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총선과 대한민국 정당정치-한나라당 총선 내분
4·9 총선과 대한민국 정당정치-한나라당 총선 내분
  • 신봉석 기자
  • 승인 2008.03.31 19:44
  • 호수 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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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둘러싼 개국공신들(?)의 힘겨루기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이하 총선)도 이제 일주일여 만을 남겨두고 있다. 여·야 각 당이 한 명이라도 더 지지자를 늘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자신만만해야 할 여권은 예기치 못한 난관에 봉착해 대선으로 벌어놓은 표밭을 수렁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 아니, 정확히는 ‘자초한’ 수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의 압도적인 승리를 바탕으로 이번 총선 또한 여유 있게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던 한나라당은 이른바 ‘친박연대’를 자칭하는 탈당의원들의 도전으로 집안싸움에 휘말린 상태다.

총선 공천 결과에 불만을 가진 박근혜 전 대표 계파 의원들이 당을 탈당, 독자적으로 총선에 나서 수도권과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에서 지지 기반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야권이 대운하 정책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상황에 당 내부에서 문제가 터져 당초 계획했던 과반수 의석 확보는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이러한 난국의 도래는 이명박 계파 중심의 공천이 발단이 됐다. 공천 과정에서 친박 의원들이 대거 탈락되고 공천자 대부분이 이명박 계파 사람들로 채워지면서, 불만을 품은 친박 의원들이 대거 탈당해 ‘친박연대’를 형성했다.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일사불란한 정책 운영을 위해 수족처럼 움직여 줄 정당이 필요했겠지만, 결과적으로 당을 와해시킨 꼴이 됐다. 경선 때부터 당이 두 파로 나뉘어 경쟁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오리란 것은 예상치 못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현 상황을 단지 이명박 계파가 친박 의원들을 몰아세운 것으로 보기에는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24일 고향인 대구로 돌아간 박 전 대표는 공천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뿐만 아니라 탈당해 총선에 출마한 친박 인사들의 총선 후 복당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친박연대의 형성에 박 전 대표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살아서 돌아오라”는 등 탈당 친박 의원들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이 계속되는 것으로 볼 때 총선에서 승리한 친박 세력을 바탕으로 다시금 당권에 도전하려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볼 수 있다.

23일 공천심사 반박 기자회견에서 꺼낸 “당을 다시 꼭 바로 잡겠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신뢰가 깨졌다” 등의 발언은 당내 주류에 대한 도전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2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친박 무소속연대’의 김무성 의원이 “총선 후 박 전 대표 중심의 새로운 정계개편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심증을 더욱 굳히고 있다.

세간에서는 친박연대의 독립에 앞서 이명박계의 두 실세, 이재오 의원과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국회 부의장이 당내 실권을 두고 벌인 주류 세력의 자중지란도 박 전 대표가 당권에 도전할 절호의 계기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요컨대 한나라당과 친박 세력 간의 총선을 둘러싼 난투의 실상은 2인자 자리를 둘러싼 여권 내부의 권력 투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말 많고 탈 많은 공천심사 논란은 개국공신들의 권력다툼을 위한 장에 불과한 셈이었다.

권력을 둘러싼 여권 내의 자중지란은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에게 전적인 손해로 돌아올 것이 자명하다. 사실상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기 어렵게 된 한나라당은 야당의 견제로 강력한 정책 추진이 힘들게 됐고, 탈당한 친박 의원들 역시 박근혜 전 대표가 당내 주류와 대립하는 이상 이명박 계파 의원들과 충돌할 것이 분명하다. 한나라당에 있어 친박연대의 존재는 복당을 허용하든 안 하든 독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0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보수 여당의 기쁨도 불과 3개월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달라진 보수’의 모습에 기대를 걸었던 국민들로서도 여권의 총선 내분은 지난 5년간의 정계 혼란의 재림이라는 불안을 남길 뿐이다. 향후 여권의 행보가 어찌 되든 간에 변변한 정책 하나 없이 박 전 대표의 이름을 팔아 마케팅 유세를 펼치고 있는 친박연대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 가능성도 결코 낮지만은 않아 보인다.

신봉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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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adenia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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