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종강
조기 종강
  • 김진성 기자
  • 승인 2007.06.05 00:20
  • 호수 1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기 종강

조기 종강, 막을 수 없나

이번 학기에 19학점(7과목)을 수강하는 문과대학 J 양은 이번 주가 종강이다. 2007학년도 1학기 학사 일정 종강일은 분명 오는 20일이지만, J 양의 종강일은 이보다 2주 쯤 앞선 7일인 것이다.
그런데 사실 캠퍼스에서 J 양과 유사한 사례를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교양 강의를 듣는 상경대학 K 군은 “이 과목은 이미 지난주에 기말고사를 치렀고, 사실상 종강했다”고 말했다. 적게는 1주, 많게는 2주에서 3주가량 종강일을 앞당기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
하지만 이러한 사례들을 규제하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이 교수들의 재량으로 인정되고 있는 실정 때문이다.
한데 문제는 학생들도 조기 종강에 대해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 강의가 일찍 종강하면 다른 강의 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겨 좋다”, “여름방학이 한 주 더 늘어나 솔직히 좋다”며 조기 종강 시행을 반기는 반응이 많다.
군중 심리에 억눌려 어쩔 수 없이 조기 종강을 따르는 학생들도 많다. 문과대학 L 양은 “비싼 등록금을 내고 1~2주 분의 강의를 손해 보는 심정이다. 그렇다고 강의 시간에 ‘조기 종강을 반대한다’고 말할 수도 없는 분위기”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동안 서울캠퍼스에는 이전 준비를 위해 학사 일정을 조기에 마무리한다는 루머가 떠돌았다. 소식을 접한 일부 학생들은 홈페이지 ‘웅성웅성’ 게시판을 통해 “대동제 끝나고 바로 기말고사란 말인데, 너무하는 것 아니냐”, “어이없다. 등록금은 올려놓고 조기 종강이라니…”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논란이 일자, 김실 교육지원과 수업주임은 지난달 8일 ‘웅성웅성’ 게시판을 통해 “죽전캠퍼스로의 이전과 관련하여 학사일정 단축을 고려한 바는 있으나, 물류 이전 등 여러 가지 사안을 검토한 결과 정상적으로 학사일정을 운영하도록 했으니 재학생 여러분께서는 조기종강에 대하여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해명에 나서야 했다.
이전으로 인한 조기 종강 소문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학생들의 이중적 태도가 다소 씁쓸했다.
계획된 일정대로 운영되지 않는 강의의 질은 신뢰받을 수 없다. 이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는 누가 보상할 것인가.
학생들은 조기 종강을 두고만 봐선 안 된다. 천정부지로 솟구치는 등록금이 아까워서라도 학생들은 권리를 외쳐야 함이 옳을 것이다.
지난해 등록금 투쟁이 대단했던 성신여대는 그해 여름 타 대학이 월드컵 경기 관람을 위해 조기 종강을 실시할 때도 조기 종강의 ‘조’자도 꺼내지 않을 만큼 향학열을 불태웠다.
<김진성 기자> jinsung607@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