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강을 부르는 MT일정
휴강을 부르는 MT일정
  • 차윤단 기자
  • 승인 2008.03.31 01:46
  • 호수 12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으로 돌아올 휴강, 약방문은 자신에 있다

쉬는 시간에 한 학과대표가 앞으로 나와 학생들에게 공지를 했다. 지난 주 어느 전공과목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엠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교수님께 말씀드려서 엠티 일정이 있는 수, 목, 금 수업은 휴강하기로 했습니다. 많은 참석바랍니다.” 곧바로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엠티 가는 날짜의 모든 전공과목이 휴강 되는 건가요?”, “○○교수님은 휴강 안하시고 정상수업 하신다던데”, “제2전공 하는 학생인데요. 수업 안 나와도 지장 없는 거죠?”. 대부분의 학생들이 휴강이라는 말에 즐거워했고 학생들은 계획을 짜느라 바빴다. 한참을 지켜보고 있던 K교수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비싼 등록금 내고 듣는 수업인데, 왜 여러분은 엠티로 인한 휴강에 대해 아무도 의의를 제기하지 않는 거죠?”. 교수는 학생의 권리를 강조하며, 권리요구에 대한 학생들의 수동적인 자세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침묵을 지키고 있던 학생들 사이에서 공과대학의 이 모군이 먼저 입을 열었다. “MT도 수업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해요. 학생들과 교수진이 가장 많이 참여할 수 있는 날짜로 잡아서 간다는데 나쁠게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인문대학 H양이 이 군의 이야기에 반박하듯 말했다. ”그건 주객이 전도된 이야기죠. 참여율을 높이려고 평일로 엠티일정을 잡는건 전공학생들뿐만 아니라 복수전공, 부전공하는 학생들까지 휴강으로 인한 피해를 보잖아요”라고 반박했다. 옆에 앉아있던 인문대학의 C군이 의견을 덧붙였다. “동감이에요. 올해 특히 학생들의 등록금인상반대운동이 뜨거웠었잖아요. 그런데 그 열정과 열의만큼 수업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그런 학생들이 주말에 쉴 시간이 없다는 핑계까지 대면서 엠티일정을 잡고 있으니까요”. 35명의 학생들과 교수는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이번 해 유난히 학과 엠티 일정을 평일에 잡은 학과들이 많다. 목·금·토는 물론이고 수·목·금으로 일정을 잡은 학과도 많았다. 죽전캠퍼스의 경우 주로 예대가, 천안캠퍼스의 경우 경상대, 법정대, 공대가 MT일정을 평일로 계획하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수업이 보강계획에 대한 공지 없이 휴강을 했다. 이유를 묻자 경상대의 K조교는 “참여율과 교수진과의 스케줄 조율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이유는 정말 그게 다였다.

조금 자극이 되는 이야기를 하자면, 아주대학교가 지난 25일 법정공휴일로 생겨나는 결강에 대해 주말에 수업을 보충하는 방식의 ‘결강공시보강일’을 제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대학의 연구와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며, 결강이 수업진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에겐 없는 능동성이 그들에겐 있었다. 속상했다.

 K교수와의 토론 끝에 이어졌던 그의 푸념어린 이야기가 떠오른다. “우리대학 학생들 계속 이런식으로는 안됩니다. 다른 대학들과 경쟁하려면 학교의 문제를 여러분이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나는 열의를 가지고 단국대학에 왔습니다. 매학기 열의를 가지고 16주 수업계획을 세우지만 정작 이런저런 이유로 수업을 10주밖에 하지 못할때면 그 열의와 의지가 꺾이는 듯 합니다.”

 그는 다른 대학에서 정년퇴임하고 우리대학에 온 초빙교수다. 그래서 더 객관적일 수 있는 그의 이야기가 날카롭게 느껴졌다. 휴강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가 부끄러웠던 한시간이었다.

차윤단 기자
차윤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oundani@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