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우리엄마의 무엇이 맛있다' 듣기 어려워
'우리집·우리엄마의 무엇이 맛있다' 듣기 어려워
  • 유현수 기자
  • 승인 2008.03.25 19:18
  • 호수 12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디, 어느가게의 무엇이 맛있다'라는 시대

음식(요리)이란 무엇인가?
전통음식·궁중요리의 대가 한복선 선생에게 듣는다. (上)

“우리 음식의 기본에 충실하면 퓨전요리도 훌륭히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약력>
한복선 선생은
1949년 10월 23일생. 1972년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했고, 1988년부터 조선왕조 궁중음식(무형문화재 38호) 기능 이수자이다.
현재 한복선식문화연구원 원장이자 (주)한 F&B 홀딩스 회장으로 2002년에는 일본 (주)야마끼에서 한복선 브랜드 상품을 출시했다. 또한 불교 TV 방송 '한복선의 한국 전통음식', KBS 제2라디오 '행복한밥상'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저서는 『명절음식』, 『요즘뜨는요리』, 『양념요리』, 『김치요리』, 『태교음식』, 『엄마의 밥상』 등 다수이다.


지난 17일 오후2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복선 식문화연구원'에서 우리나라 전통음식·궁중요리의 대가 한복선 선생을 만났다. 조선왕조 궁중음식(무형문화재 38호) 기능 이수자이자 (주)한 F&B 홀딩스 회장으로 전통음식·궁중요리의 대중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한복선 선생의 전통음식·궁중요리 한길만을 걸어 온 삶과 생각을 2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주>


▲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최근의 웰빙까지 음식문화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옛날의 음식은 정말 없어서 못 먹는 구휼식품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메밀, 감자, 고구마, 칡뿌리, 나물 등을 먹었습니다. 하만 요즘은 ‘웰빙’이라는 바람을 타고 그것들이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점은 그만큼 요즘 사람들이 영양과잉이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먹을 것이 너무 흔해진 것입니다. 원인은 생활이 윤택해진 것도 있지만 내가 만들지 않고 사먹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러한 점 때문에 요즘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음식의 높은 가치와 귀함을 모르는 듯 합니다.


▲ 요즘 사람들의 음식문화는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요즘은 바쁘게 움직이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잘 받게 되고, 열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때문에 사람들이 점점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사회 환경에 의해 우리의 입맛이 달라지는 것이니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우리는 예부터 담백한 음식을 계속 먹어왔습니다. 그러니 이런 우리의 전통음식들이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또 잦은 외식이 없다면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자식은 "우리엄마가 이런 것을 해줬지"라고 생각을 하며 계속해서 대를 이어갈 텐데 지금은 어른이건, 아이건 음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우리 집의 무엇이 맜있어, 우리엄마의 무엇이 맛있어"라고 말하기보다 "어디에 있는 어느 가게는 무엇이 맛있더라"라고 말하는 것에서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전통음식이나 궁중요리를 하는 저희가 더 열심히 가르쳐서 "이것이 우리의 본래 음식입니다"라고 끊임없이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일본의 스시나 이태리의 파스타에 비해 우리나라의 궁중음식은 그다지 대중적인 것 같지 않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의 궁중음식은 역사상으로 봤을 때 잘 다듬어진 음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음식과 교육 등 일본문화가 주가 됐고, 광복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남과 북이 6·25전쟁을 겪었습니다. 때문에 배고픔에 예절이고, 고급음식이고 너무나 거리가 멀게 된 것입니다. 그럼 와중에
서양음식이 들어와 아무 저항 없이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번지 없는 음식이 발달된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좀 살만해져 음식이 가다듬어질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때문에 우리 것을 찾고, 한발 더 나아가 우리의 고급의 문화를 찾고자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는 추세입니다.


