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러 앉아 오순도순 먹는 패스트푸드 나쁘지 않아
둘러 앉아 오순도순 먹는 패스트푸드 나쁘지 않아
  • 유현수 기자
  • 승인 2008.04.01 18:31
  • 호수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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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햄버거 잘 먹습니다



<지난호에 이어>

▲ 한국음식이 세계인을 사로잡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리는데요. 선생님께서는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 임금님의 수라상을 보는 사람은 기미상궁이라고 하는데 이는 ‘기(氣)’와 ‘미(美)’를 본다는 데서 붙여진 말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음식의 기와 미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식품마다 뜨거운 성질인지 차가운 성질인지 따뜻한 성질인지 미지근한 성질인지를 고려해 조리 합니다. 예를 들면 고춧가루는 뜨거운 성질에 속하고 더덕은 차가운 성질입니다.

그래서 더덕을 무칠 때 고춧가루를 사용하며, 이렇게 조리하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중간성질이 됩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가옥구조는 온돌이다 보니 아궁이를 사용해 요리를 했습니다. 음식을 많이 만들 때는 아궁이 위에 큰 솥을 올려놓고 만들었으며, 조금 만들 때는 아궁이에서 불때던 것을 화로에 옮겨놓고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솥이나 화로를 사용함으로써 우리나라 음식은 탕문화가 발달하게 됐고, 요리할 때 불의 강약이 요리의 맛을 좌우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요리의 특성과 정반대의 특성을 지니는 것으로 중국요리가 있습니다. 중국요리는 온돌이 아닌 화덕을 사용하기에 불의 세기가 강합니다. 그래서 중국요리는 마치 호떡에 불난집처럼 요리의 완성이 빠릅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잡채는 재료를 넣고, 또 넣고, 또 넣어서 후딱 볶아내면 그만이지만 우리나라 잡채는 고기 따로 볶아 넣고 버섯 따로 볶아 넣고 시금치 나물을 무쳐서 따로 해 놓고 당면을 삶아서 넣고 나중에 함께 볶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음식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먹기 좋은 온도이고 손이 많이 갑니다. 그만큼 정성이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의 음식이 세계인에게 인기가 있고 건강식으로 각광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반해 서양음식은 비타민, 칼슘, 무기질 등 6대 영양소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때문에 산성성질의 고기만 먹는 등 한쪽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몸은 중성 내지 약 알칼리 성입니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김치부터 나물, 고기까지 골고루 먹는 식습관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 같습니다.

 ▲ 조선시대 궁중에서의 음식예절은 어떤 것들이 있었습니까?

궁중의 기록은 1795년 정조의 지시로 지필한 ‘원행을묘정리의궤’에 제일 자세하게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사진이 없어서 잔치나 행사의 기구, 꽃 등을 전부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그래서 그 기록을 통해 옛날 음식이 뭐가 있었나 알 수 있습니다. 혜경궁 홍씨 회갑 잔치 상에 무엇이 있었으며, 정조께서 아침, 점심, 저녁으로 무엇을 드셨는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그 기록에 따르면 임금님은 수라상이라 불리는 12첩 반상을 드셨고 식사 시에는 항상 기미상궁이 시중을 들었습니다. 또 12첩 반상은 식품의 보고서라고 불렸습니다. 왜냐하면 음식을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는 특산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통해 임금님은 간접적으로나마 계절별 지방의 각종 특산물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임금님의 수라상에는 기름기가 있는 숟가락과 젓가락, 기름기가 없는 숟가락과 젓가락 두벌을 놓았습니다. 요즘에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같이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은데 이는 잘못된 식습관 입니다.

▲ 요즘 대학생들의 영양불균형이 심하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 추천해주고 싶은 건강식이 있으십니까? 우리나라 음식을 골고루 잘 먹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3첩 반상을 차릴 때 보리밥과 미역국, 김치를 기본메뉴로 합니다. 보리밥은 소화가 잘되고, 미역은 피부에 좋고, 포만감도 들고 또 김치는 섬유질, 유산균이 들어서 다이어트에도 딱 입니다. 3첩 반상이니 세가지 메뉴가 더 필요한데 반찬 하나는 생선으로, 하나는 오징어로, 나머지 하나는 나물로 만듭니다.

이렇게 골고루 식품으로 먹어버릇 하면 절로 영양은 챙길 수 있고, 몸도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계절식품이 많이 발달해 있기 때문에 계절식품도 같이 먹으면 더욱 좋다고 생각합니다.

▲ 선생님께서는 요리연구가이신 만큼 먹는 것이 평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평소에 주로 어떤 반찬을 드십니까?

