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넘어서, 남으로
나를 넘어서, 남으로
  • 정시내
  • 승인 2008.03.25 00:07
  • 호수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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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 안. 그 날은 과제가 있어 마지막 전철을 타고 돌아가야 했다. 열차 안의 사람들은 다들 꾸벅꾸벅 졸고 있었고, 나도 그 가운데에 섞이어 무거운 눈꺼풀을 내리 감고 있었다. 하지만 노약자석에 앉아 있는 소속 모를 몇 학우 때문에 쉬이 잠 들 수가 없었다.

아마도 신입생들과 재학생들이 어울려 술로 친목을 다지고 귀가하는 길인 모양이었다. 떠드는 소리가 어찌나 큰지, 들어올 때부터 모든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었다. 하지만 그들의 들뜬 분위기는 한참이 지나도 차분해질 줄을 몰랐다. 그리고 몇 정거장 후, 노약자 석에서 짧은 비명소리와 함께 술렁이는 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바라보니 그 학우들 앞에는 누군가가 구토한 잔재가 질퍽하게 쏟아져있었고 구토를 한 사람은 문이 열리자마자 내린 것으로 보였다. 옆에 있던 친구들은 소리를 질렀고 몹시 창피했는지 이내 다른 칸으로 옮겨갔다. 한참 화재가 되었던 ‘개똥녀’와 비슷한 사건이었다.

다른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저럴 수가 있냐고 수근 거렸고,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려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불쾌하기 짝이 없기는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실제로 내 앞에서 내 또래의 학우들이 그런 소동을 일으키는 것을 보니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이 ‘요즘 애들’하시며 혀를 끌끌 차셔도 딱히 대꾸할 말이 없었다.

얼마 전 아침 TV프로그램에서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사이의 가치관, 의식 차이에 대한 토론이 열린 것을 보았다. 열띤 토론 끝에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생긴 문화의 다양성을 너그럽게 이해하고 인정한다면 더욱 좋은 사회가 될 것이라는 의견으로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청년들의 사상은 여전히 풀어야 할 문제로 남았다. 나를 넘어서 남을 볼 줄 아는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에 이기주의가 팽배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 세대를 이어갈 다음 세대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며, 21세기의 주역은 바로 우리 청년, 우리 학우이므로 책임이 있음을 인정한다. 나에게만 집중된 시선을 남으로 향하게 할 때에 내가 겪었던 지하철에서의 소동도 생기지 않을 것이며 사회 곳곳에서 행복한 웃음이 넘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머지않아 그러한 사회 속의 우리 학우들을 꿈꾸어보는 바이다.

정시내
정시내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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