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꿈에 대한 분석①
어젯밤 꿈에 대한 분석①
  • 김난주
  • 승인 2008.03.0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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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되지 못한 꿈은 있어도 개꿈은 없다

필자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그들이 요즘 어떤 꿈을 꾸는지 물어볼 때가 많다. 그럴 때면 주위 사람들은 신기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자신들은 꿈을 별로 꾸지 않는다는 반응을 한다. 지금 필자가 예를 들 친구의 경우도 그러했다. “너야 좀 독특하니까 꿈을 꾸지 나는 꿈을 안 꿔. 꿔도 개꿈이야.” 하던 그가 어느 날 전화가 왔다.

나로부터 꿈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이상하게도 동일한 꿈을 며칠 사이에 세 번이나 꾸었다는 것이다. 그를 통해서 들은 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예전에 모셨던 직장 상사가 부인과 자식들을 데리고 와서는 친구의 집 안방을 차지해버려 친구는 작은 방으로 밀려났다고 한다. 그는 도통 나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그런 상황에서도 친구는 예전의 상사에게 아무런 항의도 못하고 답답하게만 느끼면서 꿈을 깼다.

그는 깨고 나서도 꿈에서의 답답함이 생생하게 느껴져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전화했다. 친구의 예처럼 동일한 꿈이 반복해서 나타날 때가 가끔 있는데, 이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미해결로 있거나, 중요한 문제가 발생할 때 이렇게 반복해서 나타나는 것 같다. 나는 우선 그의 요즘 생활을 이모저모 물어보았다. 그의 생활, 특히 직장생활은 별다른 변화가 없는 듯했다.

이는 꿈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우선 꿈 꾼 이의 의식을 먼저 알아야 꿈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가 꿈 분석을 받을 때 분석가는 필자의 그간 생활을 묻고 난 뒤 꿈의 내용을 분석했다. 무의식은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대개 꿈을 꾼 사람의 경험, 의식의 삶을 소재로 이용한다. 물론 전혀 경험하지 못한 내용들이 꿈에 나타날 때도 있다.

이른바 원형적인 꿈들이 그러하다. 이에 관해서는 기회가 닿으면 언급하기로 하자. 나는 그의 요즘 생활을 듣고 난 뒤, 예전의 상사에 대한 연상을 물어보았다. 여기서 연상이란 주관적인 느낌과 생각을 말한다. 가령, 나의 꿈에 직장 동료 A라는 사람이 나왔을 때, 나는 A가 성실하고 착한 사람으로 연상할 수도 있지만, 다른 동료의 꿈에서 A가 나와 그에 대한 연상을 물어볼 때, 다른 동료는 A를 대담하고 음흉한 사람으로 연상할 수 있다.

그렇기에 연상에는 꿈을 꾼 사람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재되어 있다. 그를 통해 들은 상사에 대한 연상은 부정적인 것이었다 - 구체적인 것은 프라이버시를 위해 피하기로 한다. 그의 생활과 연상을 들은 다음, 나는 우선 꿈에서 그가 보인 소극적인 태도를 문제 삼았다. 집, 특히 안방은 자신의 고유한 공간(영역)인데, 왜 안방을 점령한 그에게 나가달라는 말을 못했는지 그것이 문제라고 했다.

상사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직장에서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데,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며칠 뒤 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했다. 그는 다국적 기업의 한국 지사에서 근무하는데, 본사로부터 한국지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연봉을 삭감하겠다는 통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의 말로는 연봉은 본인의 희망과 본사의 의견을 서로 교환하고 난 뒤 결정되는데, 이 경우 당해 연도의 실적이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고 했다. 그런데 그간 실적으로 보아 연봉이 삭감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그 뒤 그는 며칠간 본사로 보낼 소명자료를 준비하느라고 바빴고 사건은 좋은 쪽으로 해결이 났다. 일이 있은 얼마 뒤 예전의 상사가 난데없이 회사에 와선 그간 잘 지냈는지 물어보면서 눈치를 살피더라고 친구는 말했다. 친구는 아무래도 그 사람이 이번 일을 꾸민 것 같다고 했다. 친구의 말대로 그가 일을 꾸며서 이번 일이 생겼는지 아니면, 친구의 주관적인 느낌이었는지 이면의 사정은 영원히 알 길이 없다.

그 뒤 평소 꿈에 대해서 별로 신뢰하지 않았던 그는 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우리는 약 1년간 정기적으로 만나 그의 꿈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위에서 예를 든 친구의 경우, 꿈을 자주 꾸기 시작한 것은 사건이 생기고 난 뒤 그가 꿈에 대한 신뢰감을 가졌고, 신뢰감을 가지자 자신의 무의식(꿈)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의식이 이렇게 무의식에 관심을 가지면, 무의식은 이에 대해 자신의 반응을 보인다.

