떤 형태로든지 서로 일정한 연관관계를 갖고 있으니까 당장은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전문가로 성장하는데 언젠가는 필요한 부분일 수 있고 또 우리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더 이상 발제문에 대한 질문이 없으시면 이번 토론 주제에 관해 각자가 생각한 논점을 제기해 주십시오.” 필자가 담당하고 있는 과목 중 토론수업에서 항상 등장하는 사회자의 멘트다. 여기가 우리 토론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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