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꿈에대한 분석③
어젯밤 꿈에대한 분석③
  • 김난주
  • 승인 2008.03.25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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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과 관련된 꿈을 이야기하려니 성경 구절이 먼저 떠오른다. 요한계시록을 비롯하여, 누가복음, 데살로니가서 등에서 그리스도는 도둑에 비유되어 있다. “회개하라. 만일 일깨지 아니하면 내가 도적같이 이르리니, 어느 시에 네게 임할는지 네가 알지 못하리라.”(「요한계시록」3:3) “주의 날이 밤에 도적같이 이를 줄을 너희 자신이 자세히 앎이라”(「데살로니가전서」5:2). 보는 바와 같이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기 위해 재림할 그리스도가 도둑에 비유되고 있다. 아마도 인간이 예상치 못하는 그 어느 순간에 그가 찾아올 것이기에 항상 예비하라는 뜻으로 자신을 도둑에 비유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와 같은 상황이 꿈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사람들이 흔히 꾸는 꿈 가운데 하나가 도둑이 드는 꿈이다. 필자의 경우에도 대학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낯선 침입자가 집에 들어오려는 꿈을 가끔 꾸곤 한다. 이들 낯선 침입자들은 도둑이나 강도 등으로, 귀중품을 훔쳐가거나 나를 해칠 것 같아 꿈속에서 무서웠고, 깨고 난 뒤에도 개운치 않았던 기억이 있다. 아래에서 적은 꿈은, 무의식에 관심을 가진지 1년 정도 되었을 무렵 꾼 꿈이다.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낯선 남자가 들어오려 했다. 도둑이구나 싶어 나는 문을 잠그려 했다. 낯선 남자와 나는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씨름을 했다. 그러다 드디어 문이 열렸고, 남자가 집으로 들어왔다. 이와 동시에 장면이 바뀌어 집이 일반주택으로 바뀌었다. 그는 마당을 가로질러 현관 쪽으로 갔다. 그러나 나는 아버지가 방에 계시다는 걸 떠올리며 “아버지!”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현관 쪽으로 향하던 도둑은 달아났다.

이 꿈을 프로이트 식으로 해석한다면 이성에 대한 욕구, 성적 욕망이 반영된 꿈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융심리학에서는 이와 비슷한 꿈들을 일률적으로 성적 억압 상태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 같진 않다. A라는 내용을 가진 꿈이 누구에게나 a라는 의미를 지녔다고 보지 않는다. A라는 꿈이 어떤 이에게는 a이지만 다른 이에게는 b나 c일 수도 있다. 비슷한 꿈이라도 꿈을 꾼 사람이 처한 현실이나 심리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본다.

우선 이 꿈에서 집이 상징하는 바를 보자. 필자에게 집은 활동 공간으로 집 구석구석은 나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정된 공간이다. 따라서 집은 나의 의식이 미치는 공간으로, 의식의 영역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의식이 집이라는 제한된 공간으로 나타남에 반해 집 밖의 세계는 미지의 영역으로 무의식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무한정한 공간, 가령 바다나 하늘 등과 같은 공간은 무의식을 상징하는 것으로 자주 해석된다. 의식이 조그만 섬이라면 무의식의 영역은 그를 둘러싼 대양에 비유되듯이, 심리학에서는 무의식의 영역은 의식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대무변하다고 보고 있다.