▲ 누구나 매일 꿈을 꾸고 의식과 무의식의 상호작용으로 꿈을 분석한다
필자의 경우에도 분석가가 휴가 중일 때는 꿈을 안 꾸다가 분석을 받으러 갈 때가 다가오면 꿈을 꾸게 된다. 아무래도 갈 날짜가 다가오면 의식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고 이에 따라 무의식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어서 그런 것 같다. 꿈 분석은 이렇게 의식과 무의식의 상호작용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하고 넘어갈 점은, 꿈의 내용은 현실의 상황과는 대개의 경우 별로 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위의 경우는 장차 일어날 일을 예고해주는 경우였지만, 대개의 경우 객관적 현실보다 꿈을 꾼 사람의 주관적 즉, 심리적 상황과 관계 있다고 심리학에서는 보고 있다. 예를 들면 누군가 아는 사람(A)이 죽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면, 실제 현실에서 아는 사람(A)이 장차 죽을 거라는 객관적 현실을 말하는 것으로 분석가들은 해석하지 않는다. 그 사람(A)으로 상징되는 요소가 꿈을 꾼 사람의 의식으로부터 사라져 무의식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실 상황에 대한 이해가 요구되는데도 이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을 때, 무의식(꿈)은 꿈 꾼 이의 의식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현실 상황을 알려줄 때가 있다. 장차 일어날 일에 대비하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앞에서 든 꿈이 그러한 예이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와 관계 있는 꿈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녀는 고등학교 후배인데, 꿈에 관심이 많아서 정기적으로 꿈을 들고 찾아왔던 친구다. 어느 날은 걱정스런 얼굴로 자신의 꿈을 말했다. 아주 짧은 꿈이었는데, 윗니가 빠지는 꿈을 꾸었다. 그녀는 깨고 난 뒤 윗니가 빠지면 부모나 이에 해당하는 어른이 죽는다는데 하는 생각에 불안하여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렸다고 한다. 부모님의 건강에 별 이상이 없다는 걸 들었는데도 영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평소 그녀와의 꿈 분석을 통해 그녀가 자립성이나 어른스러움이 부족한 것이 문제가 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필자는 이 꿈은 그러한 심리적 상황과 관계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필자가 윗니가 빠진 것에 대한 연상을 물어보았을 때 그녀는 부모의 죽음과 관련시켰다. 그래서 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모님의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부모로 상징하는 것이 그녀에게서 떨어져 나갈 것이며, 또는 떨어져 나가야 한다는 꿈일 것 같다고.

말하자면 부모로부터의 독립의 필요성을 나타내는 꿈 같다고 말했다 - 실제로 필자가 글을 쓰는 이 순간까지 그녀의 부모는 잘 계신다. 그녀는 결혼을 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심리적으로는 부모의 자식으로 살아 왔다는 것을 나는 말해주었다. 결혼을 한다는 것은 독립된 성인으로서 책임을 가진 존재가 되는 것이기에 부모와 연결된 탯줄을 끊어야 한다. 즉, 보호되고 양육되던 의존적인 자세는 버려야 하며 그래야 결혼생활이 원만하게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는 말이 쉽지 실제로 이를 이행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어머니나 고향이라는 말이 불러 일으키는 그리움은 이를 말하지 않는가! 그런데 후배의 경우, 가정이나 직장에서 매사를 책임감 있고 성실하게 해내기 때문에, 전혀 의존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정작 문제는 그녀의 마음이었다. 그녀는 결혼을 잘못했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해왔고, 상대방에 대한 원망이 깊었다.

나는 우선 본인이 먼저 변화해보라고 말했다. 인간관계는 상호적이니 만큼 내가 변하면 상대방도 변한다. 대개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 상대방에게 화살을 돌리고는 끝낸다. 그렇기에 정작 중요한 자신의 문제는 돌아보지 않는다. 실제로 상대방의 문제일 수도 있으나, 많은 경우 본인의 문제점이 거기에 들어 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의 문제점을 파악하기가 참으로 힘들다. 그러나 내가 변하면 세상이 변한다. 그런 점에서 어느 종교단체에서 ‘내 탓이요’ 운동을 벌인 적이 있는데, 이는 참으로 필요한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이 꿈을 꾸고 난 한 참 뒤에 그녀는 부모와 여행하는 꿈을 꾸었는데, 여행 중 그녀는 망설이다가 부모가 탄 차를 타지 않는 꿈을 꾸었다. 약간의 발전이 있는 것 같았다. 그 뒤 그녀와 연락이 끊겨서 꿈을 듣지 못했는데,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김난주
김난주

 houseonwat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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