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나라는 영웅만 만들려고 하죠?”
“왜 우리나라는 영웅만 만들려고 하죠?”
  • 김진성 기자
  • 승인 2008.03.15 2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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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수준 있는 교육 받을 수 있어야죠”


서울대 학보사 취재기자 위현복(경영학과·2) 군

▲ "희망은 사람들에게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한다고 생각해요. 삶에 있어 활력소라고 할 수 있죠.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건 다들 내면에 희망을 가지고 살기 때문이죠." <사진=김진성 기자>


“네가 일반학교에 가서 떨어질 것이 없다, 그러니 장애인 학교에서 장애인들과 어울리기보다 일반 학교를 다니며 비장애인들의 사고를 바꾸는 게 나을 거다.”
위현복 군의 부모가 위 군에게 장애인 학교에 다닐 것을 만류하며 충고한 이야기다.

서울대 학보사 취재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뇌성마비 1급 장애인 위현복 군은 고려대 정보통신대학도 1년간 다녔지만 적성에 맞지 않다고 느껴 다시 수능을 치렀고, 지난해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위 군의 이력은 신체적 장애라는 핸디캡을 가졌기에 분명 남달라 보이지만, 그의 행보는 세상에 꿀릴 것이 없었다.

위 군을 만난 지난 1일, 그는 학자금 대출 이자율과 태안지역 주민들의 생계를 주제로 기획기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특히 태안기름유출사고 발생 100일을 맞아 기획된 기사를 위해 위 군은 태안에만 벌써 다섯 번 다녀왔다고 한다. 게다가 위 군은 “개강 첫 주에는 수업을 별로 안 하니까, 그 틈을 이용해 태안에 한두 번 더 다녀올 계획”이라며 열의를 보였다. 위 군은 또 “태안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주제가 정말 많아요. 주요 언론들은 사건을 두고 잘잘못만 따지고 있는데 경제활동이 세 달째 제로 상태에 머무는 주민들의 생계문제야말로 정말 심각하죠”라고 말했다. 학보사 기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의 열정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위 군이 장애를 딛고 학보사 기자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뚜렷했다. 경영학도인 위 군은 “경영학은 사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주위의 경영학도들은 사회의 일에 서민들의 문제에 도무지 관심이 없더라고요. 그때 ‘나도 저렇게 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자기반성의 차원에서 학보사에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생이라면 자신만의 정치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한국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가치를 바꾸고 싶은 목적도 있었다”고 위 군은 덧붙였다.

취재를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아무래도 장애로 인한 의사전달의 문제다. 그는 “움직이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지만 언어 장애가 심하다”며 “전화로 취재를 할 경우 나름대로 또박또박 얘기한다고 하는데 상대가 잘 못 알아들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이메일로 인터뷰를 대체하곤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위 군은 지금 이렇게 대학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말한다. 행운은 주어질 수 있는 것이지만 행복은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라는 게 위 군의 지론이다.

요즘처럼 각박한 시대에 희망이란 다소 진부한 키워드일 수 있다. 그러나 위 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 “희망은 사람들에게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한다고 생각해요. 삶에 있어 활력소라고 할 수 있죠.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건 다들 내면에 희망을 가지고 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위 군은 기자를 꿈꾼다. 남들이 하는 이야기 말고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통해 공감을 줄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다. “기자를 하기 힘들어지면 장애인 학교를 하나 세우고 싶어요. 장애인들도 수준 있는 교육을 받는 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말이죠. 경험상 일반 학교에서 장애인에 대한 의식을 바꾸기는 어렵고, 장애인 수업도 일반 재활교육에 치우쳐 있어요”라고 말하는 위 군의 표정이 무거워진다. “얼마나 장애인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제가 서울대에 들어왔다고 해서 뉴스거리가 되겠어요. 왜 우리나라는 영웅을 한 명씩 만들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자신에 대한 세상의 관심도 달갑지만은 않다고 한다. 그래도 그러기에 아직 해야 될 일이 더 많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위 군은 사고만은 가장 건강한 청년’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는 서울대 학보사 내에서 자체적으로 선정하는 학기 중 가장 잘 된 기사에 자신의 글이 뽑혔다며 시상식 장소로 이동했다.

김진성 기자 jinsung607@dankook.ac.kr

김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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