꿈에서 집이 의식을 상징한다면 그렇다면 도둑은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까? 우선 이 꿈을 보면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띈다. 도둑이 넘어야 할 장애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실갱이를 벌이다 일단 아파트 문이 열리자 도둑은 들어오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일단 들어오자 장면이 아파트에서 일반 주택으로 바뀐다. 아파트라면 현관문만 넘으면 장벽은 없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꿈에서 집이 일반 주택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현관문이란 장애물이 또 다시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그것만으로 부족했던지 아버지란 차단장치까지 나타났다. 아버지란 프로이트 심리학을 통해서 감시자의 의미가 있음을 익히 알고 있다. 이에 덧붙인다면 전통적으로 아버지는 집안의 중심으로서 존경과 권위의 상징이며, 질서를 대변한다. 따라서 이 꿈에서 아버지는 자아(의식)가 축적한 힘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집(의식)의 영역 밖에서 침입한 도둑은 의식의 영역 밖 즉, 무의식과 관련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이 꿈은 무의식의 어떤 내용이 문턱을 넘어 의식으로 진입하려는 것을 나타내는 내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무의식의 내용은 도둑과 같은 낯선 침입자로 나타날까? 무의식은 말 그대로 의식이 미치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이다. 그렇기에 무의식은 의식의 입장에서 볼 때, 완전한 타자로서 자신의 정신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가 없다. 이 때문에 무의식이 의식에 전달하려는 내용은 전혀 예상치 못하는 것으로 의식의 입장에서 볼 때 두렵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러한 사정이 꿈에서 무의식의 내용이 의식으로 실현되고자 할 때, 도둑과 같은 낯선 침입자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다고 볼 때 위의 꿈에서 이중 삼중의 차단장치는 무의식에 대한 자아(의식)의 저항적 태도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의식의 태도는 수정되어야 한다. 현실에서 이처럼 낯선 사람이 집 안으로 침입하려고 할 때면 당연히 이 꿈에서처럼 막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내면세계를 다룰 때는 이와는 반대 즉, 이들 낯선 침입자를 환대해야 한다. 왜냐면 이들은, 나의 것에 속하지만, 어떤 사정으로 인해서 나의 삶에서 충분히 살아지지 않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실현되지 못한 것들이 무의식에 있다가, 어느 시기가 되면 자신을 실현시키기 위해 의식의 문턱을 넘으려고 한다.

꿈에서 낯선 사람들이 문을 두드리거나 손잡이를 돌리려고 할 때는 이러한 순간이다. 그 때문에 꿈에 나타나는 낯선 침입자들은 현실에서와는 달리 나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아가는 인물이 아니라, 나에게 무언가를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성격을 지닌다. 그래서 이들이 꿈에서 나타나면 “내가 여지껏 경험하지 못한 어떤 것이 내 삶에서 전개되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조카(여성)가 얼마 전에 꾼 또 하나의 꿈을 예로 들어보겠다. 간단한 꿈인데, 꿈에서 20대 가량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현관문의 손잡이를 돌리고 있었다. 도둑이구나 싶어 두려워하며 조카는 꿈을 깨었다. 그 뒤 한 동안 무언가를 거부하는 꿈을 계속 꾸었다. 그러다 며칠 전에는 그녀는 귀신을 낳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 그녀는 무서워 떨었는데, 그런데 귀신은 예쁘게 생긴 여자 초등학생이었다. 꿈을 깨고 난 뒤 예쁘게 생긴 아이가 왜 귀신으로 나왔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고 한다. 이 꿈은 필자의 생각으로는 여자 도둑이 나오는 꿈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꿈에서 모두 여자가 나오는 걸로 보아 여성성이나 감정 기능 혹은 감정기능과 관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사랑스럽게 생긴 여자애를 귀신으로 볼 만큼 꿈 속의 조카는 두려워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이것이 무의식에 대한 의식의 반응이다.

오늘날의 여성들은 사정이 허락한다면 마음껏 공부를 하여 사회적 실현을 하고자 한다. 그런데 학창시절이나 직장생활에서 요구되는 것은 남성적인 가치관이다.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정서적인 측면보다 논리나 사고력이 요구되며, 직장생활에서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집중력과 적극성, 능력 등이 요구된다. 이 모든 것이 남성성과 관계 있다. 조카의 경우 이런 경향이 짙은 것으로 보였다. 그녀는 여성성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남성적인 가치관에 경도되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문제는 무의식에 있던 것들이 이제는 자신을 실현시키고자 한다는 점이다.

만약 결혼을 했다면 자신의 여성성을 계발하고 실현할 기회가 있었겠지만, 아직 미혼이다 보니 그렇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꿈에서 매우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아 그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꿈에서 요구하는 상황은 여지껏 오른손잡이로 살아온 사람에게 이제 왼손도 사용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를 피해선 안 된다. 심리학에서는 의식은 편향되어 있기 때문에 익숙한 것만 계속 사용한다고 한다. 그런데 인격의 성숙과 온전함(completeness)을 이루기 위해서는 의식의 일방성을 수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 과정이 고통스럽겠지만, 그러나 사용하지 않아 서투른 왼손도 나의 손이 아닌가.

오늘 밤 당신은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릴 꿈을 꿀 지도 모른다. 귀를 기울여서 잘 들어보기를 바란다. 그리스도처럼 귀중한 것을 줄 누군가가 서 있을지 모르기에.

김난주
김난주

 houseonwat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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