 저는 맛있는 것이라고 특별히 찾지 않고 뭐든지 다 잘 먹습니다. 저는 꼭 전통음식만 고집하지 않고 패스트푸드도 좋아해 햄버거도 잘 먹습니다. 왜냐하면 음식을 한 가지만 고집해서 먹다보면 지루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요리사들이 해외에 나가면 너무 한국음식만 고집하는 것 같습니다.

해외에 갈 때 김치와 고추장은 필수라고 말하고 또 얼마 전 제가 외국에 갔을 때 어느 한 요리사가 도착하자마자 삼겹살에 김치찌개 한 냄비를 끓여놓으라고 전화를 하더군요. 물론 내가 지금까지 먹어온 음식이기에 먹고싶은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다른나라 음식도 맛보면서 음식의 즐거움을 아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또 요즘 패스트푸드가 몸에 나쁘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다진 고기를 먹는 것처럼 햄버거도 그런 고기이고, 평소 밥 대신 빵을 먹는 것처럼 햄버거도 같은 재료로 조리합니다. 그러니 햄버거는 우리나라의 비빕밥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영양과잉의 문제 때문이라면 먹는 사람 자신이 정신을 차리고 먹으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탄산음료대신 오렌지 쥬스를 마시거나 트랜스 기름에 튀긴 후렌치 후라이를 덜 먹으면 건강에 그리 해를 끼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패스트푸드만 먹는다고 하면 우리나라의 음식이 사라지고 음식문화가 사라질 것입니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식구들이 오순도순 모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면서 정을 싹 틔우기도 합니다. 이런 면에서 인간적인 대화와 시간이 없는 패스트푸드가 나쁜 것이지 음식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궁중요리를 하시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시나요?

저의 어머니이신 황혜성 성생님은 13살에 일본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그리고 21살에 한국에 돌아와 지금의 숙명여대에 교수로 재직하게 됐습니다. 그때 일본인 교장선생님으로부터 한국음식을 가르쳐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서양요리, 일본요리의 조리법만 알고 계셨는데 이를 알게 된 일본인 교장선생님이 창덕궁에 있는 한희순 상궁께 어머니가 전통음식·궁중요리를 배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어머니께서는 한희순 선생님을 숙명여대 가정과에 강사로 모시기도 하셨는데 한희순 선생님께서는 한글을 모르셨기에 어머니가 요리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레시피를 만들어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그렇게 해서 어머니께서는 전통음식·궁중요리 전문가가 되셨습니다. 그래서 자연히 저 또한 음식은 집에서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대학 또한 식품영양학과에 들어가서 식품공부를 했고, 어머니의 궁중요리 연구실 조수로 도와드리다보니 점점 보고 배우게 됐습니다.

지금은 1남 3녀의 형제들 모두 음식과 관련된 직업에 종사해 있는데 물론 어머니께서 살림하고 가르치느라 바쁘셨기에 저희들의 개성을 찾아줄 시간이 없으셨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형제들은 각자 개성에 맞게 언니는 조선왕조 궁중음식(무형문화재 38호)가 돼 궁중음식연구원 원장으로 있고, 저는 조선왕조(무형문화재 38호) 궁중음식 이수자가 되어 주로 매스컴 활동과 강의를 하고 있고 상품개발, 마케팅을 하는 개인기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셋째 여동생은 전주대학교 전통조리학과 교수를 하고 있고, 남동생은 궁중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온 가족이 같은 영역에서 일하지만 하는 역할이 다 다릅니다. 저희 다음에도 누군가 이 일을 이어 해야 하는데 음식이라는 것은 노동과 이론이 함께하는 것이라 집안의 내력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딸인 인하대학 교수가 다음 대를 이어서 공부하는 중입니다.

▲ 앞으로의 꿈이 어떻게 되시나요?

저희 가족의 캐치프레이즈는 ‘황혜성 가의 식문화’로 황혜성 선생님의 뒤를 잇는 저희 4남매가 우리나라 음식의 중심을 잡는 것이 목표입니다. 때문에 형제들 모두 새벽부터 나와서 일하고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물론 본인도 일에 재미가 있겠지만, 지금 주어진 나라의 큰 소임에 최선을 다해야 우리나라의 식문화가 흩어지지 않고 기틀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희 가족은 한 발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전통음식·궁중음식과 평생을 같이한 어머니를 위해 기념관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목표는 제 개인사업을 잘 이끌어 가는 것입니다. 저는 한복선이라는 제 이름의 브랜드를 가지고 홈쇼핑에 상품을 내고 있습니다. 상품을 회사에 제안, 감독하고 해외에 제품을 내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온 것은 자기분야에서 열심히 다져가면서 한 것을 주위에서 인정받았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소비자들도 만족하고 회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끝>

유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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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rene0127@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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