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신문 속 과학 세상
36) 신문 속 과학 세상
  • 신동희 교수
  • 승인 2008.03.11 2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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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뉴스의 홍수 속에 떠다니고 있다. 분, 초 단위로 업데이트되는 인터넷 뉴스는 종이 신문을 밀어내 버릴 듯한 기세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한 국가의 최고 권력자가 소위 ‘조중동’으로 일컬어지는 주요 언론사와 끊임없이 싸워 온 것을 보면 종이 신문의 여전한 위력이 드러난다.

실시간으로 사건 현장을 중계하는 듯한 인터넷 뉴스는 사실의 기술 이상을 전달하기 어렵기에, ‘행간(行間)을 읽는’ 맛이 없다. 동일한 사건이라도 기자의 입맛에 따라 맵거나, 달거나, 짜거나, 또는 싱겁게 변해 버리는 종이 신문 기사야말로 되씹고, 곱씹고, 되새김질까지 할 만한 맛이 있다.

보수 성향의 신문과 진보 성향의 신문은 사사건건 확연히 다른 논조를 갖는데, 과학 기사에서만큼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는 거의 모든 과학 기사에 전문적인 과학 지식이 상당히 개입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과학 기사는 일반 독자들에게 큰 흥미를 끌지 못한다. 독자들이 외면하는 과학 기사에 큰 지면을 할애할 만큼 과학을 사랑하는 편집진도, 사명감 있는 편집진도, 간 큰 편집진도 드물 것이다. 과학은 신문에서조차 ‘과학자들만의 리그’인 것이다.

현재 수많은 일간지들 중 과학면을 독립하여 편집하는 곳은 동아일보와 문화일보뿐이다. 동아일보에는 전문적인 과학 지식을 최대한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해설해 주는 기획 기사가 단연 돋보인다. 이런 기획 기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 과학 잡지인 ‘과학동아’ 소속 기자들이 송고(送稿)한 것이 대부분이다.

‘과학동아’ 기자들은 과학 분야의 전문가라 할 수 있는 배경을 갖췄기에 충실한 과학 기사를 작성할 수 있다. 이렇게 과학 전문 기자들이 없는 대부분의 일간지에서 과학 기사를 찾기가 힘든 것은 물론이고, 어쩌다 기사가 나와도 오류 또는 과장 보도인 경우가 많다.

과학 기사 역시 뉴스가 갖는 본연의 임무인 ‘신속성’과 ‘정확성’을 모두 포기할 수 없다. 그러나, 과학 뉴스는 그 내용이 전문적인 경우가 많아서 신속성만 추구하다가는 정확성을 놓치기 십상이다. 과학 전문 기자가 아니라면, 상식만으로 과학 기사를 정확하게 쓰기란 쉽지 않다. 외국의 보도를 그대로 번역하여 기사화한 글에는 과학자 사회에서 사용하지 않는 낯선 번역 용어를 보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연구 결과를 오도(誤導)하는 기사 중 하나로 과장 보도도 있다. “세계 최초의 신약 개발”, 세계 최초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머지않아 상용화될 전망”, 빨라야 50년쯤 뒤에 가능한 경우가 더 많다. “아무개 과학자, 세계적 과학전문 학술지인 Nature에 논문 실어”, Nature에 논문을 더 많이 싣는 다른 과학자들은 아쉽게도 알고 지내는 신문 기자가 없다.


단대신문이 창간 60주년을 맞이했다. 단대신문의 역사는 곧 단국대학교의 역사다. 단국대학교 역사에서 우리 대학의 절반이 넘는 이공계 구성원들의 흔적을 무시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대신문의 역사에서는 과학의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시사성 있는 과학 지식이나 교내 이공계열 교수들의 전문적 연구 결과는 기획 취재 주제 감으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신문이 아니기에, 그리고 최고의 지성인 독자를 가진 신문이기에,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의 조화를 추구하는 ‘대학’ 신문이기에, 전문 과학 기사가 더 많이 실려도 좋을 것 같다. 단대신문의 창간 6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신동희(사범대학·과학교육과) 교수

신동희 교수
신동희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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