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았지만 또 다른 '추격자'와 '살인의 추억'
닮았지만 또 다른 '추격자'와 '살인의 추억'
  • 류슬기
  • 승인 2008.03.28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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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라는 영화를 보는 내내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살인의 추억’과 ‘추격자’ 모두 실제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따왔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며 추격자가 ‘제2의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닮은 듯 다른 ‘살인의 추억’과 ‘추격자’는 어떤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인가?

우선, ‘살인의 추억’은 화성 부녀자 연쇄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하였다. 이 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일대에서 불특정다수의 여성 10명이 차례로 강간, 살해됐으나 범인이 잡히지 않고 영구미제로 끝난 한국 최초의 연쇄 살인 사건이다.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는 30대 중반의 남성 유영철이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총 21명을 살해한 유영철 연쇄 살인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유영철은 2003년 9월 서울 강남의 한 단독주택에서 명예교수 부부를 살해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10개월에 걸쳐 주로 부유층 노인과 여성을 대상으로 총 21명을 살해했다.

‘살인의 추억’이 한국 최초의 연쇄 살인 사건이라면 ‘추격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대의 연쇄 살인 사건으로 우리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자신이 직접 만든 망치나 칼 등의 도구를 이용해 살인을 저지른 유영철은 사체를 토막 내고 야산에 묻는 등의 잔인한 수법으로 국민들을 경악시켰다.

이처럼 ‘살인의 추억’과 ‘추격자’는 연쇄 살인마를 쫓는 스릴러의 외투와 무능력한 공권력의 모습을 영화에 담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 부분 교차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살인의 추억’은 모던한 한국 도시의 모습이 아닌 투박하면서도 소박한 한국 문화를 보여주고 한국의 특정 지역을 섭외, 촬영했다는 점에서 한국적 자연스러움이 묻어나왔다.

그리고 ‘추격자’는 발전된 음향과 스크린 기법 등을 통해 관객들에게 풍부한 영화의 리얼리티를 주어 영화의 질을 높였다. 비슷하면서도 각각의 두 영화가 지닌 의미는 한국형 스릴러 영화의 밝은 미래를 보장하는 보증수표는 아닐까.

류슬기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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