▲ 요즘에는 퓨전요리 등 국경을 초월하는 요리들이 많이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음식은 세월이가면서 달라집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음식은 음식의 가장최고인 궁중요리와 통과의례음식인 제사, 혼인, 돌, 명절음식, 사찰음식 그리고 엄마가 만드는 고향음식 등이 있습니다. 이것들은 우리나라 음식의 기본인데 요즘 문제는 기본도 안배우고 무조건 창작요리를 하려는 것입니다. 때문에 저희는 옛것을 잃어버리지 않고 정확히 가르쳐 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즉, 저희가 해야 하는 일은 음식의 기본적인 것을 알려주는 것이고, 배우는 젊은 사람들은 음식의 기본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을 안다면 얼마든지 디자인적인 생각을 가지고 할 수 있고, 자기 나름으로 바꾸어서 음식의 국제화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요리는 예술’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예를 들어 그림을 그릴 때 빨강, 노랑색을 섞습니다. 빨강색을 많이 넣는 사람이 있고, 노랑색을 많이 넣는 사람이 있듯이 그림을 그리는 것은 사람에 따라 틀립니다.
음식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감각으로 고춧가루를 조금 더 넣거나 설탕을 조금 빼거나 소금을 더 넣거나 꿀을 더 넣고 설탕을 덜 넣는 등 여러 방법을 생각해서 요리 맛을 냅니다.

그리고 꽉꽉 주무르는지 살금살금 주무르는지에 따라 수채화처럼 옅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유화처럼 탁하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때문에 요리는 예술, 창작인 것이지요. 요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가 재료, 둘째가 기술, 셋째가 자신의 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은 단지 보는 것으로써 마음을 움직여주지만 요리는 봄으로써 마음을 움직여주고, 배도 부르게 해주고, 살도 찌게해주고, 아름답게 만드는 등 더 많은 역할을 합니다.


▲ 40년간의 한 길 인생을 살아오면서 얻은 철학은 무엇이십니까?

저의 특징은 친절함입니다. 남이 불편한 것을 못 보기 때문에 제가 어떻게든 잘 도와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친절하게 설명을 하니 듣는 사람도 편하고 저도 재미가 있습니다. 또 음식이라는 것은 정직한 마음,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합니다. 아무리 맛이 있어도 마음이 없으면 음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지 않은 재료라도 “내가 너를 위해 만들었어”라고 말해주면 감동받기 때문에 그만큼 마음을 담는 것이 중요합니다.


▲ 현재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십니까?

저는 식품영양학과 졸업 후 결혼을 한 뒤 미국에 갔습니다. 거기에서 아이들을 낳고 싱가폴, 사우디 등에서 외국요리를 배웠고 계속 궁중음식을 했습니다. 저는 요리를 비교해야하는 요리연구가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저는 식품자체 공부하는 식품영양학, 궁중요리, 전통음식, 외국요리를 배운 뒤 관인 한복선 요리학원의 원장도 했습니다.

이제는 한복선식문화연구원 원장과 (주)한 F&B 홀딩스 회장을 겸임하면서 잡지, 방송 촬영을 하고 책을 출판했습니다. 또한 연륜이 깊어지면서 동양의 영양을 바탕으로 한 약선음식, 태교음식 등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저의 궁중요리연구가의 길은 천천히 진화도 하면서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습니다.


▲ 궁중요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의 궁중요리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훌륭한 요리이고 제일 가치가 높은 음식입니다. 제일 높으신 분이 드셨던 것이기에 항상 제일 좋은 것을 대접했기 때문입니다. 궁중요리는 지켜야할 예절이 가장 많고, 음식을 만드는 재료도 각지산물의 최고여야 했습니다. 또한 최고의 요리사가 조리를 했으니 맛도 가장 좋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1971년도 5월에는 조선왕조 궁중음식(무형문화재 38호) 문화재로 한희순 상궁이 지정됐습니다. 이는 처음으로 무형문화재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궁중요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다음호에 계속>

유현수 기자
유현수 기자 다른기사 보기

 irene0127@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