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생활 속 과학 24
유레카! 생활 속 과학 24
  • 신동희 교수
  • 승인 2007.06.05 00:20
  • 호수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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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생활 속 과학 ?

카멜레온 같은 영화배우

영화배우 전도연이 한 건 했다.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후 해외 언론에서 그를 “카멜레온 같은 배우”라고 소개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의 모습이나 속성을 동물에 비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때 대개는 동물의 외형적 특징을 근거로 비유한다. 우유를 닮은 귀여운 소녀에서 욕정에 불타는 불륜의 여인으로, 정갈한 듯 음탕한 조선시대 과부에서 순박한 시골 처녀로, 극에서 극으로 변신하는 전도연을 카멜레온에 비유하는 것은 더없이 적절하다.
사실 “카멜레온 같은 ○○”은 긍정적 뉘앙스보다는 부정적 뉘앙스로 쓰일 때가 많다. 일관성도 소신도 없이 분위기 봐가며 자신의 모습을 확확 바꿔버리는 사람들을 ‘카멜레온 같은 ×’라고 욕한다. 그러나 카멜레온 같은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바꾸는 것과 달리, 진짜 카멜레온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율신경계의 작용으로 빛, 온도, 감정 변화 등에 의해 ‘저절로’ 빛깔이 변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카멜레온의 변신과 카멜레온 같은 인간의 변신은 차원이 다르다.
몸집이 큰 사람을 ‘곰 같다’고들 한다. 곰의 우람한 외형을 근거로 한다. 하는 짓이 둔하거나 미련한 사람을 곰에 빗대기도 한다. 곰의 걸음걸이가 느리고 평소의 행동이 민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곰이 먹이를 발견하고 공격할 때 달리는 속도가 시속 70㎞ 정도로 사냥개 수준이니, 결코 ‘곰 같지’ 않다. 곰은 위기 상황에서 영리하게 대처하고 순간적인 동작도 매우 빠르다. 빠르게 헤엄치는 물고기도 낚아챌 정도의 민첩한 동작은 결코 ‘미련 곰탱이’ 같지 않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진짜 곰과 곰 같은 인간도 차원이 다르다.
인간으로부터 오해를 받는 동물로 돼지도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돼지는 그저 먹기만 하여 우둔하고 더러운 것에 비유된다. 돼지의 IQ가 80쯤 된다고 하니, IQ가 60이나 되는 ‘개 중의 개’ 진돗개보다 높다. 돼지는 더럽지도 않다. 돼지우리가 더러운 것이다. 돼지는 땀샘이 발달하지 않아 체내 수분이 거의 다 소변으로 배출되므로, 소변량이 많다. 돼지우리에 배설 장소를 따로 마련해 주면 돼지는 자신의 배설물을 냄새로 구분해 한 장소에서만 배설한다고 한다. 소나 닭을 아무리 훈련시켜도 아무 데나 배설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비좁은 돼지우리에서 수십 마리의 돼지들이 살듯이, 한정된 공간에 수십 명의 인간들을 모아 둔다면 그 곳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돼지우리보다 더 더럽게 변할 것이다. 알고 보면, 인간이 돼지보다 깨끗할 것도 없다.
실체보다 평가절하 당하는 곰이나 돼지와는 달리 과대평가 받는 동물로 뱀이 있다. 동서양 신화에 나오는 뱀은 대개 지적 능력과 관련되는 상황에 등장한다. 창세기에서 악역을 맡은 조연(助演) 뱀도 이브에게 사과를 먹이는 데 성공했으니, 뱀의 지적 능력이 인간에 버금간다는 얘기다. 12지(支) 동물 중에서도 뱀은 두뇌가 명석한 동물로 해석된다. 실제로 뱀은 파충류로서 IQ가 16 정도에 불과하다. 뱀이 가진 징그러운 생김새로 인해, 또 뱀의 독성으로 목숨을 잃기도 해 인간은 뱀을 두려워하고 나아가 지혜로운 동물로 착각하게 된 것 같다.
곰 같이 기민한 인간, 돼지 같이 영리한 인간, 뱀 같이 멍청한 인간의 모습으로 계속 변신할 카멜레온 같은 배우 전도연의 다음 영화들이 기다려진다.

신동희(사범대학·과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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